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 황당하고도 졸속적인 헌법개정시안에 대한 공개토론회

작성일

: 2007-03-15

알려드립니다

오늘 현 정부의 헌법개정추진위원단에서 14:00부터 정부중앙청사 별관 2층 강당에서 '헌법개정시안에 대한 공개토론회'가 개최되어 시변의 사무총장(이헌 변호사)는 시변을 대표하면서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아 토론자로 참석하였습니다.

그런데 공개토론회 자료집에는 개최측의 요청에 따라 사무총장 등 토론자가 지난 월요일(19일)까지 보낸 토론자료가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또 개정시안을 발표한지 불과 1주일이 겨우 지나는 시점에서 개최되는 공개토론회와 관련하여 주최측에서는 토론자에게 지나친 반대의견을 삼가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헌법개정추진 자체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번 개정시안에 대한 토론만을 권유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한변협의 추천과 시변 대표로 참석한 이 변호사를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만 소개하는 내용으로 자료를 작성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헌법개정추진위원단의 황당하고도 졸속적인 헌법개정시안에 대한 공개토론회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헌법개정추진위원회에 보냈던 토론자료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007. 3. 15.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강훈, 이석연 변호사

헌법개정 시안에 대한 토론자료

이 헌 변호사

노무현 대통령이 연초에 전격적으로 발표한 4년 연임대통령제 개헌제안에 대하여, 일반 국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그 개헌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상당 부분 긍정하면서도, 개헌 제안의 시기와 방법이 부적절하여 차기 정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연임 대통령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를 골자로 하는 이번 개헌시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도 반대의견이 60%가 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임기말 권력누수로 대표되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켜 국정의 안정을 도모하며, 이를 위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만료 시기가 거의 일치하는 2008년에 앞서 올해에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론이 불리하더라도 계획대로 개헌안 발의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라고 하여 전적으로 면책이 되거나 무제한의 자유재량행위가 될 수는 없고, 국민주권의 원리 등 헌법원리에 위배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 통치행위에 관하여 대법원은, “입헌적 법치주의국가의 기본원칙은 어떠한 국가행위나 국가작용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합법적으로 행하여질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합헌성과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권능에 속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북한측에 사업권의 대가 명목으로 송금한 행위가 통치행위라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8 판결).

한편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국민 일부나 정치적 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로서 조직된 공동체의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하여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고 하면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도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04.5.14. 선고 2004헌나1 전원재판부).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안하는 행위가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에 근거하여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으로 행하여져야 하고 헌법원리에 위배될 수 없는 것이며, 이는 국가원수로서 일부 지지자가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하여 국정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지위에서 행사한다고 보는 데에 어떠한 반대 주장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그간 여론조사에 나타난 바와 같이 대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데도 개헌을 추진한다거나, 나아가 국회나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부결될 것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개헌을 추진한다는 것은, 개헌 추진과 같은 국가의사의 결정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와 같은 개헌 추진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 아닐 수 없고, 나아가 이러한 헌법원리에 위배됨에 따라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 그 자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을 금지한 조항은, 그 이론적 근거는 없다고 하지만, 대통령 임기를 중임으로 규정할 경우 그 중임 여부나 3선 개헌 시도를 둘러싼 정국의 혼란을 초래하였던 우리 헌정사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다. 또한 현행 헌법상 5년 단임의 대통령 임기제도는 권위주의 정부에 피와 눈물로써 저항한 국민적 투쟁의 성과로서, 임기연장이나 중임변경에 관한 헌법의 특례조항과 함께 그동안 과거 1인에 의한 장기집권 시도에 따른 정치적 폐단을 예방하고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확립하는데 기여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헌정사가 겪은 1인 독재에 의한 장기집권이라는 뼈아픈 과거사의 경험과, 그런데도 국제정치와 안보적 상황을 토대로 강력한 지도자과 안정적 국정운영을 희구하는 상당수 국민의 정서, 현재 집권여당이 야당이 집권할 경우 과거 권위주의 정부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정치적 주장 등에 비추어 본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 과거 헌정사에 나타난 3선개헌 등 장기집권 시도에 따른 정치적 폐단이 결단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4년 연임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 선호도가 아무리 높다 해도 평화적 정권교체를 보장하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여전히 그 제도적 의미와 실효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앞으로 장기집권의 우려가 없어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체제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

한편 4년 연임 대통령제라고 하여도, 첫 취임후 재선을 위한 인기영합적이거나 단기적인 정책수행으로 오히려 국정안정을 해칠 수 있고, 재선 후에는 현재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경우와 같이 재선되자마자 바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는 폐단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에는 잦은 정권교체과 짧은 임기로 말미암아 오히려 국정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4년 연임 대통령제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레임덕 등 그 부작용을 해소하고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전제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이에 공감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현 정부의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의 주된 원인은, 현 대통령의 미숙하거나 오만한 국정수행, 과도한 언행, 집요한 코드인사 등으로 초래된 국정혼란과 이에 따른 민심이반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가 그 주된 원인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수습방안을 모색하지 않은채, 그저 단임 대통령제도만을 탓하고 권력누수 현상만을 피하기 위하여 대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개헌을 추진한다는 것은, 현재 극심한 권력누수 현상과 국정혼란을 더욱더 심화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루어지게 된다면, 1인 내지 1당 독재정부의 출범을 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이 집권하는 4년 임기 동안 주권자인 국민들은 총선을 통하여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중간평가할 기회 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 이는 국민주권주의 이외에 국민의 정치적 자유 및 선거제도 등 대의민주주의에 관한 헌법원리에 반하는 일이다. 반면 대통령과 다수당이 다르게 되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집권내내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국정혼란이 지속된다. 이러한 상황은 현 정권이 이번 개헌사유로 내세우는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4년을 애타게 기다려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면, 국민간 이념, 지역, 계층간 갈등이 심각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하에서 대선과 총선이 실시되는 그 시점은 국민간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 정권탈취를 위한 극한 투쟁과 내전적 상황 그 자체일 정도로 엄청난 국가적 혼란도 우려된다. 또 우리 국민들이 그간 권위주의 정부시대에서도 총선을 통하여 정권을 심판하고, 대선을 통하여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는 등 평화적이고 제도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여 왔었다. 대선과 총선을 일치하는 경우 우리 국민들로서는 그간 정치적 의사표현 방법에 있어 정권을 심판하던지, 미래를 선택하던지 여부만를 선택하여야 하는 등 정치적 자유를 제한받게 될 것이고, 혁명이나 내란 등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비평화적인 방법에 의한 정치행위를 도모하게 할 우려도 있다.

발제문에서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주요 국가중 대부분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 상당수 국가는 상하 양원제를 실시하는 방법 등으로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발제문의 외국사례 소개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리에 의한다면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등의 임기를 서로 불일치하게 정함으로써 대통령이 다른 권력과의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국정을 수행하게 되므로, 오히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잦은 선거의 폐해를 없애려면 굳이 삼권분립의 원리에 따라 견제관계에 있어야 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 헌정사나 다수 국가의 역사에서 집권자가 개헌안과 결부된 국민투표를 통하여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물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는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고 판단한 바가 있다. 현 정부가 개헌 추진에 몰두한 나머지 국민의 관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이 번 개헌안과 결부하여 국민의 신임을 묻고자 시도한다면, 이는 분명히 헌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할 국가원수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개헌 제안은 정략적이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에는 개헌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던 노 대통령이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느닷없이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특히 이번 개헌시안과 관련하여 대선후보들이 임기 1년을 단축하겠다는 등의 개헌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면 개헌안 발의를 유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하여, 이를 정략적이지 않다고 보는 국민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대부분 국민이 반대하고 정략적이라고 보는 현 정부의 개헌추진은, 국민주권주의, 삼권분립 등 헌법원리에 반하고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책무를 저버리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등 어느모로 보아도 타당하다고 볼 여지가 없다. 개헌안 시안을 발표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이렇게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의 졸속적인 추진방법도 도대체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현 정부는 개헌안 제안에 반대입장인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가지고, 북한 핵과 북한인권 문제, 한미관계 개선, 양극화, 부동산, 실업 등 임기말에 시급하고도 산적한 국가현안에 대한 국정수행에 전념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다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고 알려진 4년 연임 대통령제를 포함한 개헌문제에 대하여는, 현 정부가 무관하게 차기 정부와 국회에서 진지하고도 신중한 논의를 통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이를 토대로 하여 추진하는 것이, 국민주권의 원리와 헌법개정권력이 국민이라는 전제하에 국민투표에 의하여 헌법개정을 확정하도록 규정한 우리나라의 헌법원리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