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관한 토론

변호사 이 헌(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1. 정치적 파업의 문제

노동조합의 정치적 활동과 관련하여 정치적 파업이라고 함은 정치적 사항을 주장하는 파업을 말하고, 이는 파업의 목적이 개별기업의 사용자가 처리할 수 없는 사항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파업과 구별된다.

정치적 파업에 대하여는 이를 부정하는 견해와 긍정하는 견해로 나누어 지는데, 정치적 파업도 순수한 정치파업과 산업적 정치파업으로 구별되고, ‘정권타도 또는 체제타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의미의 정치파업은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는 국민 일반의 정치생활에 관련된 사항을 유독 근로자에게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보장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노동관계법령의 개폐 등과 같이 근로자의 지위 등에 직접 관계되는 사항을 쟁점으로 하는 산업적 정치파업은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형사상ㆍ민사상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2006도9478 판결).

또한 2009. 4월 울산지법에서는 “노조원들로 하여금 FTA 체결 저지를 위한 근로제공거부를 하게 한 것은 노조가 정치활동의 하나로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일정한 행위를 하게 할 것을 목적으로 행한 것으로서 비록 관련제도의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노동관계 당사자인 사용자가 법률적, 사실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의 범위를 벗어난 이상,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2008노404,975,976,977 판결).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①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②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③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의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④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

법원의 입장은 학설의 입장과 달리 파업의 주된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정부교섭사항의 관철에 있고, 이러한 요구사항이 없었더라면 파업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면, 그 파업은 목적에 있어서 정당성을 인정할 수는 없는 불법파업이라고 하여 정치적 파업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2.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노총

알려진 바와 같이 민주노총의 7개 강령 중 2번째 강령에서 “우리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 제민주세력과 연대를 강화하며, 민족의 자주성과 건강한 민족문화를 확립하고 민주적 제권리를 쟁취하며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한다.”고 하고, 20개의 기본과제 중 3번째 기본과제에서 “우리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 제민주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한다.”고 정하고, 규약 제4조(목적과 사업)에서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1번 사업항목으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제민주세력과 연대 강화”를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제민주세력과 연대강화’에 대한 기본과제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결국 민주노총이 정치적 활동을 추구하고 정치세력화를 강조한다는 점은 강령, 기본과제, 규약에서 이미 명시되었다고 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95년 지방자치제 선거를 시작으로 96년 국회의원 총선과 97년 대통령 선거 등 권력 재편기에 들어섰다. 권력 재편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각 정당 정파는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고, 기존 정당의 보수화가 노골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존 정당의 보수화에 맞서 시민운동과 청년층 중심으로 개혁정당 추진세력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이들은 대중적 기반이 취약하고 민족민주운동을 경시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한계를 안고 있다. 민주노총은 첫째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노동조합법과 선거법을 개정하고 각종 선거에 적극 대응하여 노동자 대표의 정치적 진출을 확대한다. 둘째 민족민주운동을 비롯한 제민주세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확고한 대중적 토대를 구축하며, 궁극적으로는 전체 노동자 대중의 요구와 이해를 진실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노총은 10대 강령 중 5째 강령에서 “우리는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결합하여 노동자의 경제, 사회, 정치적 지위를 개선한다”라고 규정한다. 한국노총의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사례를 내세워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한국노총이 행한 한나라당 정책연대와 민주노총이 추구하는 정치세력화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강령, 기본과제, 규약 등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이를 위한 정당 건설을 추구하고, 지금까지 나타난 그간의 정치적 활동에 비추어 민주노총을 정당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나 사실상 정치단체로 보는 데에는 상당수 국민들도 공감할 것이다.

3. 민주노총의 공무원 노조에 대한 입장

민주노총의 강령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20개의 기본과제 중 8번째 기본과제에서는 “우리는 권력과 자본의 탄압을 분쇄하고 교사, 공무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완전 쟁취한다.”고 하고, 규약 제4조에서 정한 사업으로 “5. 권력과 자본의 탄압과 통제 분쇄, 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 완전 쟁취”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기본과제에 대한 설명으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민주사회의 유지 발전에 있어 없어서는 아니 될,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노동자의 기본권리이다. 그러나 노동현장에는 노동법상의 독소조항을 빌미로 경찰 병력이 투입되고 있고,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구속, 수배, 해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권력과 자본, 언론이 합세하여 각종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붓고 있고,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각종 판례와 행정지침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권력과 자본의 탄압과 공세를 분쇄하고,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 금지 등 현행 노동법상의 독소조항을 개정하며, ILO 조약 제87호를 비준하여 노동기본권을 완전 쟁취한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8. 12. 26. 전원재판부 결정으로 “공무원이 쟁의행위를 통하여 공무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와 특성에 반하고 국민전체의 이익추구에 장애가 되며, 공무원의 보수 등 근무조건은 국회에서 결정되고 그 비용은 최종적으로 국민이 부담하는바, 공무원의 파업으로 행정서비스가 중단되면 국가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크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게 되며, 공공업무의 속성상 공무원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수단을 찾기 어려워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무원에 대하여 일체의 쟁의행위를 금지한「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11조는 헌법 제33조 제2항에 따른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7. 8. 30. 전원재판부 결정으로 “국제인권규약들은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국내의 민주적인 대의절차에 따라 필요한 범위 안에서 근로기본권에 대한 법률에 의한 제한은 용인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근로3권을 제한하는 법 제66조 제1항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고, 그밖에 근로기본권에 관한 국제법상의 선언, 협약 및 권고 등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바 없거나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고 있어 위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성 심사의 척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민주노총은 헌재의 결정으로 합헌적으로 해석되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현행 노동법 조항의 개정을 내세우고, 국제인권규약을 앞세워 공무원노조에 대한 노동기본권의 완전 쟁취를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기본과제나 규약의 변경이 없는한, 민주노총에 가입한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노조의 쟁의행위 합법화 등 초헌법적 주장을 내세우는 투쟁과 활동을 예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4.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우리 헌법 제7조 제2항에서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공무원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 직무상 의무와 청렴의무 등 고도의 윤리적ㆍ도덕적 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바탕 위에서 직업공무원 제도의 보장에 의하여 정치적 중립성, 신분보장, 생활보장을 받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2001헌바55).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에서 정치 운동에 대한 금지 규정으로 두고, “① 공무원은 정당 기타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② 선거에 있어서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 또는 반대를 위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③ 다른 공무원에게 금지된 정치 운동을 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고 함은 집권당의 영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당에 대한 불간섭, 불가담을 의미하고, 이와 같이 정치적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공무원의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지위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 제4조에서는 “공무원의 노동조합과 조합원은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제11조에서는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ㆍ태업 그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며, 이에 위반하는 경우에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에서는 일정한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 정치활동과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교원의 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공무원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정치적 기본 일체를 부정하여서는 아니될 것이고,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 자체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노동자의 요구와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 건설을 추구하는 정치활동을 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충분한 사유가 된다.

또한 민주노총이 공무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완전 쟁취하는 것을 기본과제와 규약으로 정하고 있어 공무원노조에 금지된 정치적 파업을 하려는 의사도 외부에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충분한 사유가 된다.

5.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이에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정치활동과 금지된 파업 등으로 인해 공무원의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지위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민주노총의 강령, 기본과제, 규약 및 그간의 정치적 활동 등을 종합한다면, 민주노총을 정당이라고 볼 수는 없어도 사실상 정치단체라고 할 것이므로,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에서 금지한 정치 운동으로서 기타 정치단체에 가입한 것으로서 위 국가공무원법 등의 조항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