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2.  타결된 역사적인 한미FTA협상에 관하여, 시변은 국가 미래를 위한 점에서 협상타결 자체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지만,  그 협상내용 중  5년내 3단계 법률시장 개방과 민변에서 제기하는 비위반제소조항 등 부분에 있어서는 시변 내부에서 찬반 논의가 전개중이고, 한미FTA협상에 관한 대한변협의 입장표명도 지켜보고 있는 입장입니다. 

다만  시변의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 어느 책자에 한미FTA 협상에 관한 시변의 기본적 입장을 기초로 기고한 바가 있는데, 작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을 양해하시고,  아래 내용을 참조바랍니다.

이 기고내용에 나타난 시변의 기본적 입장은 독일,프랑스의 법률개장 실패사례와 일본의 18년간 점진적 개방 성공사례를 참고한 최소 10년 정도의 점진적 개방론을 주장하는 입장이었는데, 현 FTA내용 중 법률시장 5년내 3단계 개방은 지나친 조기개방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뉴라이트단체 등에서 추진하는 한미FTA 지지 기자회견 등의 활동에 참여를 유보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이 헌 변호사

기고내용(법률시장 부분)

        이 헌(홍익법무법인 변호사,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1.  머리말

가. 우리나라가 1995년 WTO의 GATS(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상)에 정식으로 참가하고 1996년 OECD의 29번째 회원국이 된 이래 우리나라의 서비스시장에 대한 외국의 개방요구는 지속되어 왔다. 이제 2007년 말로 다시 종료시한을 연장한 도하개발아젠다(Doha Development Agenda, DDA) 서비스무역협상이 진행됨과 동시에 미국 등 개별국가와 FTA 협상도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에 대한 요구와 관심은 국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그 어느 시기보다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나. 특히 미국은 WTO협상과정에서 외국로펌의 합작과 고용까지 허용하는 내용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법률시장 개방을 요구하였고,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 FTA협상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법률시장 개방의 요구를 강력하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법률서비스의 전반적 수준 향상, 외국인 투자 유치의 확대, 법률서비스의 비용 감소, 법률가의 고용기회 향상 등 처우개선 등을 개방 요구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요구는 결국 미국의 법률사무소나 변호사가 국내변호사를 통하여 일반 국내사건까지 취급하겠다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미국 법률사무소나 변호사로 하여금 제한 없는 법률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다. 우리나라의 법률서비스 시장은 우루과이라운드를 거치고 개방화된 국제질서하에서도 굳게 닫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국변호사는 특정 사건에 관하여 우리나라 변호사에게 관련 지식을 제공, 보충하는 내부적 보조업무를 사실상 담당하는 일 외에 독자적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실정이다. 1997년 변호사법 개정으로 외국인도 우리나라의 사법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짐으로써 국내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는 했으나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법률시장 개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 그간 법률시장의 개방에 관하여 대다수 법조인들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 FTA 협상에서 법률시장의 개방도 하나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상당수 법조인들은 이에 관하여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 개방의 내용과 수준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미 FTA 협상에 나타난 미국 측의 강력한 법률시장 개방 요구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법률시장의 개방을 반대하는 측뿐만 아니라, 찬성하는 측에서도 오히려 준비 없는 전면적인 개방은 국내법률시장의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등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법률시장 개방의 현황과 이에 대한 찬반양론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입장에 관하여 법조인의 시각에서 논하고자 한다.

2. 법률시장 개방의 현황

가. 외국의 법률시장 개방 현황

1) 법무서비스의 주요 수요자인 기업의 경제활동이 국제화되면서 다국적 기업 등의 국제활동에 따른 법률자문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되었고, 이에 법률사무소의 국제화와 대형화도 급속히 진행되었다. 대부분 국제거래와 이와 관련되는 자문과 분쟁이 영어로 이루어지고, 영미계 로펌이 자금력과 조직, 노하우 등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관계로 최근 발표된 OECD보고서에 의하면 매출액 기준 세계 100대 로펌 중 최상위 98위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의 로펌이 차지할 정도로 영미계 로펌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2) 법률시장의 개방으로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에 영미계 로펌과 회계법인에 의하여 합병되거나 해체되는 등의 심각한 후유증이 있게 되었다. 독일의 경우에는 법률시장의 개방 이후 영미계 로펌에 의하여 법률시장이 잠식됨에 따라 10대 로펌 중 순수한 독일의 로펌은 1개뿐이고,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 동안 변호사의 수가 2배로 대폭 증가되면서 2002년도에는 변호사의 16%가 자격증을 반납하고, 10% 정도가 부업을 가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3) 우리나라에 법률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는 수차례에 걸친 점진적인 법률시장의 자유화를 진행하였다. 일본의 경우에는 1987년 외국법 자문역의 외국법 자문만을 허용하는 수준에서 개방하였고, 그 후 18년 간 10차례의 관련법 개정을 통하여 자국의 법률서비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면서 단계적으로 법률시장 개방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나. 우리나라의 DDA 서비스협상
 
 1) 지난해 12월 WTO 홍콩각료회의에서 150여 개의 WTO 회원국이 치열한 논의를 벌인 끝에 서비스 분야에 복수적 양허요청(Plurilateral Request/Offer)방식을 도입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당초 출범 당시 DDA 서비스협상의 시한은 2005년 1월 1일까지였으나, 2003년 9월 칸쿤 각료회의의 결렬로 일정이 지연되던 중 2005년 12월 홍콩 각료회의에서 2006년 말로 연장되었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이 무역자유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특히 미국은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포괄적 통상협상권한을 부여받은 무역촉진권한법(TPA)이 2007년 7월 1일 종료된다는 사정이 있기 때문에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 예상된다.

2)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EC, 호주 등 복수 국가의 집단적 시장개방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고, 더 이상 법률서비스시장의 개방을 미루기 힘들게 되는 상황에 봉착하였다. 이는 양자협상 방식을 취하던 DDA 서비스협상이 칸쿤회의가 결렬된 이후에 이제는 다수의 국가가 다수의 국가에 동일한 요구를 하게 함으로써 개방 요구에 보다 힘을 실어주게 되었고, DDA 서비스협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여 더욱더 그 협상의 진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 우리나라의 1차 양허안 제출 

1) DDA 서비스협상은 원칙적으로 Request-Offer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 EU,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으로부터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개방요구’(Request)를 받았다. 이에 우리나라는 2003년 3월 기업 등 법률서비스 소비자와 대한변협 등 공급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1차 양허안(Initial Offer)을 작성하고 이를 WTO에 제출하였다.

2) 우리나라의 법률시장 개방안인 1차 양허안은 제한적 면허방식(Limited Licensing Approach)에 입각하여 외국변호사가 우리나라의 국내자격을 별도로 취득하지 않고도 국내에서 자격취득국법과 국제법에 관한 자문(consultancy)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법자문사(Foreign Legal Consultant, FLC)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였다. 그 주요내용은 ⅰ) 외국변호사는 자격취득국가의 법 및 국제공법에 대한 법률자문을 할 수 있게 하고, ⅱ) 외국 로펌의 국내 지사(representative offices) 설립을 허용하되, ⅲ) 외국 로펌이 국내변호사를 고용하거나 국내변호사와 동업은 금지된다는 것이다.

3) 이 1차 양허안에 따르면 외국변호사가 외국 로펌을 전제로 하지 않은 채 우리나라에 새롭게 외국계 로펌을 설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자격취득국법 및 국제법에 대하여도‘자문’이 아닌 서류 작성, 소송대리 등은 금지된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1차 양허안에 대하여 상당수 요청국들이 긍정적 평가를 하였지만 미국, 호주, EC 등은 국내변호사와의 동업·고용의 허용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라.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1) 우리 정부는 칠레, 싱가포르, EFTA(스위스 등 4개국)와의 FTA에 이어 캐나다, 아세안, 멕시코 등과의 동시다발적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 2월에는 미국과의 FTA 추진 발표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타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구체적 일정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협상개시를 통보한 후 검토기간 90일을 부여하여야 하므로 본격적인 협상은 6월 초순부터 개시되지만 행정부의 협상권한 존속시한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주요 쟁점이 타결되어야 할 것이므로 협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 일부 민감한 분야를 제외하면 보다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FTA가 기존 DDA 서비스협상 수준의 개방에 만족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멕시코가 외국변호사의 지분한도를 제한하기는 하였으나 최초의 개방 시부터 국내변호사와 동업 및 고용을 허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DDA 서비스협상에서 이미 전면개방 요구를 밝힌 바 있었고,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더욱 강도 높게 법률시장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3) 이에 대하여 우리 정부는 아울러 1차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한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하여 금융이나 회계·세무 분야와 마찬가지로 관련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개방 수준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즉 법률시장은 3단계에 걸쳐 개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으로서, 이에 따르면 외국 법률회사는 한미 FTA 타결 직후부터 국내에 사무소를 설치하거나 국내에서 외국 법률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게 되고, 2008년부터는 국내 법인과 업무제휴를 할 수 있게 되며, 2011년부터는 국내 법인과 합작을 하거나 내국인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3.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찬반 양론

가. 한미 FTA 협상에 나타난 법률시장의 개방에 관하여, 현재 각계의 반응은 그들 각자에게 놓여진 입장이나 정서에 따라 나누어진다. 한미 FTA 협상의 조속한 실현을 희구하는 측에서는 미국 측이 요청하는 바에 따라 전면적으로 개방하여야 한다는 주장이고, 한미 FTA 협상에 임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방침이나 법조계의 주류는 법률시장의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내세워 법률시장의 개방을 허용하되 단계적으로 개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법률시장의 개방을 반대하는 측이나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단계적 개방을 주장하는 입장과 그 논리에서 큰 차이가 없으나, 반미(反美)나 기득권수호라는 그들이 처한 입장이나 정서에 따라 반대론이나 중단론을 내세우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나. 전면적 개방론

법률시장의 전면적 개방론은 국제거래가 증대하는 상황에서 외국 법률사무소의 진출로 기업들의 사업환경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증대하고, 그에 따라 외국인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국적기업들이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외국 법률사무소에게 우리나라에서의 합작이나 고용 등 높은 수준의 개방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또 국내기업도 외국 법률사무소의 선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경쟁력이 제고된다는 주장이다. 

다. 단계적 개방론

1) 단계적 개방론은 법률시장 개방의 의미와 목적,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한 현실적인 검증 없이 단순히 한미 FTA 협상의 성사를 위한 수단으로 국내 법률시장 완전개방이라는 단선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즉 우리나라 법조계 현황과 급격한 시장 개방이 초래할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에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서, 결론적으로 전면적 개방이 아닌 단계적 개방만이 살 길이라는 것이다.

2) 이 주장은 자국의 법률산업을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나 중국의 경우, 아직까지도 외국법률사무소에 의한 자국 변호사의 완전한 고용과 합작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특히 일본의 경우, 시장의 초기 개방부터 완전개방에 이르기까지 약 18년 동안 차근차근 단계적 개방을 채택했다는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또한 현재 국제법률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이나 미국의 대규모 법률사무소와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법률사무소들은 경험이나 인원, 자본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되기 어려운 형편이고, 외국 변호사에 의한 우리나라 변호사의 고용 및 합작을 단기간 내에 허용한다면 대다수 법률사무소들이 핵심 인력을 빼앗겨 존속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3) 이 주장은 김앤장, 법무법인 광장 등 국내 10대 로펌들이 올 8월 법무부와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에 전달한 건의문에 나타난 내용이다. 대한변협 측도“18년에 걸친 점진적 개방을 통해 법률서비스 경쟁력도 높이면서 법률소비자의 이익도 극대화한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단계적 개방을 통한 국내법조계의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고 있는 입장이다.

라. 개방 반대론이나 협상 중단론

1) 개방 반대론이나 협상 중단론은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수임료 인하 등 긍정적인 효과는 불투명한 반면, 동업이나 고용이 허용될 경우 국내 법조계가 외국 로펌에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FTA 협상으로 법률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법률시장을 일시에 통째로 미국 로펌에 내어준다는 의미라는 것으로서, 앞 서 본 바와 같은 단계적 개방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논리이다.

2) 여기서 나아가 이들의 주장은 우리나라 정부가 현재 한미 FTA 협상 태도에 있어 법률시장의 개방 의제를 제외시킬 의도는커녕 기존 DDA 서비스협상에서 WTO에 제출한 제1차 양허안 수준의 단계적 개방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련부처인 법무부의 단계적 개방 주장조차 완전히 묵살되고 몇몇 관료들의 무지하고 성급한 판단에 의하여 진행되는 반국가적인 한미 FTA 협상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법률시장의 개방에 관한 바람직한 시각

가. 정치적 음모론의 시각

1) 이 번 한미 FTA 협상 문제에 관하여는 지난 5월 평택에서 무법과 폭력이 난무한 평택미군기지 이전문제와 관련지어 정치적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반미면 어떠냐"는 식의 현 정권의 코드와는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왜 하필이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집권말기에 현 정권이 이 두가지 예민한 문제를 쟁점화 하였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현 정권의 중심세력을 형성하는 변호사단체인 민변 측이 현 정권과의 대결구도에서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와 FTA저지운동을 주도하는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는 또 다른 논거가 되었다. 또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미간 갈등이나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 끊임없이 우리 국민을 친미와 반미라는 갈등과 대립으로 몰고가고 있는 상황이 정치적 음모론을 더욱더 설득력 있게 만들고 있다.

2) 현 정권의 가장 큰 고민과 과제는 내년의 정권연장일 것이고 여중생사망사건 등 여러 반미적 상황으로 큰 재미를 본 현 정권이 내년 대선을 겨냥하여 반미라는 흥행 대박카드를 활용하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FTA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국가적 이익을 논하기에 앞서 이러한 현 정권의 정치적 음모를 도외시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지나친 음모론적 시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으나, 어차피 미국과의 FTA문제는 현 정권이 추진하는 일인 것이고, 또 국익을 도외시하는 그들의 술책도 엿보이는 이상, 또다시 그들의 의도대로 앞으로의 상황이 전개되는 일은 절대로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나.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한 바른 입장정리

1) 시대적 대세가 국제화·개방화라는 사실에 공감하는 한 FTA 협상에서 대두된 법률시장의 개방 그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률시장이라고 하여 국제화·개방화의 예외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한미 FTA 협상이 우리나라의 미래와 이익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반대론이나 중단론에 동의할 수 없다. 더욱이 반대론이나 중단론은 반미라는 정서를 토대로 함은 물론이고, 현 정권에 대한 정치적 음모론과 맞물러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2) 그러나 법률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일본이 법률시장을 개방할 때 그렇게 한 것처럼, 처음에는 외국변호사에게는 당해 외국법을 자문하는 사무실 설치만을 허용하고 상당한 기간(일본의 경우 18년)이 경과한 후 완전개방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갑자기 완전개방을 허용할 경우 미국계 로펌이 절대적 경쟁력으로 단기간에 우리나라 법률사무소를 해체, 병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 변호사가 되면 미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거주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자 한다. 이 숫자는 현재 5,000여명 정도로 파악된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완전개방을 하는 경우에는 독일의 경우처럼 법률시장의 잠식과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법률시장이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법률시장의 일대 혼란은 바로 법치의 일대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법률시장의 완전 개방론에 찬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3) 그런데 FTA협상에 대한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한미 FTA 협상 타결 직후 외국 법률회사는 국내에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국내에서 외국법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게 되고, 2008년부터는 국내법인과 업무제휴를 할 수 있게 되며, 로스쿨의 첫 번 째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1년에는 국내법인과 합작을 하거나, 내국인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완전 개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점진적인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일본의 성공적인 사례와 법률시장의 개방에 따라 미국의 로펌이나 회계법인에게 모두 법률시장을 내주고만 프랑스, 독일의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 정부의 1차 양허안이나 한미 FTA 협상 방침에 나타난 바와 같이 반드시 전면적이 아닌 점진적·단계적으로 법률시장을 개방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개방단계의 기간을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여 더욱더 장기간으로 정하여야 한다.

다. 법률시장의 개방에 관한 바른 이해

1) 얼마전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 중 65% 정도는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 법률시장의 개방을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여론결과는 그 여론조사의 전제가 되는 사실로서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적 여건이 너무나 판이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채 이루어진 잘못된 여론조사라고 본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법계는 성문법주의인 대륙법계를 수계한 국가이어서 불문법주의인 미국적인 법지식과 법리로서는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바로 활동할 수 없다. 또 미국 국민은 법률을 자신의 보호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법을 제재수단이라고 여긴다. 예를 들어 미국 국민은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우리 국민은 아직도 '천냥 빚도 말 한마디면 갚는다'는 식의 법의식에 대한 괴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2) 또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엄청난 변호사 수임료는 한국의 그것에 대하여 결코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 미국 변호사의 수임료가 클린턴 대통령 탄핵이나 OJ 심프슨 사건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의뢰인을 파산지경에 몰고 갈 정도로 엄청나다는 점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미국과는 달리 의뢰인의 이익만을 추구해주는 고용된 총잡이 변호사는 악덕 변호사로 본다. 지사형 변호사를 이상적인 변호사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과거 민주화운동을 행한 변호사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도 하였다. 우리 국민과 언론이 변호사를 포함한 법조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면서 간혹 발생하는 법조비리에 대해 크게 분노하는 이유도 변호사에게는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그 공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3) 그러므로 법률시장의 완전 개방론자가 내세우는 법률서비스의 전반적 수준 향상, 외국인 투자 유치의 확대, 법률서비스의 비용 감소, 법률가의 고용기회 향상 등 처우개선 등의 주장은 법률시장의 서비스업화, 상업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내세우는 것일 뿐,  법률시장의 주역인 변호사에게 상당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 주장인 것이다. 그래서 현 사법제도하에서는 법률시장이 개방되어도 미국의 변호사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변호사나 법무법인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정부와 대한변협 측과의 진지한 대화와 개방단계의 시기조절을 행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의 변호사나 법무법인으로서는 한미 FTA 협상을 계기로 국내 법률시장을 빼앗기지 않음은 물론이고, 그 활동무대도 국내에서 미국까지 넓히는 호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라. 사법개혁에 관하여

1) 현 정권은 변호사집단을 부패와 비리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변호사단체의 의사를 무시하고 현 사법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려는 소위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현 정권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문제점은 그 내용에 있어 하드웨어는 미국식이면서 소프트웨어는 "국민을 섬기는 재판"으로 표방하는 포퓰리즘적 방식이라는 데에 있다. 즉 현 정권이 추구하는 사법개혁의 내용인 로스쿨, 배심제, 구술재판 방식 등은 미국 변호사들이 먹고살기 위하여 고안한 미국식 고비용·저효율의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현 정권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성급하게 사법개혁을 진행할 경우에는 법률시장의 완전 개방시 미국 변호사가 오히려 우리나라 변호사보다 더 경쟁력을 가지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2) 그런데 소수엘리트로 양성되고 정예화된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국제사회의 학문,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례와 같이 로스쿨에 의한 대량배출이 아니라 소수의 인원을 사법시험에서 선발하여 사법연수원에서 양성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법률시장의 개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판제도나 사법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지 않고 가능한 한 유지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변호사가 미국의 로펌이나 변호사에 대해 경쟁력을 가지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과 주장을 단순히 기득권을 지키려는 주장이라고 매도하여서는 아니될 것이고, 과연 무엇이 우리나라와 국민의 이익과 미래를 위한 길인지에 대하여 이를 원점에서 공론화하여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5. 맺는 말

가. 법률시장에 대한 완전개방론은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현실과 외국의 실패사례에 비추어 동의할 수 없고, 반대론이나 중단론도 국제화, 개방화 시대에 역행하고 굳이 정치적 음모론이 아니더라도 무조건적 반미 의식에 터잡은 것이라는 측면에서 정서적으로도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법률시장 개방문제에 대하여는 점진적 개방론의 입장에서 법률시장 개방이 가져올 장점과 단점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법률시장 개방의 단점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며 또한 그 장점을 어떻게 최대화하여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법률시장을 건전화하면서 우리나라 변호사들의 국제진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하여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 무엇보다도 한미 FTA 협상도 협상인 이상 우리 정부로서는 기존 DDA 서비스협상에서 WTO에 제출한 제1차 양허안 수준의 단계적 개방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대한변협 등 직접 이해당사자와 함께 미국 등 상대국의 요구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현실과 외국의 사례를 들어 단계적, 점진적 개방을 반드시 관철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현 정권이 급격하게 추진하는 사법개혁도 법률시장의 단계적 개방과 더불어 그 시기와 방법, 나아가 실시여부에 관하여도 근원적으로 재검토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