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공동대표 변호사 이헌이 2013. 12. 18. (사)한국규제학회와 동아일보가 공동주최한 '의원입법과 규제모니터링' 세미나에서 토론자료로 준비한 내용입니다.

"〇 최근 의원입법에 관하여 '묻지마 입법, 포퓰리즘 입법, 규제입법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여 그 문제점에 관하여 지적하는 여론이 매우 드높습니다.

〇 저는 변호사단체인 시변의 공동대표이자 헌법소송 전문변호사로서 의원입법과 관련된 소송 등의 활동을 수행하였거나 수행하고 있고, 또한 이 세미나의 주제발표자인 김정호 교수님이 주도하는 프리덤팩토리에서 국회를 감시하는 활동을 하는 ‘의원입법평가시민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〇 또 저가 소속된 대한변협에서도 지난 8월 변호사대회 등을 통해 대선공약을 실천하기 위하여 발의된 복지법안과 경제민주화 법안이 과잉입법이라는 입장에서 ‘입법평가위원회’를 설치하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과 내역을 평가하여 국회의 입법권을 감시ㆍ견제하고, 법치주의의 확립을 강조하기로 하였습니다.

〇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평가하는 기준은 우선 법률의 상위가치인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및 국제평화주의 등 헌법원리나 헌법질서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입법자인 국회의 입법재량에 속하는 것이라도 하더라도 그 입법의 목적을 추구함에 있어 입법재량권을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하여 명백하게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하게 자의적으로 입법권을 행사하는 경우인지 여부로써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〇 그리고 소위 ‘포퓰리즘’, 즉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 목적을 외면하고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해 권력을 쟁취하거나 유지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에 따른 입법인 ‘포퓰리즘입법’도 국회의 입법권남용에 해당하여 의원입법의 문제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〇 저가 의원입법평가시민위원회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통진당측이 대표발의한 의원법안은 대부분 그들의 강령대로 국민이 아닌 일하는 사람(노동자,농민,중소상공인 또는 민중)만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한 계급적, 이념적인 내용으로 그득찬 입법이었습니다. 특히 그 중 국정원법개정안은 자신들이 재판 및 수사대상이 놓여있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한다는 내용의 그야말로 ‘도둑이 제 발 저리기’ 식 입법이었습니다.

〇 이번 정기국회에 관하여 ‘역대최악, 날림 국회’라고 비난받고 있는 19대 국회의 초기입법 중 크게 논란이 된 의원입법은 지난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관한 ‘내곡동특별검사법’이었습니다. 이 법은 이 사건의 고발주체인 야당이자 일개정당에 불과한 ‘민주당’이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본질로 하는 ‘특별검사’를 추천하도록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대통령거부권 행사, 특별검사 공정성의 논란이 제기되는 등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 한심한 법안이었습니다. 현재 야당측이 국정원특검법에 목메고 있는 사유는 아마도 그런 내용의 한심한 법안을 다시 만들어 시행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〇 지난 대한변협의 변호사대회에서 대표적으로 지적된 문제의 의원입법은, 종교기관이 상급 교단이나 종단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할 수 있도록 종교단체의 명의신탁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부동산실명등기법’ 개정안이었습니다. 이 의원입법은 탈세에 악용될 수 있다는 법원행정처측의 의견도 무시하여 전격적으로 통과되었고, 소급효까지 인정하여 그간 부과된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도 종교기관이 모두 승소하게 되었습니다. 의원입법에 의하여 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소송 사건이 일거에 해결된 셈이지만, 이는 국가이익이나 국민 전체의 의사는 무시되고 수백개에 불과한 종교단체만이 특혜를 받는 이른바 ‘처분적 입법’인 것입니다. 이는 헌법상 3권분립에 위배하여 사법권을 침해하고,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야 하여야 할 본래의 직무의무에도 위배되는 법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〇 최근 들어와 급증하고 있는 의원입법의 경우 정부입법에 비하여 그 입법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에, 내용면에서 부실하고 졸속적인 입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해마다 국회에서 반복되는 ‘장기대치 → 막판 타결 → 부실 심의 → 묻지마 일괄 통과’의 폐해가 되풀이 되는 과정에서 의원입법은 그 부실ㆍ졸속입법과 함께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의 가능성은 상존하게 됩니다.

〇 실제로 지난해 연말 ‘역대 최악의 날림국회’인 제19대 국회에서 무더기로 법안을 처리하던 와중에 결국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묻지마식 무더기통과된 의원입법 중 사립학교법 개정안 일부 조항에서 학교 예산편성 및 결산 시 의무화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의'라는 표현이 발의의원과 소관 상임위원회도 모른 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구수정하는 과정에서 '등록심의위원회의 심사ㆍ의결'로 둔갑되어 본회의를 통과하여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본회의에서 소관위원회 의원은 이를 ‘심의’라고 보고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사학내 등록심의위원회에 관여하는 학생측에서 이에 관한 주장을 제기하면서 사학계에 분쟁이 발생하게 되었고, 저는 이 사건의 헌법소원 청구를 대리하여 수행 중에 있습니다. ‘유령입법, 전대미문의 입법왜곡’으로 지탄을 받는 이 사안으로 국회는 스스로의 권위 이외에도 대의기관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의심스럽게 하고, 대의제도를 통한 국민주권주의도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이 지경으로 망가진 대의제도를 대체ㆍ보완하기 위하여 얼마전 화제가 되었던 ‘국회해산’ 이외에도 ‘국민소환, 국민발안’ 등 직접민주주의제도의 헌법상 도입으로 실추된 국민주권주의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를 고민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〇 “법관이 악하면 백배의 해악이 생기고 법관이 선하면 백배의 행복이 생긴다. 그러나 입법자의 경우에는 그 영향이 천배에 이른다”라는 말이 있듯이, ‘올바른 법 만들기’야말로 ‘올바른 법 집행과 법 해석’보다 더 중요합니다. 대한변협이 지난 변호사대회에서 촉구한 내용은, “① 현재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들이 헌법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질서의 큰 틀이나 비례성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라. ② 개개의 입법과정에서도 정치적 고려나 당파적 이해에 휩쓸리지 않고 법치주의 원리가 충분히 실현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하라. ③ 정부와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소송법과 같은 입법절차법을 제정하고, 종합적인 입법영향평가제도를 실시하며, 또한 입안과 심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법률가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한국규제학회와 법조단체 등 전문가단체 등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입법분야에서 법치주의가 확립되고, ‘입법 올바로 세우기’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〇 마지막으로 80년대 말 민주화과정과 10년 좌파정부에서 시민단체(특히 좌파시민단체)가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부상되고 이 시민단체들의 의정활동 평가에서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건수가 평가의 잣대가 된 것이 의원입법이 난무하게 된 이유라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이에 난무하는 의원입법의 입법 과정에서 입법 평가로서의 규제 평가가 제대로 되어야 하고, 그 입법 후에는 입법활동에 대해 양적 평가가 아닌 질적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과잉입법에 대한 올바른 규제평가(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른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본질적 내용침해금지, 정신적 자유권의 우월성 등)’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토론을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