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투명성 제고에 관한 법적 검토

               변호사 이 헌(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지난 9월 초부터 탐사기획 시리즈로 이어진 국민일보의 ‘정치자금 겉과 속’ 보도 이후,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지출 행태에 대하여 적지 않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사용내역에 관한 보도에 따르면, 개인의 공직선거법위반 변호사비용, 골프 회식비, 자녀의 자취비, 스포츠센터 회원비, 사우나ㆍ이발비, 동창회 비용 등 그야말로 정치활동과 전혀 관련이 없는 용도로 후원금을 사용한 국회의원들이 과반수가 넘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관행이라는 식의 반응이기는하나, 이는 명백한 범법행위이다. 후원금과 같은 정치자금에 관하여 2005년 전면개정된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그 기본원칙에 관하여 법 제2조에서는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고,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 제2조 제3항에서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하여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경우 ‘사적 경비’라 함은 “1. 가계의 지원·보조, 2. 개인적인 채무의 변제 또는 대여, 3. 향우회·동창회·종친회, 산악회 등 동호인회, 계모임 등 개인간의 사적 모임의 회비 그 밖의 지원경비, 4. 개인적인 여가 또는 취미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비를 말한다. 법 제47조에서는 이 규정(제2조 제3항)에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 외의 용도로 지출한 자, 즉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도 지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보도에서 문제가 된 개인의 변호사비용, 자녀의 자취비 등은 두말할 필요 없이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라고 볼 수 없는 사적 경비이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된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지출행태에 대하여 공금을 횡령한 별개의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정치자금법 처벌규정이 일반형법의 횡령ㆍ배임죄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특별법의 관계로 보여진다. 법 제43조에서 선관위는 조사결과 불법지출, 초과지출 그 밖의 법 위반 사실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수사기관에 고발,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선관위가 그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뜻있는 시민단체가 나서 선관위에 고발조치를 요구하거나 수사당국에 직접 고발하는 방법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내역 및 첨부서류 등의 열람기간을 공고일로부터 3월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법 제42조 제2항이 일반국민의 알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이에 대한 정보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정치자금의 사적 경비나 부당 지출을 방조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관하여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정치자금의 수입ㆍ지출내역 등의 자료를 공개하면서도,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기간 이후에는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지 아니함으로써, 정치자금을 둘러싼 법률관계 등을 조기에 안정화시키고, 선거관리위원회의 공개에 따른 업무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이 사건 열람기간 제한규정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해 정치자금에 관한 수입ㆍ지출내역과 그 첨부서류 등의 열람기간을 일정한 기간 내로 한정한 방법 역시 그 한도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2009헌마466) .

또한 헌법재판소는 “열람기간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3개월은 그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결코 짧지 않아 국민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의 단기간이라 보기 어렵고, 3개월의 열람기간 제한과 같은 시간적 제약을 둠으로써 행정적인 업무부담을 경감시키고 정치자금을 둘러싼 법률관계 등을 조기에 안정시키는 공익이 정보접근이 시간적으로 제한되는 사익과 비교하여 결코 작다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알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열람기간 제한에 관한 규정을 입법정책적인 사항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접 이해당사자이자 그간의 행태가 관행이라고 항변하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며 입법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에 대한 헌법 제44조의 불체포특권(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할 권리)과 제45조의 면책특권(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권리), 국민과 국회의원의 관계를 위임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국회의원들의 몰지각한 의정활동에 대하여 법적 책임이 아니라 정치적이거나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정당이 정치적 결사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각계 각층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이 정치나 국가작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 대의민주주의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국가로부터 강한 보호를 받으며 국고보조금까지 지급받는 정당의 정치자금이 투명하고 적정하게 수입ㆍ지출되는지를 담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에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수입ㆍ지출에 대하여 통제하고 그 공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앞 서 본 바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에 따른 정치자금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뜻있는 시민단체는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범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법적 조치를 요구할 일이고, 나아가 입법 청원도 강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