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세미나 토론문

변호사 이 헌(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 이번 세월호 참사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지적된 이른바 ‘해수마피아. 관피아’ 등 현상이 국민적인 공분을 야기하였다.

- 이러한 비등한 국민여론 배경으로 대통령이 “관피아 등 과거의 적폐 청산”을 위한 국무총리 지명자가 변호사 개업 후 5개월 동안 16억원을 번 것으로 드러나 전관예우 논란 야기하고 사퇴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다.

- 전관예우 포함 관피아 문제는 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부조리이자 적폐이며, 부패의 주범, 세월호 사건의 원인에서 선박증축, 평형수, 과적 등의 안전에 관한 해수마피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 이에 “관피아 문제의 척결 없이 한국 사회는 절대로 선진국으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데에 누구나 공감한다.

○ ‘전관예우’란 퇴임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을 현직 판검사들이 봐주는 행위를 지칭한다. 이는 과거 현직 판검사 등의 개업지를 제한하는 변호사법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1989. 11. 20.자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구체화되었다.

- 전관예우는 국민의 사법에 대한 불신과 법치의식의 기반을 흔드는 원인이 되고, 소송당사자에 대한 잘못된 학습효과 및 대형로펌의 악용 등의 부작용이 있다. 행정부에서 퇴임한 공직자들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던 기관으로 영전하는 것도 전관예우와 마찬가지이다.

-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변호사법에서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기관 사건을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일반 공직자의 경우에는 공직자윤리법에서 퇴직 전 5년간 소속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민간기업에 2년 동안 취업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 공직자윤리법(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은 “비영리 법인 포함, 취업 제한기간은 퇴직후 3년으로 연장, 2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경우 직무관련성 기준을 퇴직전 5년간 ’소속부서‘에서 ’소속기관‘으로 강화”하는 내용이고, 이에 대해 언론에서 변호사 등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반쪽짜리 관피아 대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므로(헌법 제7조 제1항) 공무원에 대한 기본권의 광범위한 제한이 가능하지만, 공무원도 기본권의 주체이고, 노무의 대가로 얻은 수입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근로자로서 성격을 가진다.

-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5항 “퇴직공무원의 취업제한에 관한 직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 퇴직공직자의 자유 및 권리 등 사익과 퇴직공직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방지를 통한 공익 간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

- 대법원은 “취업이 제한되는 영리사기업체와의 업무관련성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퇴직예정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목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정한 유착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한 후 퇴직 전에 근무하였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는 한편, 헌법 제15조 및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고 판단하였다.

○ 공무원에게 상당한 대가나 보상도 없이 국민전체에 봉사의무를 요구한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방식의 의무 강요이고, 이에 관하여 공직자윤리법 제2조 “국가는 공직자가 공직에 헌신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생활을 보장하고 공직윤리의 확립에 노력하여 한다”고 규정한다.

- 이에 공직자의 처우개선 등 제도적 여건을 구비할 필요가 있고, 생계형 취업보장이나 공직 재직중의 경험, 능력, 전문성을 활용하고 취업제한 제도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퇴직자관리프로그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최근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안대희 전 대법관의 총리 후보 낙마사건 이후 커지고 있는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법관들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외부 기관과 함께 환경 정화에 노력할 것을 당부하였으며, 장기적으로 평생법관제 정착과 퇴직 고위 법관의 공익활동기회 보장 등 방안을 제시하였다.

○ 공직자윤리법의 입법목적은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 이외에도 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 등을 규정함으로써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하여 “후보가 현대중공업 주식에 관하여 스스로 그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고 서울시장 당선 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한다고 공언하고, 서울시장 임기 마친 후 본인의 재산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헤리티지재단이나 후버연구소 성격의 기존 또는 새로운 재단에 기부 또는 출연한다고 약속하라”고 제언하였다.

- 그런데 제언받는 후보 측은 그 직무관련성이 바로 인정되지 않는다 입장을 표명하였고, 특히 자기 재산의 사회환원 공약과는 달리 당선이 될 경우에 백지신탁하는 방안이었으나,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 이는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의식 부재와 공무원의 직무수행 공정성을 바라보는 제도나 국민들의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결여되었다고 본다.

○ 이번 세월호 참사사건에서 우리가 느끼고, 또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은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새로운 나라의 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나라의 틀을 마련하는 중심이나 시작점으로 관피아와 같은 적폐를 해소하려는 인식을 다지고, 그 합리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데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고, 이에 관하여 특히 정권과 정치권이 명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