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사법제도개혁 - 변호사관계법에 관하여

                                               변호사 이 헌(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1.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제도 개혁으로서, 한나라당이 제안한 변호사 관계법 개정안의 개요는,

첫째, 법관과 검사가 퇴직한 후 변호사로 개업하거나 법무법인으로 취업할 수 있으므로 법관 또는 검사 출신 변호사 중에서 고액의 수임료를 받기 위하여 법원과 검찰에 자신의 전직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여 사법의 공정성, 투명성을 해치고 사법정의를 파괴하며 사법불신을 초래하고 있어,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법관 또는 검사로 재직한 자는 일정기간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둘째, 변호사 수임료의 상한을 법무부장관이 고시하도록 하며,

    셋째, 법무법인 설립요건을 완화하여 조세포탈을 예방하고,

    넷째, 변호사가 없는 지역에서 개업하는 변호사를 지원하여 모든 국민에게 신속하고 편리한 법률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 무변촌에 대하여

  먼저 개정안에서 변호사 등이 변호사 등의 사무소가 없는 특별자치도, 시, 군 또는 구의 관할구역에 사무소를 두는 경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거나 조세감면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찬성합니다.

  법률서비스는 법원과 검찰청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교통수단이 발전하는 등 의료서비스와 달라 무변촌(無辯村)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으나, 현재 시․군 지역에서 변호사가 1명도 없는 무변촌이 78곳에 달해 지역별 변호사 편중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무변촌 문제를 안고 있던 일본의 경우는 변호사협회 차원에서 다각도의 노력을 진행하여 무변촌이 대부분 해소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무변촌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한변호사협회나 각 지방회가 사회 공익적 차원에서 무변촌 문제 해소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렇지 못한 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조세를 감면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적지 않은 변호사들을 무변촌으로 유인하여 국민에게 신속하고 편리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이바지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덧붙여서, 무변촌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소설치를 확대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입니다.  

3. 법무부장관의 수임료 상한 고시에 대하여

  개정안은 변호사 등이 법무부장관이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들어 고시하는 수임료의 기준을 초과하여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수임료 문제는 기본적으로 변호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인데, 양적으로 확장된 변호사업계의 일부 부정적 행태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때문에 전체 변호사에 대하여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규제를 둔다는 것은 자칫 矯角殺牛의 愚를 범하는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개정안 제안의 기본전제인 변호사업계의 과다한 수임료가 각종 법조비리의 근본원인이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각종 법조비리가 일부 존재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수임료 상한선 제한이 그 해결책이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1000명이고, 로스쿨 도입, 법률시장 개방과 같은 현재의 상황에서 위와 같은 문제는 변호사 사이의 경쟁과 시장원리에 의해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보입니다.

  위와 같은 규정은 법리적으로도 ‘계약자유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지적된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나아가 이는 결국 모든 사건을 국선변호화하는 것과 다름 아니어서 得보다는 失이 많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종래 변호사의 보수 상한선이 대한변호사협회회칙에 규정되어 있었으나 정부의 규제개혁조치의 일환으로 폐지된 바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가 수임료를 결정함에 있어 심급, 사물관할, 공판횟수 뿐만 아니라 증거자료수집 등의 활동에 소요된 시간, 당사자 및 사건관계인과의 면담 및 변론 준비 등에 소요된 시간, 당해 사건의 난이도 등 고려할 요소가 대단히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반영하여 타당성이 인정되는 수임료 상한선을 결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조치라 할 것입니다.

  위와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반영한다면 수임료의 상한선을 설정한다 하더라도 극히 막연하고 추상적인 상한선, 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를 예견하여 아주 높은 금액의 상한선을 설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수임료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은 현실성도 떨어지고 수임료 상한선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아울러, 형사사건을 예로 들면, 최근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고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형사변론의 형태가 질과 양의 측면에서 모두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 등을 반영하여, 현재 형사재판에서의 수임료 산정 방식도 지금까지 고정금 방식(착수금, 성공보수금)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간제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제 방식은 국제적으로도 널리 통용되고 있는 형태로서, 앞으로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더욱 널리 이용될 것으로 보이는바, 특히 시간제 방식에 의한 형사수임료의 경우 그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적 표준에도 부합되지 아니합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변호사수임료가 법제화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형사사건에 있어서 변호사강제주의가 채택되고 있지 않은 이상 형사사건에 관한 변호사의 수임료를 규제하는 것은 경제활동의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변호사 수임료 규제제도는 극히 이례적인 제도로서 외국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데 장차 법률시장의 개방으로 인하여 외국계 법률사무소가 한국에 진출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규제제도가 명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 명백합니다.

  따라서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변호사 수임료 상한선 제한조치로 국내 법률시장을 규제하려는 조치는 지나친 단견(短見)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4. 재조 법조인의 수임제한에 대하여

  개정안은 법관 또는 검사로 재직한 변호사는 퇴직 1년 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 또는 검찰청이 관할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소위 전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제한 문제로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우선, 전관예우 관행을 제도적으로 막고, 사법불신을 해소하기 위하여 법관 또는 검사 출신 변호사의 수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개정안은 위헌시비를 감안하여 사건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간을 예전보다 줄이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참고로, 1980년대의 구 변호사법에는 ‘퇴직 전 2년 이내에 근무했던 지역에선 3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었으나, 1989년 직업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난 바 있음). 먼저, 법관 또는 검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를 개업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구체적인 정실개입 가능성 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1년간 사건 수임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경찰, 헌법재판관 및 헌법재판연구관, 장기복무 군법무관, 공공기관 근무자 등이 변호사로 개업 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법관, 검사 경력자만 차별하는 것이어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사건의 내용, 대상 관청의 규모나 근무인원, 친소관계에 따른 정실개입의 가능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사건수임을 금지함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습니다.

  나아가, 단순히 친분관계를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가지고 있는 법관 또는 검사로서의 경험과 이에 기초한 전문성과 능력을 믿고 변호사로 선임하려고 하는 국민 일반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이를 통해 법률시장의 왜곡과 사법발전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요컨대, 전관변호사의 수임을 제한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하나, 방식에 있어서는 위헌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요한다고 할 것입니다.

  참고로 전관변호사의 수임 제한과 관련하여서는 대안으로 법조윤리협의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2007.3.29. 법률 제8321호로 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변호사법은 소위 전관변호사의 부당한 변론활동을 규제하기 위하여 법조윤리협의회 제도를 신설하였습니다.

  이 제도는 법조윤리의 확립을 위해 사법개혁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수년간 논의를 거친 끝에 변호사법에 신설한 것으로서 아직 그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으로, 전관예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조윤리협의회의 활동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조윤리협의회가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그 활동범위와 권한을 보완․강화하여 보다 실효성 있는 감시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전관변호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5. 법무법인 설립요건에 대하여

  개정안은 법무법인의 설립요건을 법조경력 3년 이상의 변호사 1명을 포함하여 2명 이상의 변호사만으로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있는데, 젊은 변호사들이 자유롭게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법무법인 형식으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이들의 직업의 자유를 충실히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이에 찬성합니다.

  현재 1만 명이 넘는 변호사들 중 경력 5년 미만의 젊은 변호사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경력 10년 이상의 변호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현재의 법무법인 설립요건은 지나치게 엄격하여,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현재 등록된 변호사는 약 11,300명으로 2000년에 비해 2.43배 증가).

  따라서 법조경력으로 법무법인 설립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법무법인 설립 요건을 완화하되, 운영 과정에서 불법이나 법조윤리 위반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규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참고로,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는 경력 5년 미만 또는 35세 미만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청년변호사특별위원회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는 청년변호사평의회가 각 구성되어 있는데, 법무법인 요건 완화는 이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