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   입법조사관 윤정식, 행정서기 이희석

제  목   의견제시 요청에 대한 회신            

1. 본 단체에 대한 신뢰와 성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2. 귀 위원회에서 사개특위-142(2010. 6. 4. 시행)로 의견제시를 요청하신 사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회신하오니 업무처리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다      음

1. 귀 위원회에서 의견제시 요청한 사안은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김동철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37호, 이하 ‘개정안’이라고 함)의 심사와 관련한 것으로서, 그 제안이유는 “변호사 업계의 과다한 수임료는 각종 법조비리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음. 전직 판검사에 대한 전관예우가 가능한 것도 과다한 수임료가 보장되기 때문이며, 현직 판검사는 이러한 전관들의 고소득을 보면서 사건처리에 공정성을 잃게 되고 조기퇴직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음. 한편, 사회 지도급 인사들은 전관변호사들에게 일반 서민이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수임료를 주고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 유전무죄 무전유죄 원인이 되기도 함. 이렇게 과다한 수임료가 법조비리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변호사의 수임료 상한을 제한하고 성공보수를 금지시킴으로써 법조비리를 근절시키고 법률소비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임. 또한, 판사 또는 검사가 퇴직 후 최종 근무지에서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관예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일정기간 동안 형사사건의 수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변호사의 수임계약에 대한 기준이 없어 각종 불공정계약에 따른 법률소비자 피해 및 과세회피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표준계약서에 의한 서면계약을 의무화하고자 함.”입니다.

2. 먼저 개정안은 변호사 수임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체결하도록 하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하는 표준계약서에 따르도록 하였는데(안 제27조의2 신설), 이는 현실성이 없으며, 제도의 도입취지에도 동의할 수 없는 바, 이에 반대합니다.

  변호사 수임계약의 성질은 민사상 ‘위임’계약으로서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하여 성립될 뿐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여야 할 본질적 필요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 자치의 원칙’의 발현형태인 ‘계약자유의 원칙’에는 ‘계약 체결방식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변호사가 수임계약을 함에 있어 서면으로 할 것인지, 구두로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야 하는 것이고, 공공복리, 질서유지 등 기본권 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제한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변호사와 당사자 사이의 사무 처리는 본질적으로 ‘비밀성’을 요체로 하는데, 변호사 수임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하는 경우에는 그 서면이 대외적으로 유출됨으로써 사무 처리의 비밀성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서면계약의 의무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에 있어서도 수임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을 당사자가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나아가 개정안은 과거와 달리 변호사의 수임 사건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것으로 과거의 소송사건별 수임약정만을 가정하여 서면화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한 사건을 모두 포섭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규제는 법률문화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변호사 수임계약을 대한변협이 정하는 표준계약서로 작성하는 문제는 일률적으로 법률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도록 ‘자율’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참고로, 탈세 문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업자계좌 등록제도, 수임장부 비치 및 보고제도, 현금영수증 의무화조치 등 제도를 제대로 정비, 시행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3. 개정안은 법관 또는 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 퇴직 전 3년의 기간 중 최근 1년 이상 근무한 법원 또는 검찰청의 형사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였는데(안 제31조제3항 신설), 이는 소위 전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제한 문제로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우선, 전관예우 관행을 제도적으로 막고, 사법불신을 해소하기 위하여 법관 또는 검사 출신 변호사의 수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개정안은 위헌시비를 감안하여 사건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간을 예전보다 줄이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참고로, 1980년대의 구 변호사법에는 ‘퇴직 전 2년 이내에 근무했던 지역에선 3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었으나, 1989년 직업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난 바 있음). 먼저, 법관 또는 검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를 개업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구체적인 정실개입 가능성 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1년간 사건 수임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경찰, 헌법재판관 및 헌법재판연구관, 장기복무 군법무관, 공공기관 근무자 등이 변호사로 개업 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법관, 검사 경력자만 차별하는 것이어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사건의 내용, 대상 관청의 규모나 근무인원, 친소관계에 따른 정실개입의 가능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사건수임을 금지함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습니다.

  나아가, 단순히 친분관계를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가지고 있는 법관 또는 검사로서의 경험과 이에 기초한 능력을 믿고 변호사로 선임하려고 하는 국민 일반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이를 통해 법률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요컨대, 전관변호사의 수임을 제한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없지 아니하나, 방식에 있어서는 위헌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요한다고 할 것입니다. 참고로 전관변호사의 수임 제한과 관련하여서는 대안으로 법조윤리협의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2007.3.29 법률 제8321호로 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변호사법은 소위 전관변호사의 부당한 변론활동을 규제하기 위하여 법조윤리협의회 제도를 신설하였습니다. 이 제도는 법조윤리의 확립을 위해 사법개혁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수년간 논의를 거친 끝에 변호사법에 신설한 것으로서 아직 그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으로, 전관예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조윤리협의회의 활동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조윤리협의회가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그 활동범위와 권한을 보완․강화하여 보다 실효성 있는 감시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전관변호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4. 개정안은 형사사건에 관한 변호사 보수의 상한은 심급, 사물관할 및 공판횟수 등을 고려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변호사는 형사사건에 관하여 보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임사건의 처리결과 또는 수임사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지급받는 성공보수를 금지하였는데(안 제33조의2 신설), 먼저 대통령령으로 보수의 상한을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타당한 상한을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하는 등 문제가 있으므로 이에 반대합니다. 종래 대한변호사협회회칙으로 규정되어 있던 변호사의 형사사건 보수 상한은 정부의 규제개혁조치의 일환으로 폐지된 바 있는데, 형사사건에 있어 보수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개정안에서 언급한 사항들뿐만 아니라 예컨대, 변호사의 수사참여 여부 및 정도, 증거수집, 변론 준비 등에 소요된 시간, 당해 사건의 난이도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항들을 모두 반영하여 적정한 수임료 상한선을 결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고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됨에 따라 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제 방식 등으로 수임료 산정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고려되어야 하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변호사 수임료가 법제화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강제주의가 채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형사사건에 관한 변호사의 수임료를 규제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 수임료를 규제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므로, 법률시장이 개방되는 현 추세와도 조화되기 어렵습니다.

  성공보수 금지와 관련하여서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아니하나, 개정안의 취지 및 목적은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성공보수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전관변호사에 의한 부당한 변론행위의 규제, 전관변호사에 대한 특혜시비를 차단할 수 있는 투명한 사건처리 및 양형기준 확립,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투명한 과세자료의 확보 등에 의하여 달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극히 일부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변호사의 정당한 대가를 박탈하는 것으로 구체적 타당성이 없는 무리한 입법방향으로 판단됩니다.  

  수임사건을 보면, 형사사건 혹은 민사사건의 어느 한 유형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을 포괄적, 복합적으로 수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민사와 형사가 혼합된 사건의 경우에는 형사상 유․무죄 또는 양형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손해배상책임 범위 등도 변호사가 처리하여야 할 사무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수임료 관련 분쟁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도 부당합니다.

  요컨대, 개정안은 사적 자치의 원칙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에 반하여 헌법위반의 소지가 있으며, 현재의 법률문화 발전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반적인 대다수의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당사자의 신뢰형성, 변호사 선임비 부담의 완화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필요한 제도라고 할 것인바, 이에 적극 반대합니다.

5. 마지막으로 개정안은 변호인 선임서 등의 미제출 변호 금지를 위반하여 보수를 수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제공받은 금액의 5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는데(안 제113조의2 신설), 먼저 전관 변호사 등의 부당한 변론활동을 금지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형법상 뇌물죄 등과 비교했을 때, 선임서 미제출 변호 행위가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수는 있으나, 형사상 처벌 대상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현행과 같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것입니다. 탈세의 문제는 조세관련 법령에 따라 규제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2010.  6.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김영혜, 이헌, 정주교 변호사

담당변호사 서 경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