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http:www.sibyun.co.kr]

사학법 개정에 대하여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오랜 논란 끝에 지난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와 여당은 스스로가 정한 숙원사업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대통령탄핵 때와는 반대의 입장에서 파국 정국을 감수하면서까지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무력화시키고 이를 통과시킨 여당의 용기는 놀라우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와 같이 졸속으로 강행처리한 주역들이 앞으로 그 개정 사학법의 시행에 따라 발생할 혼란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다할지 똑똑히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 제31조에서 규정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국가의 안정적인 성장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서는 교육이 외부 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 받지 않도록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비롯한 것이다. 따라서, 사학법과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여당과 일부 언론이 호도하듯이 사학의 사유재산화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학설립자들의 건학 이념을 국가와 외부인이 간섭하고 훼손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있다고 하겠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사학들의 과감한 투자와 노력이 우리 교육 현장에서 활력소와 자극제가 되어 왔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명문 사학이 되기 위한 끊임 없는 자기 계발과 채찍질은 타성과 나태함에 젖어 있던 공립교육도 회생시키는 상승효과를 가져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일부 극소수 사학재단의 경영 비리를 바로잡는다는 명분 하에 시작된 사학 개편 시도가 그 본래의 목적을 넘어 부적격한 외부 세력이 교육현장으로 침투해 참다운 교육자들을 무력화시키고 건학이념을 훼손하며, 나아가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적 의식을 길러야 할 어린 학생들을 왜곡되고 편향된 정치적·역사적 이념으로 세뇌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교육의 공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나라가 사학제도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이유는, 교육이라는 것이 원래 개인교사와 도제교육이라는 자율적·사적 영역에서 태생하였다는 역사적인 속성과 함께 국가의 획일적인 통제나 규격화보다는 창의와 자유라는 영역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내재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밝혔듯이, 사학 설립자 및 재단의 재산권도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학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이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사학의 재산에 대한 사용,수익,처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할 수 있는 것이다.

여당이 말하듯이 사학의 사유재산화나 독단적 경영이 문제라면, 이에 대한 엄격한 법적 제재와, 적절한 감시제도와 공시제도를 도입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개인재산을 출연하여 숭고한 정신으로 사학을 설립하여 이끌어나가는 이 시대의 스승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건학 이념을 훼손하여 사학 본연의 모습은 물론, 교육의 독립성 자체를 흔들 수도 있고 사학의 재산권 행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개정 사학법은 위헌임을 천명하고 이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선언한다.  

2005.  12.  13.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강훈, 이석연 변호사
     연락처: 총무간사 겸 사무총장 이헌 변호사(773-9654,  011-357-7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