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불매운동에 관한 법적 논란

                                                변호사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1. 인터넷을 통한 불매운동

  가. 불매운동의 위법성

-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주부대상 요리 사이트 82쿡닷컴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은 헌법 제124조,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하는 소비자보호운동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헌법 제124조 : “국가는 건전한 소비생활을 위한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

  소비자기본법 제42조 제4조 제4호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대하여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 자유민주사회에서 소비자행동에 기해 불매운동을 행할 자유가 있고, 기업은 신문에 광고를 내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자유가 있다. : 이 두 자유는 병존하면서 존중되어야 하는 것으로 각자의 자유는 서로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인정된다.

        - 헌법상 인정되는 소비자운동이더라도 이를 무제한 인정될 수는 없는 일이고, 법령에 의한 제한이나 그러한 활동의 자유에 내재하는 제한을 벗어나서는 이에 대한 법적 제재가 불가피하다. : 자신의 권리 주장을 위법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을 행하여서는 아니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덧붙여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토대로 한 것인데, 방송법 제6조에서 공정보도의 의무가 있는 방송과는 달리, 신문등의자유와기능에관한법률 제3조에서 편집의 자유와 독립를 보장받는 신문에 대하여 다수의 의사를 내세우거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광고주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신문사의 편집에 대해 규제나 간섭을 행하려는 것으로서, 과거 군서정권에 의한 언론탄압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신문 자체에 대한 소비자행동으로서 불매운동도 무조건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다. 

  나. 광고 불매운동에 대한 처벌 가능 여부

       - 광고 불매운동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모임을 통하여 조중동의 광고주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통하여 전화나 게시판을 통해 해당 기업에 광고를 싣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의 행위로서 이루어졌다.

        - 이러한 행위가 집단적이고 반복적으로, 나아가 ‘폭파시키겠다, 약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등 폭언이나 협박을 통하여 행하여지는 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진다면, 이는 기업에 대한 경제적 압박수단으로 정당한 소비자운동이나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범법행위이다.

        - 이러한 불매운동이 개인적,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그 진위 여부는 검찰 수사와 사법적 판단을 통해 밝혀야 될 일이다.

        - 해당 신문사와 기업에서 그 피해나 업무방해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네티즌의 광고 불매운동에 대해 검찰의 수사는 가능할 것이고, 그 수사결과에 따라 법 적용을 하는 것이 법치주의나 법질서에 부합하고, 이를 행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다. 관련 판례

    - 관련 대법원 판례 중 마이클잭슨 공연관련 사안은 시민단체 간부들이 청소년에 대한 도덕적 해악을 이유로 특정 가수의 공연에 반대하기 위하여 그 공연기획사와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한 공연협력업체에게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하여 계약을 파기하는 결과에 이르도록 한 경우에 시민단체 간부들의 공연기획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대법 2001.7.13. 98다51091 판결)

【판결요지】

(1) 시민단체 등의 공익목적수행을 위한 정당한 활동은 바람직하고 장려되어야 할 것이나 그러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이라 하더라도 법령에 의한 제한이나 그러한 활동의 자유에 내재하는 제한을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고, 그러한 활동의 자유의 한계는 그들이 반대의 대상으로 삼은 공연 등의 내용 및 성격과 반대활동의 방법 및 정도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인바,

(2) 시민단체의 간부들이 그들의 공익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공연관람을 하지 말도록 하거나 공연협력업체에게 공연협력을 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주장을 홍보하고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관람이나 협력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공연기획사의 일반적 영업권 등에 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민단체 등의 정당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이라 할 것이므로 시민단체의 간부들의 그와 같은 활동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3) 공연기획사가 관계당국으로부터 합법적으로 공연개최허가를 받고 은행과 적법하게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한데 대하여 시민단체의 간부들이 위 은행에게 공연협력의 즉각 중지, 즉 공연기획사와 이미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의 즉각적인 불이행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은행의 전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경제적 압박수단을 고지하여 이로 말미암아 은행으로 하여금 불매운동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여 부득이 본의 아니게 공연기획사와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케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이는 공연기획사가 은행과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에 기한 공연기획사의 채권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 목적에 공익성이 있다 하여 이러한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판례는 민사판결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운동의 일환으로 행하는 불매운동 인정 여부나 한계에 관하여 정리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고, 이를 기초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적용여부를 살펴볼 수 있으므로, 검찰에서 위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겠다고 한 것은 법리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본다.

   한편 소비자운동이라고 하여 이를 정당화하는 측에서는 (2) 요지부분만을 내세워 조중동에 대한 광고주 불매운동은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 대부업체 직원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휴대전화로 수백회에 이르는 전화공세를 한 것은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대법 2005.5.27. 2004도8447).

  라. 명예훼손죄, 업무방해죄 성립여부

        - 신문사 광고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행한 행위가 신문사에 대한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신문사나 광고회사의 이미지를 손상하고 비방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졌다면, 형법상 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본다.

        - 사실적시가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지만, 좌파세력 선동이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말바꾸기 등이 불매운동의 전제라는 것이므로, 이 부분이 진실이거나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명예훼손죄 성립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고, 모욕죄도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집단적․조직적으로 폭언․협박을 행하여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고 기업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고, 나아가 주가가 하락하였다는 등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거나 여행사에 예약하고 취소하는 등 위계에 의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 대한변협의 2008. 7. 3. ‘보수언론 광고중단 네티즌 압박의 법률적 문제점에 대한 검토보고서’

         : 소수 누리꾼들이 반복적,조직적으로 글을 올려 전체의 절반 이상을 게시하고 있는 특성을 감안하면 정보통신망이용법상 명예훼손죄가 요구하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 이 번 사안에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문제되는데 위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게시글 뒤에 숨어있는 게시자들의 의도,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횟수, 조직적 업무분담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광고 중단 요구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한계를 넘어선 불매운동으로 나아갔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3. 맺는 말     

신문 방송 등의 기성 여론과는 달리 인터넷은 대중이 가공되지 않은 상태로 의견을 손쉽게 드러낼 수 있고, 국민이 국가기관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기능도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괴담과 같은 부정확한 정보가 진실로 둔갑하거나 익명성을 악용하여 여론이 조작되거나, 사이버 공간과 익명성의 그늘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공격하여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는 역기능도 있다.

최근 인터넷 괴담에 의한 촛불집회 선동이나 인터넷 카페를 통한 불매운동이나 익명성이라는 방패에서 행하여지는 촛불집회 반대자에 대한 사이버테러 등을 바라보면서 인터넷의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더욱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이 시점에서 메이저언론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터넷포탈사업자가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데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고, 인터넷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인터넷의 정당한 규제라고 본다.

그렇지만 법적, 제도적 대안에 앞서, 인터넷에 접하는 우리 네티즌이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 인터넷의 그늘에서 동기나 진정성을 내세워 다수의 힘으로 절차나 과정을 무시하거나 타인의 의사를 제압하거나 피해를 입혀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제 더 이상 멈추기를 바라고, 이러한 사례에 대한 민형사상의 엄중한 법적 제재도 수반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