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오늘(2007. 2. 1.) 모일간지에 보도된 대법원의 과거사 조사와 관련하여, 시변은 사태의 추이를 살핀 후 입장을 표명할 예정으로서, 시변의 기본적 입장은 시변이 2005. 6.30. 이용훈 대법원장의 과거사 조사 발언에 대하여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2005. 9. 30자 시변 성명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성명서(2005. 9. 30)
몇일전 대법원이 과거 시국 사건 판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를 접한 후 신임 대법원장의 취임 당시 우려했던 바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에 대해 그의 재야 법조인 시절 몇가지 오해를 살 만한 행적에도 불구하고, 현 대통령이나 현 정부와의 관계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사법권의 독립을 사수해달라는 비판적 지지를 보낸 바 있기에 더욱 당혹감은 크다.
신임 대법원장의 인지 하에 착수된 것으로 보이는 과거 판결에 대한 재조사 움직임과 발맞추어 사개추위에서는 국가공권력 피해자에 대한 재심특별법의 입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주요 언론과 법조 내부에서는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추는 행위이자 재판의 독립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고, 이에 반하여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환영하는 등 이른바 X-파일 사건에 이어 또 한번의 국론 분열의 화두가 던져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불행한 역사 속에서 사법부 또한 어두운 과거를 가진 적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으며, 그로 인한 억울한 전과자나 피해자가 있다면 재심이나 형사보상청구권과 같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적법 절차에 따라 구제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법치주의 체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할 문제이다. 만약, 과거 판결을 조사하여 지금의 잣대로 그 판결의 부당성을 시비삼고 나아가 당해 판결에 관여한 판사를 인신공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로 우리 헌법의 절대적 가치인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이미 각종 압력단체들이 법관의 과거 판결 경력을 시비 삼아 인사에 간섭하는 등 우려할만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하에서, 대법원 스스로가 법이 정한 재심 절차를 무시하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확정판결의 당부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의 권위와 존재를 부정하는 자해행위임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착수된 과거 판결 조사가 신임 대법원장의 평소 소신에 기한 것이건, 정권과의 교감 하에 소위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위험한 장난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시국사건에 한정된 조사라고는 하지만 조사 자체로서 이미 그 여파는 매우 클 것이고, 그로 인해 법원과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과 공격이 행해질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의 임기를 유지할 뿐인 정권과 대법원장 때문에 대한민국과 함께 영속해야할 사법부의 독립과 사법권의 권위와 권능이 무너지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사수해야 할 것은 바로 정치와 행정의 자의로부터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사법권의 존엄과 위상이며, 이러한 사법부의 존엄과 위상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법률전문가로서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해 불신을 가진다면 그 이유는 사법부가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외압이나 친분관계 등에 따라 판결의 공정성이 훼손당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실력자나 그 핵심 지지자들이 과거 법정에서 좋지 않은 추억과 원한을 가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복과 보은 차원에서 사법권의 폄하와 관여 법관들에 대한 공격을 스스로 자청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정권과 힘(majority)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과거사가 또 다시 반복되는 셈일 뿐이다.
국민들이 진정 사법부에 바라는 것은 권력이나 언론, 시민단체 등의 입맛에 맞는 사과나 굴종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률적 양심에 따른 독립적인 재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법부는 언제 어디서나 떳떳하고 의연해야 한다.
2005. 9.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