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부부, 명예훼손 배상판결 관련  칼럼

※ 아래 내용은 2013. 5. 16. 인터넷신문 데일리안(www.dailian.co.kr)에 게재된 시변 공동대표 이헌 변호사의 칼럼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그 남편 심재환 법무법인 정평 대표변호사가 우파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22건의 트위터 글을 게시한 변 대표에게 1,500만원, 새누리당 홈페이지 성명을 게재한 이상일 의원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이외에 뉴데일리 회사와 조선일보 및 그 기자들에게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에서는 변 대표 등이 이들 부부를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주사파로 지목하거나 주사파 또는 이적단체의 구성원임을 암시한 데에 대하여, 이들 부부가 국회의원 및 변호사로서 정치ㆍ사회적 이념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행적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이 이루어진 상태이고, 특히 남북분단의 현실에서 이들 부부가 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되었다는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변 대표 등이 근거로 삼은 정황만으로 이들 부부가 주사파에 해당한다고 연결지을 수 없고, 오히려 반대 정황도 엿볼 수 있다고 하여 이들 부부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변 대표 등에게 명예훼손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어떤 표현이 공적인 존재인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사실적시에 해당하는 경우인지에 관한 대법원 판례(2000다14613, 2000다37524)는, 그의 정치적 이념이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여 이에 대한 의혹이 있으면 널리 문제제기가 허용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반면,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은 위장가능성이 있는데다가 그 성질상 이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족하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 부부가 공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들 부부가 종북ㆍ주사파라는 사실에 대하여는 엄격한 입증이 아닌 그 의혹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이 제시됨으로써 충분한 것이다.

'종북ㆍ주사파'라고 지칭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가지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에 비추어 이를 단순히 수사적인 과장으로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종북세력’이라는 용어는 본래 2001년 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논의와 2007년 민주노동당 내 종북노선 논쟁에서 나타난 것이다. 더욱이 요즈음 주요 매체에서도 이정희 대표의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현재 통합진보당에 대해 종북세력이라고 지칭하는 일이 적지 아니한 실정이다. 국가보안법에서 정한 북한에 동조하는 이적단체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 등 북한의 대남적화통일노선에 따르는 단체라는 것은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다(2010도1189 전원합의체). 이정희 대표의 통합진보당의 경우 그 전신인 민주노동당부터 2007년 대선에서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코리아연방제통일안을 주장한 후 한번도 수정한 바가 없다. 이에 우파단체는 수차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 활동과 목적을 가진 위헌정당이라며 정부에 해산제소를 청원하기도 하였다.

종북ㆍ주사파를 구분하는 방법에 관하여, 북한의 3대 세습체제에 대하여 내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북한의 핵개발 등 도발의 원인이 미국의 봉쇄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인권의 문제에 대하여 정보가 없어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북ㆍ주사파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또 최근에는 개성공단 문제 발생의 귀책사유가 우리 정부에게 있고, 천안함 파괴의 원인이 침몰 또는 좌초이며, 백년전쟁에서 주장하는 사실을 역사적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종북ㆍ주사파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러한 종북ㆍ주사파 구분법을 적용할 경우에 이들 부부가 비록 국회의원이자 야당의 대표이고 변호사이지만 이들 부부가 그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준 행적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신념과 사상을 가지고 있는 종북ㆍ주사파에 해당한다고 지칭하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구체적이고 뚜렷한 정황사실이 이번 법원의 판결과는 전혀 다른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 아닐까?

201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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