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09.  2. 10. 14:00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용산사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자료입니다.

용산사건, 검찰수사발표에 따른 제안

변호사 이 헌(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용산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10년 전인 1998. 12. 23. 조계사에 경찰 6,000여명의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어 총무원 청사를 점거중인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를 강제해산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찰의 강제해산은 법원의「퇴거단행 및 업무금지가처분 결정」에 따른 강제집행이었고, 이에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이 할복자살 위협을 하면서 이번 용산사건의 전철연과 같은 외부의 장애인단체 사람들을 동원하여 강제집행을 방해하였던 데에 따른 것이었다.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는 총무원청사 3층 난간에서 몸에 석유를 뿌리며 분신위협을 하였고, 진입하는 집행관측 용역직원과 경찰에 대항하여 화염병, 가스통, 물통 등이 비오듯 던져졌다.

이 와중에 총무원청사 1,2층은 화염에 휩싸였고, 고가사다리차로 청사 옥상으로 진입하던 경찰특공대원 중 5명이 추락하여 중상을 입은 불의의 사고도 발생하였다.

당시 조계사 사태는 용산사건과 마찬가지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건물 점거와 농성으로부터 시작되어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강제진압으로 종료되었다.

조계사 사태에서 소송 및 집행 대리인이었던 본인으로서는, 경찰 진압과정에서 화재와 인명피해가 발생하였고, 전철연과 장애인단체와 같은 외부세력이 개입하였다는 등 여러모로 이번 용산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다만 농성자측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다를 뿐이고, 조계사 사태 당시에는 법원측 용역직원이 먼저 집행에 나섰고 총무원 청사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스런 상황이었다.

당시 대부분 언론에서는 중생을 계도해야 할 불교계가 세속의 법에 의해 심판받고 강제집행까지 당했다는 것은 불교계의 수치라는 비판을 제기하였다.

무엇보다도 40여일에 걸친 조계사의 점거는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져 공권력의 개입이 불가피하였다는 것이고, 어떠한 폭력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종교 역시 치외법권 지대는 아니라는 여론이 드높았다.

그 이후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조계사 사태는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종권다툼으로 불법,폭력이 난무하였던 조계종단에 반성하고 자중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은 조계종 사태 당시 언론보도에서 공권력 투입이 문제라는 시각은 없었고, 용역직원이 경찰력 행사를 보조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도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용산사건의 바로 40년 전인 1969. 1. 18. 일본 경찰 8000여명의 경찰기동대가 동경대학 야스다강당을 점거하고 농성하던 학생들을 진압하였던 사건이 있었다.

이 진압작전으로 야스다강당이 불타고 농성 학생은 전원 체포되었으며, 이 해 동경대 입시는 중단되었다.

동경대 사건 이후 일본 학생운동은 점점 과격화해지면서 대중들과 유리되어 갔다고 평가된다.

이후 일본 학생운동은 결정적으로 괴멸되는 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요즈음 일본의 학생운동에 관한 보도를 들어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이번 용산사건에서 화염병과 새총에 의한 골프공 등이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로 던져지는 극단적인 불법·폭력 농성을 통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철거민의 불법,폭력 농성으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위험에 놓인 인근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찰이 강력하고 신속하게 진압작전을 수행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본다.

‘묵과할 수 없는 위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찰권이 발동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위해가 중대하고 급박하다는 등 일정한 요건에 있는 경우에는 경찰개입의 의무도 발생하게 된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방치하였다면, 이는 위법행위를 묵인하고 일반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경찰의 고유 직무를 유기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용산사건에 관하여 경찰의 강경진압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강경진압을 불러온 폭력시위를 외면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공정성이나 균형이 잃은 편파적인 것일뿐더러, 지난해 광우병 파동에서 거짓으로 반정부투쟁을 선동한 것처럼, 폭력에 눈감고 반정부투쟁을 선동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광우병으로 인한 불법 촛불시위가 초기의 순수성에서 변질되어 정치화되고 과격폭력시위로 변질되면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던 것처럼, 용산사건과 관련하여 폭력에 눈감은 주장은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만 용산사건에 있어 경찰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어제 검찰 수사결과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더라도 경찰의 과실 내용과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점(2006다6713)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법원은, 불법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시위진압이 불필요하거나 또는 불법시위의 태양 및 시위 장소의 상황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에 비추어 시위진압의 계속 수행 내지 그 방법 등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94다2480).

그러나 대법원은, 전투경찰들이 시위진압을 함에 있어서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하여 그 시위진압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95다23897).

또한 얼마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5년 11월 여의도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 2명이 경찰의 진압으로 머리를 다쳐 사망한 사건에서 불법시위라도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하여야 한다며, 과격시위를 하고 해산명령에 불응한 농민에게 30%, 공무집행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국가에 7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던 바가 있다.

이번 용산사건에서 경찰에게 형사책임이 없더라도 검찰이 밝힌 ‘사전준비나 작전진행상 아쉬운 부분’이라는 데에 대하여 6명의 인명이 희생된 참사로 이어진 화재발생에 있어 진압경찰측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정책적 판단을 하게 된다면, 위 관련 판례를 참조하여 용산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편 유족과 용산 범국민대책회의측은 검찰수사 결과 발표 이전부터 이번 사건의 책임은 철거민을 과잉진압한 경찰에게 있다면서 이미 8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야당과 함께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무조건 믿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은 결코 옳은 태도는 아니지만, ‘농성자 유죄, 경찰 무죄’라는 결과만을 두고 보더라도 앞으로 검찰수사에 대한 편파·부실 수사에 대한 논란이 지난해 광우병 논란과 마찬가지로 재연될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논란이 뜨거운 쟁점이 된다면 이를 종식하기 위하여, 대표적 인권단체이자 특별검사를 추천하고 구성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주도하에 시민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법으로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검증하게 하는 방안도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