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 12. 7. 대한변협과 공동으로 주최한 반부패 심포지엄에서 발제한 내용입니다. 

고위공직자비리 실태와 근절책(스폰서 문제 등)

변호사 이 헌(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1. 머리말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상황에 있어서 소통과 통합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자 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한 우파로의 정권교체는 무능함과 편 가르기에 몰두하면서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통합하지 않았던 진보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그러나 우파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지 2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소통과 통합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현 정부의 인사나 정책 수행에 있어 국민과 소통하거나 통합하지 아니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선진화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선진화를 이루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소통과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에 우리 사회에서 소통과 통합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저해하는 요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권력형 비리 또는 고위공직자 비리라고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공직자는 물론이고 국가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고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권력형 비리 또는 고위공직자 비리는 선진화의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공직기강을 무너뜨리고 민주적 법치국가의 근본가치를 파멸시키며, 사회의 존립기반을 붕괴시키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사적으로도 높이 평가되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이면으로 권력자들의 도덕적ㆍ윤리적 해이, 사회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식의 실종이라는 어두운 모습이 나타났다. 또한 정당성이 결여되거나 무능하고 편향된 정치권력과 고위공직자들이 정책을 추진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검은 돈과 결탁하는 등 비리가 만연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부패척결의 의지를 천명하면서 출범하였고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으나 역대 정권은 모두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판명되었고, 가장 깨끗한 정권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노무현 정권 조차 대통령 본인과 일가 및 측근의 권력형 비리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정권교체기마다 감찰, 감사원의 사정활동과 청문회 등을 통하여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이 반복되고 있으나, 부패와 비리의 골은 여전히 깊은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도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을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12번째로 선정하였고, 수차례 “공직사회의 부정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부각된 스폰서 문제나 거의 매일같이 공직자 비리사건에 관한 보도를 접하게 되는 현실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사회의 부정이 척결될 것이라고 믿는 우리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이 고위공직자 비리가 일상화된 것은 전체 국민의 도덕성이나 시민의식의 성숙도와도 관련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정권과 고위공직자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제도가 결여되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아니함으로써 고위공직자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데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에 그동안 드러난 권력형 비리 등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실태와 역대 정권의 반부패정책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등 조사결과를 토대로 하여,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근절방안을 법조적인 관점에서 모색하기로 한다.

2.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실태

가. 고위공직자 비리의 개념

(1) ‘고위공직자 비리’라고 함은, 고위공직자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고위공직자 비리는 권력 비리로 받아들인다. 또한 ‘부정부패’라고 함은 보통 정치윤리나 공직윤리에 저촉되는 일탈행위를 말하므로, 고위공직자 비리는 권력 비리나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고위공직자’라는 개념에 대해 2006. 7월부터 국가공무원법 제2조의2의 개정으로 시행된 고위공무원단으로서,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및 관리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실ㆍ국장급과 이에 준하는 공직자라고 볼 수도 있으나,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공직자윤리법 제3조에서 재산등록의 의무자로 정한 4급 이상의 공무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보다 좁은 의미에서 고위공직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입법화한 부패방지법(2008. 2. 29.「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폐지)에서 고발 및 재정신청의 대상으로 정한 고위공직자로서, ‘차관급 이상의 공직자, 특별시장·광역시장 및 도지사,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법관 및 검사, 장관급 장교, 국회의원’이 이에 해당한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려던 ‘공직부패수사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에서 정한 고위공직자로서 ‘교육감, 감사원·국가정보원·부패방지위원회 국장급 이상,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대통령경호실 부장급 이상, 국세청 국장급 이상, 지방국세청장, 대통령 임명직위 공직유관단체장’도 그 대상으로 추가된다.

(3)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관하여는 넓은 의미로는 고위공직자에 의하여 행해지는 일체의 불법 부당행위로서, 공직자로서의 의무위반행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불법행위 또는 비윤리적인 행위까지도 포함한다고 볼 것이다. 이보다 좁은 의미로는 고위공직자의 직무위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고위공직자가 직무상 의무에 반하여 사익을 추구하거나 공익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고, 이에는 형벌법규 위반행위 이외에도 행정법규 또는 공공기관 내부규정에 의하여 징계를 가할 수 있는 행위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가장 좁은 의미로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행위만을 의미하는데, 이에는 형법상의 직무범죄에 한하지 않고 특별형법상의 직무범죄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4) 공무원 비리에 관하여는 '부패'라는 용어로 흔히 사용되는데, 구 부패방지법 제2조 제3호에서는 부패행위에 대해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공공기관의 예산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말하고, 나아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5)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대하여 좁은 의미로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구조화된 부패현상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일반국민에게는 고위공직자 본인 뿐만 아니라 친인척 또는 측근 비리는 이에 포함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또 더 넓은 의미의 비리로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자녀 국적, 병역, 자신의 재산 형성과정 및 학위논문 등 도덕성과 윤리성의 문제도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포함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고위공직자 비리란 고위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공직자윤리에 위반된다는 의미로서 자기 또는 제3자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권한을 오남용하는 일체의 행위로서 정치적ㆍ윤리적 의미의 비리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6) 대법원은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면서,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여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히 의무위반행위나 청탁의 유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뇌물은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또 정치자금, 선거자금, 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치가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갖는 한 뇌물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던 바가 있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8 판결 참조).

나. 고위공직자 비리의 일반적 유형

(1) 2008년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의하면 전체 공무원 범죄자 10,147명 중 공무원직무범죄자는 1,100명이고, 이중 4급 이상은 98명, 2급 이상은 17명이다.

최근 국세청 국장이 부인이 경영하는 갤러리의 그림을 강매하는 방법으로 세무조사 대상 기업의 편의를 봐주고 재산상 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었고, 그 부인은 “한상률 국세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이던 남편에게 국세청 차장 자리를 제의하면서 3억원을 요구하고, 여권 실세 의원을 상대로 유임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하여 현재 이 사건은 정치권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국세청 차장 시절에 당시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인사로비를 위해 시가 3000만원 안팎의 그림을 선물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표를 제출하고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이다. 또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부하에게서 인사 청탁 명목으로 현금 7000여만원과 1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림로비, 매관매직이라고 불리우는 이 사안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먹이사슬과도 같은 관행으로 아직도 상존하고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할 것이다.

(2) 고위공직자의 비리 유형을 획일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원인을 살필 수 있는 기준으로 생계형, 치부형, 권력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생계형 비리는 공무원의 보수만으로는 기본적 생활을 영위하는 데 곤란함이 있어 부정한 소득으로 가계를 이어나가는 형태이다. 치부형 비리는 공직을 치부와 축재의 수단으로 삼아 상대방을 협박한다거나 뇌물을 거부하지 아니하고 수수하는 형태이다.

권력형 비리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 그야말로 고위직 공무원이 직접적ㆍ간접적으로 그 직무와 관련하여 자신의 공직을 이용하여 치부와 축재를 하거나, 자기와 관련된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공직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이라는 신분을 악용하여 부정과 이권에 개입하는 것도 이 유형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생계형 비리는 주로 하위직 공무원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얼마 전 참여정부 시절의 청와대 홍보수석이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는 행위는 권력형이 아니라 생계형 범죄에 연루된 것이라고 하여 거센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3) 또한 공무원 비리의 유형은 크게 주체와 수단에 따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행위주체로 인한 분류로서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이 행하는 정권주체의 부패와 비현실적인 행정규제에 의해 야기되는 행정기관 주체의 부패, 정치인ㆍ고위관료가 포함된 권력부패와 관료부패로 나누어질 수 있다. 부패수단에 의한 분류로서 친한 사람에게 우선하거나 유리한 결정이나 조치를 행하는 정실형으로 이는 거래형 부패의 기초가 되고, 불리한 결정이나 조치를 구실로 금품 등을 강요하는 위협형으로 이는 공무원의 재량이 너무 지나치거나 비현실적인 행정기준이 이를 야기하게 되며, 그 이외에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하여 사기나 횡령 등을 행하는 사기형, 어떤 행정적 조치나 묵인의 대가로 받는 거래형으로 나눌 수 있다.

다. 고위공직자 권력형 비리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유형

(1) 대통령과 측근의 권력형 비리 유형

① 우리 국민은 역대 정권 하에서 예외 없이 모두 대통령 본인 혹은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비리들을 경험하였다. 대통령 본인의 비리는 물론이고, 그 친인척과 측근들이 연루된 비리들이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대통령과 아들, 그리고 친인척과 측근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②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은 새마을운동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었고, 형인 전기환은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과 관련한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사촌과 처남 등 친인척들이 각종 비리로 대거 구속되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남인 박철언 전장관은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되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은 기업인들에게서 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③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은 이권청탁과 정치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삼남인 김홍걸은 사업자 선정 관련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각 구속되었다. 도덕성을 정권 유지의 가장 큰 가치로 내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 친인척, 측근들은 박연차 회장과 연루된 비리 사건들이 드러났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영부인의 사촌언니가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다.

④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 특징은 아래와 같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로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도덕성 부재에서 발생한 비리라는 것이다. 둘째로 대통령과 친인척 부정ㆍ비리행위를 감시ㆍ감독하고 견제하는 사정기관의 역할부재에서 발생한 비리이고, 셋째로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국가의 중요정책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나타나는 비리라는 것이다. 넷째로 대통령과 친인척의 비리를 통제하고 수사할 수 있는 기구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여 나타난 비리라는 것이고, 다섯째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가 대통령의 권한을 더욱 집중시켰고, 대통령의 창구 역할을 하는 친인척과 측근들을 통해 이권개입과 청탁을 위해 불법적 거래관계가 형성된 비리라는 것이다.

⑤ 이 권력형 비리의 특징에 관한 내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이 비리로 구속되는 시점에서 시민단체가 개최한 ‘권력형 비리, 어떻게 척결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의 주제발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이라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권력형 비리의 특징에 나타난 사항은 결국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2) 역대정권의 권력형 비리 유형

① 역대정권의 권력형 비리로서, 제1공화국에서는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중석불 불하사건(민간업자가 정부로부터 중석불을 공정환율의 6천대 1로 불하받은 후 이를 되팔아 폭리를 취하고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사건), 국방부 원면사건(미국으로부터 원조받은 군인 동절기 원면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한 사건), 산업금융ㆍ농업금융 채권 사건(3.15 부정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 발행)이 있었다. 이 시기는 대체로 비리 척결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고, 그 범위도 협소하였다고 평가된다.

② 제3, 제4공화국에서는 4대 의혹사건(새나라자동차, 증권파동, 워커힐 공사, 빠찡꼬), 3분 폭리사건(특정기업에 밀가루, 설탕, 시멘트 수입독점권 부여), 금융특혜 사건(1963년 선거를 앞두고 3대 재벌에 금융특혜)이 있었다. 이 시기는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에 접대, 향응, 촌지를 주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떡값’이라는 명목의 뇌물을 불법으로 생각하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③ 제5공화국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 대 비자금 조성), 새마을운동 비리(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의 공금 횡령), 명성사건(은행의 사채성 예금을 변칙적으로 조달하여 뇌물 제공), 이철희ㆍ장영자 사건(전 전 대통령 처삼촌 이규광의 지원으로 7,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금융부정사건), 일해재단 설립비리(장세동 전 경호실장 주도로 대기업으로부터 598억원의 기부금 조성), 영동사건(조흥은행을 통해 1,600억원대의 부정어음 발행) 등이 있었다. 이 시기에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금은 정권 유지에 사용되거나 개인적 치부로 이용되었고, 정치권력의 핵심은 학연, 지연, 혈연을 통해 정경유착을 심화시켰다고 평가된다

④ 노태우 정부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 대 비자금 조성), 수서비리사건(한보그룹에서 로비활동으로 수서지구의 용도변경을 통해 주택조합에 매각), 율곡비리(차세대전투기의 기종 변경을 통해 리베이트 수수), 슬롯머신 비리(업소로부터 비자금을 조성하여 현직 의원과 고검장 등에게 불법로비)가 있었다. 이 시기는 공직자 집단의 허술한 조직운영과 기강해이로 대형 비리가 발생하였고, 대기업은 학연, 혈연 등이 아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종속관계를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한보그룹 특혜대출사건(한보그룹이 금융권의 특혜를 위해 여야당 위원들에게 자금 제공), 김현철 사건(대통령 아들인 김현철이 비자금 관리 및 케이블, PCS 사업자 선정에 이권 개입), 경성그룹 특혜대출사건(여야 의원과 청와대 수석이 한국부동산신탁에 경성그룹의 불법대출 및 특혜지원 등의 압력 행사)이 있었다. 이 시기는 강력한 반부패정책의 시행으로 정경유착의 비리가 표면으로 돌출되었고, 혈연 및 학연을 통한 사건이 많이 발생하였다고 평가된다.

⑥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린다김 사건(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의 로비스트인 린다김이 국방부장관 등 고위공직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정보파악), 옷로비 사건(검찰총장 부인이 외화밀반출 혐의가 있는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으로부터 고급 옷을 받음) 등이 있었다. 이 시기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개혁 정책에도 특정지역, 벤처기업, 기업브로커를 통한 정경유착의 일면이 드러났다.

⑦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측에게 당시 환율 1,000원 기준으로 62억원이 전달되었다는 것으로서, 그 내역은 아들 노건호의 미국 주택구입비 100만달러와 사업비 500만달러, 2억원의 명품시계라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은 농협중앙회에 세종증권의 인수를 성사시킨 대가로 30억대의 통장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고, 집권 초기에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가 돌려주는 비리가 드러났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내연녀 신정아를 위해 기업의 돈을 갈취하는 등 권력남용을 행하였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SK 회장으로부터 22억원을 받는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권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렴과 도덕성을 강조하던 참여정부의 위선적 형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허탈감과 절망을 느꼈다.

⑧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출범 초기에 장관 후보자 3명과 청와대 수석이 부동산이나 도덕성에 관한 문제로 낙마한 데에 이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는 스폰서 문제로 낙마하였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과 4대권력 기관장들 35명 중 17명이 실정법을 어긴 혐의가 있고, 이 중 세금 미납의 소득세법 위반이 8명,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이 7명, 재산신고 누락이 4명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 시스템에 대해 기본적인 검증이 부실하고 인사 시스템 자체가 부재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점을 지적된다.

박연차 회장의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의 관련인사들이 청탁을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구속되기도 하였고,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부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고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사실로 벌금 150만원의 판결이 선고되어 교육감 직을 상실하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실용을 강조하고 능력만을 중시하여 도덕성이나 비리 문제에 소홀히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고, 이렇기에 고위공직자 비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지 않으면 아니될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라. 역대 정권의 반부패정책

(1) 제5공화국 이전의 반부패정책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에서는 중앙정부의 공무원 사정체계는 회계감사로서 심계원이, 직무감찰은 감찰위원회가 담당하였다. 제3공화국과 제4공화국에서는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기반으로 한 부정축재처리법으로 비리 척결의 범위를 확장하고 공직자 비리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심계원과 감찰위원회를 통합하여 감사원이 설치되었으며, 정권의 주도하에 대대적인 반부패운동인 서정쇄신운동을 추진하였다.

(2) 제5공화국과 노태우 정부의 반부패정책

제5공화국에서는 공직윤리와 관련한 대표적인 법인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하였고, 사회정화위원회가 반부패운동을 주도하였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정부합동특감반을 설치하였고, 후원회의 기부한도를 정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고 수뢰금액 및 법정형을 강화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강화하였다. 이 시기는 운동, 구호 중심의 정책으로 교화적인 수단에 치중하였다고 평가된다.

(3) 김영삼 정부의 반부패정책

김영삼 정부에서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고, 금융실명제 및 부동산실명제를 실시하였으며, 부정방지대책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정보공개법을 개정하였으며, 영수증 보고 및 지정기탁금제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였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강화하였다.

이 시기는 부패문제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법과 제도 중심의 반부패정책을 수행하였으며, 과거 부패에 대한 사정과 정치자금 등 정치부패에 집중하여 역대 대통령 중에서 부패방지와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제도의 수용여건이 미흡하여 상당부분이 형식화되거나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고 평가된다.

(4) 김대중 정부의 반부패정책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어 장관에 대한 청문과정에서 각종 도덕성 문제가 부각되는 등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윤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부패방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을 제정하였고, 부패방지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부고발자제도를 운영하였으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강화하였다.

이전의 정부와 비교하여 부패방지 및 윤리 제고에 있어 다양한 법과 제도를 통하여 대응하였고, 돈세탁방지법을 제정하여 음성적인 자금의 유통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의미 있는 부패방지의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된다.

(5) 노무현 정부의 반부패정책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패방지 및 윤리제고와 관련된 많은 활동이 이루어졌고, 많은 영역에서 부패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개정되었다. 부패방지와 관련된 중장기계획이 수립되고 부패방지 관련정책을 총괄 조정협의하기 위한 조직으로 대통령 소속으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가 설치ㆍ운영되었고, 부패방지 통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어 종합적인 정보관리와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부패를 청렴 개념으로 확대하고,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하여 백지신탁 제도가 도입되었으며, 정보공개의 범위와 재정신청의 범위를 확대하였고, 정치관계법을 개정하였다.

(6) 이명박 정부의 반부패정책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여 추천직 금융통화위원도 재산을 등록, 공개하도록 하였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개정하여 뇌물사범에 대해 징역형 이외에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도록 하였다.

한편 부처 통폐합의 목적으로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하여 국민권익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이에 대해 옴브즈만 제도의 성격을 가지는 유사한 기구를 통폐합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성격을 달리하는 기관의 통폐합으로 부패방지 관련 정책의 추진이 어렵게 되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대립되고 있다.

3. 공직자 비리에 대한 인식

가. 국제투명성기구의 발표

(1)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지난 11월 10일 발표한 2009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5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0.1점 하락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180개국 중 브루나이, 오만 등과 공동 39위에 이르는 것으로 지난해 순위인 단독 40위와 별 차이가 없다.

(2)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서, 조사대상 국가에 거주하는 전문가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기업인과 애널리스트 등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그 점수가 10점에 가까울수록 청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선진국들이 보통 7점 이상인 반면, 우리나라는 2005년에 5점대에 이르러 정체상태에 있다.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부패인식 정도는 선진국 수준과는 그 격차가 상당하므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로서는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3)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부패인식 수준이 하락한 것은 최근 각종 반부패정책이 실종되었던 것을 반증하고, 지난해 국가청렴위원회의 통폐합, 자발적 합의에 의해 추진한 투명사회협약의 파기, 현 정부 초기에 반부패를 일종의 규제로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강조하지 않았으며, 권력 상층부와 고위공직자의 끊임없는 추문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 등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4) 또한 이에 대하여 국가권익위원회는 국가 청렴순위 39위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우리의 목표청렴수준에 비해 아직도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고, 국가순위가 상승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반부패ㆍ청렴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사회 전반에 청렴문화가 확산된 결과라고 평가하였다.

나. 국가권익위원회의 조사자료

(1) 공직자의 부패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은 국가권익위원회의 조사결과에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 5.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표한 부패인식도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내 거주 외국인의 50.5%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하여 내국인의 인식(57.1%)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2) 또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는 한국사회의 부패발생원인에 대해서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34.5%)가 가장 큰 원인이고, 다음으로 ‘각종 부패를 유발하는 법ㆍ제도와 행정규제’(18.5%)라고 응답하였다. 특히 조사대상 외국인의 5.5%는 지난 1년간 공무원과의 업무관계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3) 또한 국가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1. 19. 발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일반 국민의 57.1%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기업인은 40.9%, 공무원은 3.1%만이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부패유형으로는 ‘직위를 이용한 알선ㆍ청탁’(33.0%), ‘금품수수’(18.0%)라는 것이고, 일반국민 2.5%, 기업인 19.3%가 지난 1년간 공무원과 업무관계에서 ‘금품ㆍ향응ㆍ선물’을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4) 그 제공의 형태로 ‘유흥접대’(39.3%), ‘상품권’(36.3%), ‘현금’(35.6%) 순으로 응답하였고, 금품을 제공하게 된 동기로 일반국민은 ‘관행상 필요하다는 주위 권유에 의해서’(34.3%)가 가장 많았고, 기업인은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34.8%)가 가장 많았다. 우리 사회의 부패발생의 원인으로 일반국민은 ‘부정부패에 대한 관대한 처벌’(24.1%), 기업인은 ‘부패를 유발하는 법ㆍ제도와 불합리한 행정규제’(29.3%)라고 응답하였다.

(5) 그리고 국가권익위원회가 지난해 9월 여론선도층(510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결과에서 공무원들의 전반적인 부패수준은 40.8%가 부패하다고 응답하였고, 입법ㆍ정치 분야의 부패가 67.8%로 가장 높았다. 공직사회의 부패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28.4%)를 지적하여 국내 거주 외국인의 조사결과와 동일하였다.

다. 공직자 비리 인식에 대한 입장

(1) 이와 같은 공직자 부패에 대한 국내외 인식 조사결과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신흥 민주주의 국가 중 부패 방지분야에서 드문 성공사례이나 경제규모 등에 비추어 국가청렴도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고, 국민들도 여전히 우리 사회가 부패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어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라는 국가위상에 맞는 국가청렴도 제도가 시급하다는 입장이 표명되었다.

(2) 이에 선진 일류국가의 도약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부패수준의 개선과 우리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응하는 정부의 투명성 향상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부패관련 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체계의 확립과 국민들이 부패하다고 인식하는 취약분야의 제도개선 등 사전 부패방지시스템의 강화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 표명되었다. 그 이외에 제도적인 측면에서 부패관련 사안으로 재선거,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정당의 공천 금지, 법조인 등 직능단체의 윤리강령 내실화 등의 정책과제도 제시되고 있다.

라.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대책

(1) 고위공직자만의 부패수준만을 내용으로 하는 조사결과는 살펴볼 수는 없으나, 거의 매일같이 언론을 장식하는 것이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관한 보도이다. 이에 실제로 우리 국민들이 인식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패의 정도는 이와 같은 조사결과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국가권익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 우리 국민이나 외국인이 공무원 부정부패의 가장 큰 발생 원인으로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를 들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향후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의 강화’(38.7%)로 ‘부패를 유발하는 법, 제도와 행정규제 개선’(17.4%)이라는 응답보다 압도적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부패방지를 위한 우선적 해결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에서는 ‘구성원의 직업적 윤리의식 확립’(8.2%), ‘부패방지 감시기능의 강화’(4.9%), ‘부패방지를 위한 처벌강화’(4.3%)로 나타났다.

(3) 이에 우리나라 공직사회는 일반국민의 인식이나 사법기관의 처리에서도 부정부패가 매우 구조화되어 있어 정부의 강력한 반부패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가 감소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법원에서 뇌물과 직권남용 등 공무원범죄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비율이 낮고 실형의 경우 법정형 하한선에 머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행유예의 비율도 50%가 넘는 등 온정주의적인 사법처리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8년 대검찰청의 범죄통계표에 의하면 공무원범죄의 경우 1,100건이 입건되어 이중 5.4%인 59건이 기소되었고 이중 1.5%인 16건이 구속ㆍ구공판되었으며, 이 중 82.9%는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었고, 사법연감에 의하면, 공무원 직무에 관한 범죄가 판결 사건 688건 중 225건이 제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는 것이다.

(4) 아무리 훌륭한 법제도가 마련된다고 하여도 법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고, 그 적용이 철저하지 못하다면, 그 법제도의 실효성이 없는 것이고, 공직자 비리는 만연되고 사회적 관용이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공직자 비리의 대표적인 뇌물죄를 예를 들어본다면, 뇌물죄에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여 엄격하게 처벌하고 함부로 사면하지 않는다면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뇌물을 주어도 자신에게 이득이 없다면 뇌물을 주는 행위는 사라지게 될 것이고, 뇌물을 받아서 자신에게 엄청난 불이익이 있다면 뇌물을 받는 행위는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4.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근절책 제시

가.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책 일반론

(1) 그동안 정부의 공직자 비리의 척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대형 비리사건 등을 통하여 상당수 국민들에게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서의 규제와 비리유발적인 제도의 근원적인 개혁 없이는 비리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고 비리문제를 역대 정부의 적발, 처벌 방식이 아닌 정책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들게 되었다. 또한 비리 문제의 해결이 없는한 국제경쟁력 확보나 선진국으로 가는 데에 장애가 된다는 인식이 들게 되었다. 이에 비리문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구의 설치와 제도적 장치에 관한 논의가 제기된다.

(2) 한편 위에서 살펴본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 우리 국민들은 권력형 부패 사건에 대하여는 공정한 처리보다는 정치적으로 처리되었다고 인식하거나 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집권세력이 개입된 권력형 부패 사건이 정당하게 처벌되지 않는다는 국민적 의혹이 언제나 해소되지 않고 끊임 없이 제기되었다. 그동안 부패나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 측근이나 고위공직자들은 형집행정지 또는 가석방의 형식으로 풀려나고, 얼마 후 사면되는 것이 반복되어 왔다.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사면ㆍ복권되는 것은 그 자체로서 권력형 비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3) 얼마 전 하위직 공무원의 보조금 억대 횡령 사건이 잇따르자 행정안전부에서는 100만원 미만이라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하고 위법 부당한 처분을 한 경우에는 모두 중징계 의결 요구대상으로 하고,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위법 부당한 처분 여부 관계없이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대법원에서 경찰공무원이 받은 돈이 1만원에 불과하더라도 위 금품수수행위를 징계사유로 하여 당해 경찰공무원을 해임처분한 것은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던 바가 있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두16274 판결 참조).

(4) 그러나 고위직 공직자나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등은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처벌되지 않았고, 설사 처벌을 받더라도 사면과 복권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자 경험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나타난 바와 같이 고위공무원 비리의 원인인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를 근본적으로 변모시켜야 할 것이고, 비리문제의 해결을 위해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고위공직자가 비리를 저지른 것이 드러나면 가차 없이 처벌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고, 오히려 고위직이고, 권력층일수록 더욱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인 인식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법조적 측면에서의 확실한 근절책일 것이다.

나. 고위공직자 비리의 현실(스폰서 문화)

(1) 지난 7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 주변의 스폰서 문화가 전면적으로 부각되었다. 2006년 법조비리가 발생할 당시 검찰은 “장기간 친인척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회식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받는 이른바 스폰서 문화가 잔존하고 있다‘고 밝혔던 바가 있다.

지난 7월 법무부에 징계 청구된 검사 6명 중 대부분은 스폰서와 관련되는 검사들이었다. 이중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부산고검 검사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스폰서는 박연차 회장이었다. 지난해 한 지청장에게 법인 카드로 1억원 가까이 사용하게 한 스폰서는 그 검사의 15년 스폰서이었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스폰서는 추석과 설, 여름휴가, 연말과 경조사에 어김없이 현찰을 건네고, 직급에 따라 부장검사에게는 500만원, 평검사에게는 200만원이라는 식으로 용돈을 준다고 한다. 또 검사들이 술집과 일식집을 마음껏 이용하게 하고 계산은 매월 말 스폰서가 한다는 것이다. 1998년 발생한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에서 판사 15명이 변호사 14명으로부터 명절 떡값,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원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판사 8명이 사표를 제출하고 의정부지원장도 법원을 떠난 일이 있었다. 2006년에는 전주지법 군산지원의 소장 판사 3명이 지역유지와 가까이 지내면서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 스폰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골프장을 하거나 건설업을 하는 사람치고 검사 스폰서가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나라에서 사업하면서 검찰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다. 돈을 버는 것에 도움이 되면 무엇이든 하는 사업가들이 검사가 사업에 이용가치가 없으면 돈을 주겠느냐”고 반문하였다고 한다. 부탁이 없는 스폰서란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검사가 스폰서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느 현직 검사는 “검사들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스폰서 문화는 검찰이 끊어야 할 악습이다. 스폰서들이 검사의 승진 등에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 관계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3) 스폰서가 건네는 ‘떡값, 전별금’ 등의 촌지는 사실상 뇌물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그 액수가 소액이라는 점과 특별히 직무의 대가라기보다는 업무처리상의 편의 또는 평소 관리차원이거나 관계 개선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직무에 관한 대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대부분 뇌물죄 적용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친분관계가 있는 건설사업체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9700만원 상당을 사용한 사실로 해임된 전 부산고검 검사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급여감액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이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및 향응을 받은 경우에 해당되므로 퇴직금을 감액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던 바가 있다.

(4) 법관이나 검사는 인권의 최후보루로서 공정성이 그 생명이자 본질이다. 이에 구 부패방지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에서 법관과 검사를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관윤리강령에서는 청렴성에 관한 규정이 있고, 청렴성은 공정성과 직접 관련되는 것이므로 법관은 선물, 접대, 향응, 촌지, 떡값, 전별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도 정당하지 않은 경제적인 이득을 얻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또한 검사윤리강령에서는 사건관계인 또는 변호인과 사적 접촉금지, 법조 브로커나 사건관계인과 교류금지, 직무의 부당이용이나 부당한 알선, 청탁 및 법적 분쟁 관여금지, 금품수수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5) 스폰서가 건네는 금품이나 향응에 대하여 공무원에게 높은 직업윤리가 요구되고 공무원에게 청렴의무가 부과되는 이상, 이를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대상이 되도록 별도의 구성요건을 신설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7조 공직자의 청렴의무, 제8조 공직자의 행동강령 등 일반조항에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이 어려운 부분을 보완적으로 적용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공무원윤리법이나 법관윤리강령 및 검사윤리강령에서 받을 수 있는 선물과 받을 수 없는 선물을 구분하여 금지된 선물을 받았을 때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신고하여 법에 따라 반환하거나 보상받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대해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사법기관에 대한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다.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의 제도적 대책

(1) 고위공직자 비리의 근절책은 권력형 비리의 특징에서 제시된 바에 따라, 첫째로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 회복되어야 할 일이고, 둘째로 고위공직자를 감시ㆍ감독하고 견제하는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할 일이다. 셋째로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친인척들이 인사나 중요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넷째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통제하고 수사하는 기구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로 대통령의 권한이 집중되는 체제를 개혁하는 일이다.

(2) 이에 국민의 봉사자인 고위공직자에게는 자신 또는 자신의 친인척과 관련하여 공직수행 여부를 불문하고 명백히 위법ㆍ부당한 행위 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의 도덕과 윤리에 벗어나는 부정ㆍ비리행위를 단호히 배격할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그 비리행위가 제기되었을 때에 엄정하면서도 공정한 재판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조치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공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를 바로 세우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재산목록만을 등록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재산의 형성, 취득 과정과 시기, 자금원 등도 밝히도록 하고, 직계비속이라도 피부양자가 아니면 재산등록을 거부할 있는 조항을 폐지해야 할 것이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결과를 공개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독립기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에서 일반조항으로 ‘부정한 자금ㆍ이익 등의 수령’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법에서 정해진 절차를 벗어나 법에서 허용한 액수를 초과하는 금품의 수수에 대하여 그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금지하며, 형사처벌 등의 제재를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그렇게 된다면 고위공직자에게 제공된 금품이 사회관습상 용인되는 떡값인지, 뇌물인지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법리논쟁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3)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하여는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나 유관기관의 비리행위에 대한 적발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사정기관의 감시ㆍ감독능력을 향상시키고, 감시ㆍ감독기관의 상호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또한 비리를 제보한 자에 대한 포상금 인상과 제보자 신원비밀 보장을 강화하여야 하며, 제보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보는 사회문화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에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 신뢰성 있는 감시, 감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확보도 필요할 것이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고위공직자의 비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내부로부터의 제보나 고발이 가장 강력한 제동수단이다. 내부고발자는 공익을 실현하는 정의롭고 용기 있는 사람인데도, 배신자이거나 개인적 비리나 불만, 성격결함으로 역공세를 받고 공무상비밀누설, 근무지이탈 등의 제재를 받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공범증인에 대한 형사상 특례 조항을 둘 필요가 있고, 내부비리 제보를 장려하고 공직의 청렴성을 지키려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내부자고발에 관하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신고자의 신분보장, 불이익 추정, 신변보호, 책임의 감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미국에서는 ‘비리제보자보호법’이 제정되어 있다.

(4) 또한 적발된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무관용의 엄격한 제재로 비리행위의 근원적인 요인을 차단하여야 한다. 이에 대하여 비리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 보다는 그로 인한 불이익이 크도록 하고, 그 비리행위자에 대해 모든 법적ㆍ제도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비리를 통해 얻게 된 금전적 이득은 전액 몰수되도록 하는 제재수단이 강구되어야 하고, 다른 비리행위보다 엄격하게 제재되어야 할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범죄에 대하여 실형률을 높이고 집행유예의 선고를 제한하여야 하며, 공무원의 비리를 인지한 행정관청이나 공무원으로 하여금 고발의무를 강제하도록 하고, 언제든지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2항에서는 공무원의 직무관련 고발의무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제56조에서는 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제재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독일형법에서는 누구나 위법행위의 기도 또는 실행에 관하여 믿을만한 정보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솔하게 고지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자유형 및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소시효에 있어 해외도피사범과 헌정질서파괴범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이나 특별법에서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다. 나아가 통계자료에서 9년간 뇌물범죄로 형사처벌받은 사람 중 수뢰자는 2,000여명이었으나 증뢰자는 150여명에 불과하므로 대향범죄인 뇌물죄에서 증뢰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사업자 선정제한의 행정상 제재 등이 엄격한 처벌이 요구된다.

(5) 그리고 고위공직자의 비리행위에 대하여 사면조치를 남발하거나 전직 대통령의 권력비리라고 비난하다가 정치보복의 희생자라는 식의 언론보도 행태나 위법행위에 대하여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과 같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거나 출마하려고 함으로써 자신의 과오를 선거로 다시 심판받아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국민들로 하여금 법규준수에 대한 규범력을 약화시키는 등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부패사범에 대한 대통령의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에 근본적인 제약이 필요하다.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사범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제도화하고 이를 위해 사면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사면대상자를 사전 심의하도록 하며, 형기의 1/3을 경과하지 않은 특별사면이나 감형은 할 수 없도록 하고, 특별사면과 특정인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은 사면위원회의 신청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제시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대통령의 무조건적 사면권 행사가 보장된 미국과 달리 법률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사면권 행사의 대상범죄와 조건을 명확히 정하고 그 절차도 공개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위공직자 비리사범은 사면에서 제외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라. 검찰 개혁론

(1)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이어진 검찰권 행사에 대하여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정권이 이를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찰에 대하여 미국과 같은 직선제와 독립기구화의 주장이 제기되었다.

검찰의 직선제 주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검찰이 예속되는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지방 18곳의 검사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는 한편, 검찰총장과 고등검찰청의 검사장도 추천회의 등의 기구를 통해 선출하는 방안이다. 또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고위공직자 비리라는 특수성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한국형 에프비아이(FBI)’에 해당하는 독립적 수사기관을 신설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고 권력형 비리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상설화법의 입법 추진을 공약한 바가 있다.

(2) 현행 검찰제도에서도 기본적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검찰청법 제12조에서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검찰청법 제4조에서는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공소권 행사의 전국적 균형과 수사의 효율성 보장을 위해 완화된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되었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행법은 검찰 내부에서의 피라미드 조직구조를 인정하여 내부적 독립을 제한하는 대신 검찰 조직 자체의 ‘외부적 영향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권력에 대한 기본적인 견제장치는 법원이고, 법원이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으로 검찰권력을 상당한 정도로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유지될 수 있는데도, 검찰 개혁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다소 유감이 아닐 수 없다.

(3)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에서 정한 기소편의주의에 대하여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재량권이 정치적 외압에 의해 남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검찰의 기소재량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기소법정주의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문제를 고려할 수 있으나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법정주의는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어 어느 하나를 채택하는 식의 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에 기소편의주의의 장점을 유지하되, 뇌물범죄와 같은 특별한 범죄에 국한하여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52조 제2항에서는 “검사는 뇌물범죄사실에 관한 증거가 충분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소추할 수 있는 모든 뇌물범죄행위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검찰의 기소독점을 막기 위해 도입된 ‘재정신청’은 지난해부터 확대 시행되고 있지만 그 취지를 못 살린다는 지적이 있고, 모든 고발사건도 포함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독점권과 함께 불기소처분 권한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재정신청은 그동안 헌법재판소에서 검찰의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으로 관장하던 사무이었다가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재정신청 제도에 대하여 고발사건을 제외하고, 심리를 공개하지 않으며, 기각결정에 대한 불복을 금지하고, 사건기록 열람이 제한된다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 제도의 확대나 문제점을 주장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4) 우리나라에 미국식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하여 찬반론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를 찬성하는 논거는, 첫째 현행 우리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로서 검찰의 미흡한 수사 및 불기소처분 등을 보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둘째 권력형 부정사건 및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에서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검사에 의하여 수사 및 공소유지가 되게 함으로써 법의 공정성 및 사법적 정의를 확보할 수 있으며, 셋째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권력남용 방지라는 차원에서 볼 때 권력분립원칙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반대하는 논거는, 첫째 특별검사제도는 검사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는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고, 둘째 정략적 차원에서 특별검사제를 실시하여 정치적 여론재판이 지속될 경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국정수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으며, 셋째 권력분립원칙이 훼손되고 특별검사의 무리한 수사로 국가기밀누설 및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특별검사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로서 권력형 부정사건 및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에서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검사에 의하여 수사 및 공소제기ㆍ공소유지가 되게 함으로써 법의 공정성 및 사법적 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특별검사제도의 장단점 및 우리나라 특별검사제도의 연혁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예외로서 특별검사제도를 인정할지 여부는 물론, 특정 사건에 대하여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대상을 어느 범위로 할 것인지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검찰 기소독점주의의 적절성, 검찰권 행사의 통제 필요성, 특별검사제도의 장단점, 당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로서, 그 판단에는 본질적으로 국회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특별검사제도에 관한 국회의 결정이 명백히 자의적이거나 현저히 부당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2008. 1. 10. 선고 2007헌마1486 결정).

또 무슨 무슨 리스트와 같이 정관계 등 고위공직자와 연결된 비리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유지하면서 수사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공감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하였고 최근 논의가 제기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하여는 그동안 제대로 된 성과없이 시간과 비용만 허비하였다고 비판받는 특별검사의 교훈이나 검찰은 본래 정치적 독립기관이라는 점에서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있으므로, 그 제도 도입의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어도 그 도입 자체에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 권력구조 개편(개헌)

(1) 그동안 드러난 고위공직자 비리는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절차 보다는 대통령 등 권력자와 직접 통하려고 하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 국민들은 향후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의 강화’를 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잔존하는 문제로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권력이 집중된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에 관한 논의가 제기된다.

(2) 고위공직자 비리를 근절하려면 고위공직자의 상징인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체계를 구조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개헌 논의과정에 있으므로,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도 등 권력을 견제하고 분점하는 권력구조를 도입하는 제도를 모색하는 방안도 권력 비리의 근절방안으로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내정을 담당하는 총리와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을 분리하고,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총리는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다수당 위원을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여야간 정쟁을 상생의 관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5. 맺는말

권력 부패라는 것은 인류역사와 그 기원을 함께하였다고 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문제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정권들은 출범 이후 부패방지로 고위공직자 비리의 근절을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로 내세웠고, 그 중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으나, 형식적인 구호에 그치거나 부패방지에 대한 정권의 실질적인 의지가 부족하였던 것이 현실이다. 모든 정권에서 부패방지를 최우선의 과제로 제시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공직자 비리 문제가 이제 국정과제에서 제외되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개선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고위공직자 비리 문제는 여전히 주요한 국정과제의 하나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민의 의식도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낙마사례로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이 흔들리고, 공정하고도 준엄해야 할 법의 권위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국민들은 천 후보자의 낙마라는 사례를 통해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바라보았고, 어렵고 힘든 여건 하에서 묵묵히 비리 척결에 노력하고 있는 검사들마저 '스폰서'나 부정한 재산이 있는지 의심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고위공직자들은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식의 변화나 개혁이나 제도 개선 이전에 고위공직자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권력형 비리 또는 고위공직자 비리의 문제를 해결하여야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이루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되는 우리 사회의 소통과 통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처벌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고 법적 제도적 측면의 강화나 도입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지만,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부패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의 강화’를 들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는 국민의 인식을 탓할 일이 아닐 것이고, 이와 같은 국민의 인식이 바꾸어질 수 있도록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선진화의 기초를 조성하는 데에 우선적인 조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