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   입법조사관 윤정식, 행정서기 이희석

제  목   의견제시 요청에 대한 회신           

1. 본 단체에 대한 신뢰와 성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2. 귀 위원회에서 사개특위-191(2010. 8. 5. 시행)로 의견제시를 요청하신 사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회신하오니 업무처리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다      음

1. 귀 위원회에서 의견제시 요청한 사안은 변호사 보수 등의 기준에 관한 법률안(양승조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8229호)의 심사와 관련한 것으로서, 그 제안이유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사명을 지고 있고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음. 그러나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수요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보수 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실정임. 이에 변호사 보수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여 법률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투명하게 규율함으로써 법조계의 한 축인 변호사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자 함.”입니다.

2. 변호사 보수 등의 기준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이라고 함)은 변호사 보수금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형사 및 가사사건에서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바, 위 법률안 제정에 대하여 반대의견입니다. 먼저, 위 법률안은 헌법상 보장된 사적자치의 원칙, 직업의 자유, 평등의 원칙, 비례의 원칙 및 포괄위임 입법 금지의 원칙 등에 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상당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가.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 침해

     우선, 제안이유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지만, 그 본질은 사적 경제주체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수익주체입니다. 따라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취득하는 대가는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영역으로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 변호사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수임료 상한을 규제함은 그 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만일, 변호사의 수임료를 규제하려면 그에 앞서 모든 법률사무의 처리에 반드시 변호사의 대리가 의무화되어 변호사에게 공적 주체로서의 지위가 부여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덧붙여서,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며, 같은 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법률안과 같이 변호사의 보수를 규제하는 것이 헌법상 가능한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듭니다.

 나. 평등의 원칙 위반

     위 법률안은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을 이유로 그 보수를 규제하고자 하나, 그러한 규제는 공공성을 띤 여타 다른 전문직에 대하여는 보수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평등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나아가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하여 법률시장 개방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변호사 수임료의 상한선을 규제할 경우 이는 외국계 법률사무소와 비교하여 국내 법률사무소를 오히려 “역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그렇다고 해서 외국변호사의 수임료까지 규제하는 것은 통상마찰을 불러올 소지가 상당하고 할 것입니다. 

 다. 비례의 원칙 위반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의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고, 제한의 정도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상 제한의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나아가 침해의 정도는 그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적절한 수단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변호사 수임료의 상한 규제방안은 법률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투명하게 규율함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기한다는 법률안의 취지와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투명성을 기하기 위하여는 보수의 상한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보수의 수입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적정과세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 법률안의 수임료 상한 규제방안은 기본권 제한의 수단으로서 적정하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 그 규제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침해의 정도가 필요한 범위를 훨씬 초과하여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할 것입니다.

 라.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 위반

     변호사가 취급하는 법률사무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여 단순하게 유형화할 수 없는 특징이 있고, 따라서 이러한 복잡 다양한 변호사의 법률사무를 하나하나 유형화하여 각 유형에 대응하는 변호사 보수의 상한선을 도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 외에도 위 법률안은 수임료 상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아니한 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수임료 상한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어 헌법상 포괄위임 입법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입니다.

3. 법률안은 일부 변호사의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전체 변호사를 무조건적으로 일괄 규제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규제의 남용에 해당합니다. 변호사마다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의 양과 질이 매우 다양하여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규제는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쟁송사안이 나날이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사건의 난이도 및 투입시간 등 수임료 산정에 고려할 사정이 다양하고 복잡하여 일률적인 상한선 결정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방안이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많은 수의 변호사를 투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야 할 사안임에도 자칫 변호사의 보수의 제약으로 인하여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적기에 제공받지 못할 수 있으며, 형사 및 가사사건의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경우 오히려 착수금의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4. 외국의 입법례를 검토해 볼 때, 변호사의 보수를 법률 등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특히 변호사 보수의 상한을 법에서 규정하거나 이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 변호사에 대한 징계 등 제재를 통하여 보수기준을 강제하는 사례는 찾을 수 없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1975년 이전에는 지방변호사회 차원에서 보수의 상한액이 아닌 하한액(최저보수, minimum fee)의 기준을 정한 바 있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저보수기준이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판시한 이후로 최저보수기준이 철폐되고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자유계약의 원칙에 따라 보수가 정하여져 왔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보수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보수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때에는 법원의 판단으로 보수의 조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사무변호사에게만 적용되며 법정변호사에게는 이러한 규제가 없습니다. 또한, 독일의 경우는 최저보수기준을 정하고 있으나, 독일은 변호사강제주의와 강력한 직권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기본적 제도가 우리나라의 법제도와 달라서 이를 원용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5. 나아가, 법률안은 로스쿨 제도 도입에 역행합니다. 지난 수년 간 로스쿨 제도의 도입여부에 관하여 찬반 논쟁이 있어 왔으나 궁극적으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은 무엇보다도 법조인의 대량 양산을 통한 변호사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여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변호사의 수는 10,000명을 넘어 곧 20,000명 시대가 도래될 것으로 보이고 변호사들의 서비스의 질과 법률비용의 상호경쟁을 통하여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데, 새삼스럽게 이미 폐지된 구시대의 제도인 변호사보수기준을 다시 도입한다는 것은 국가의 법률서비스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에도 위배됩니다.

6. 조만간 법률시장의 완전개방에 따라 외국 로펌의 국내진출이 예상되며 외국 로펌의 경우 “시간제 보수”가 일반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도 향후 국민들의 다양한 법률서비스 수요에 비추어 볼 때, 종전의 송무사건에 적용되어 온 소위 착수금 및 성공보수제도 보다는 시간제 보수가 더 합리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시간제 보수의 경우 당해 사건에 투입된 변호사의 수와 시간 등이 천차만별일 수 있는데 일률적으로 보수의 상한선을 정한다면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시간제 보수의 총액이 법으로 정한 보수의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시점부터는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법률서비스제공이 불가능하여 법률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변호사보수기준을 법정하는 경우 국내 변호사들은 국제적 변호사보수 청구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제 보수의 채용이 불가능하게 되어 국내 변호사들의 경쟁력은 외국 로펌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게 되고 제도적 불공평에 따른 반사적 이익은 외국 로펌만이 누리게 되어 우리나라의 법률시장은 외국 로펌에 의하여 장악될 우려가 대단히 높습니다.  

7. 법률안은 종전 보수기준의 반성적 폐지정책에 역행합니다. 1949년 제정변호사법부터 변호사의 보수기준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제기준에 따라 자율경쟁을 제한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여야 한다는 반성적 차원에서 1999. 2. 5. 변호사법 개정시 변호사의 보수기준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1999. 2. 5.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제외되는 부당한 공동행위 등의 정비에 관한 법률(카르텔일괄정리법)⌟이 공포되고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보수기준의 폐지를 권고하여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권고를 수용하여 2000. 1. ⌜변호사보수기준에관한규칙⌟을 폐지한 바 있습니다.

위와 같이 변호사보수기준을 철폐한 것은 변호사보수의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법률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여 법률소비자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반성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보수기준 폐지의 연혁으로 보더라도 보수기준을 다시 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8. 보수상한선을 정부에서 규제하는 것은 의뢰인의 변호사 선택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변호사가 취급하는 법률사무는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그의 전 재산, 나아가 전 인격이 걸려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와 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법률사무를 누구에게 처리하도록 할 것인가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의뢰인은 통상적인 수임료를 통하여 제공받는 법률서비스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더 풍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려는 의사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안과 같이 변호사의 수임료를 제한한다면 제한된 수임료의 범위 내에서 변호사가 제공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 역시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의뢰인이 기대하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풍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변호사에게 통상적인 사건의 처리 이상의 법률서비스를 요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의뢰인들의 변호사 선택권이 수임료의 제한으로 침해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9. 이상에서 언급한 반대이유 외에 함께 고려되어야 할 세부의견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 안 제4조(성공보수의 금지)

     일반 민사사건과 달리 형사 및 가사사건에서 특별히 성공보수를 금지할 이유는 없으며,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경우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건을 수임한다거나, 수임 후 조기종결을 유도하는 등 불성실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 박탈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덧붙여서 예컨대, 형사사건에서는 변호사의 성공보수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전관변호사에 의한 부당한 변론행위의 규제, 전관변호사에 대한 특혜시비를 차단할 수 있는 투명한 사건처리 및 양형기준 확립,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투명한 과세자료의 확보 등이 필요합니다.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극히 일부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변호사의 정당한 대가를 박탈하는 것으로 구체적 타당성이 없는 무리한 입법방향으로 판단되며, 일반적인 대다수의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당사자의 신뢰형성, 변호사 선임비 부담의 완화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필요한 제도라고 할 것입니다.  

 나. 안 제5조(보수금액)

     변호사 보수의 특성상 보수금액을 대통령령으로 합리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전체적으로 변호사의 보수수준이 저하될 우려가 있습니다. 보수기준에 맞는 조건으로 수임할 수 있는 변호사가 없거나 제한적일 수 있으며, 보수를 많이 주더라도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의뢰인들의 선택권이 박탈될 수 있습니다. 또한, 경력이 적은 변호사는 가격경쟁력 저하로 인해 수임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 안 제6, 7조(보수의 감면 및 증액요구)

     수임절차의 지연 및 수임료의 적정성에 대한 분쟁이 빈발할 우려가 높습니다.

 라. 안 제10조(신탁계정)

     모든 보수를 신탁계정으로 관리할 것을 강제하는 경우, 변호사사무실의 운영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마. 안 제13조(벌칙)

     법에서 정한 보수를 초과하여 보수를 수령하는 경우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바, 이는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과잉규제이며,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입법이라고 할 것입니다.

10. 요컨대,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이유로 지난 2000년에 폐지된 변호사 보수 관련 규정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부활하고자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시대에 역행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조치이며, 사적자치의 원칙 내지 계약자유의 원칙 등에 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제공하는 법률 관련 서비스에 대하여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대가 내지 보수의 금액 및 지급방법 등은 각 사안별로 변호사와 의뢰인이 개별적으로 협의하여 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행정규제 완화라는 시대적 조류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법률시장개방, 로스쿨 도입 등으로 보다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법률서비스 분야가 이번 법률안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상쇄되는 등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바, 위 법률안은 반드시 철회되거나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2010.  8.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김영혜, 이헌, 정주교 변호사

담당변호사 서 경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