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개헌에 대하여

                                       이  헌 변호사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대행 겸 사무총장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1. 머릿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초 대국민담화를 통해 전격적으로 발표한 4년 연임대통령제의 원포인트 개헌안에 대하여, 대부분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거나 냉소적으로 개헌논의 자체를 거부하였다. 또 국정홍보처 등 정부기관과 공무원을 동원하여 일반국민들에게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메일과 우편물을 발송하는 등 위법적인 개헌홍보에도 불구하고 70%를 넘나드는 국민들의 절대적 반대여론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18대국회 초반 개헌을 추진한다는 정치권의 합의를 명분으로 개헌안 발의를 철회함으로써 90여일간에 이르는 소모적인 개헌논란은 종료되었다.

본 토론자는 대한변협의 추천과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을 대표하여  헌법개정추진지원단 주최의 ‘헌법개정시안에 대한 공개토론회’에 참여하였으나, 참여자들 대부분이 개헌안에 찬성하였다고 정부측이 언론에 발표하고, 심지어 자료집에도 본 토론자의 발표자료가 누락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또 그 이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개최한 창립100주년 기념심포지엄에서 김철수 교수께서 독일식의 통제된 의원내각제를 제시한 바람직한 권력구조의 개헌방향으로 제시하였던 데에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여기서는 당시의 발표자료를 기초로 지난해 참여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였던 권력구조 개헌시도라고 볼 수 있는 ‘4년 연임대통령제 개헌제안’에 대하여 우선 살펴보기로 한다.

2.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시도

노 대통령의 4년 연임대통령제 개헌안에 대하여, 일반 국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그 개헌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상당 부분 긍정하면서도, 개헌 제안의 시기와 방법이 부적절하여 차기 정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런데도 당시 노 대통령은 “임기말 권력누수로 대표되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켜 국정의 안정을 도모하며, 이를 위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만료 시기가 거의 일치하는 2008년에 앞서 올해에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여론이 불리하더라도 계획대로 개헌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라고 하여 전적으로 면책이 되거나 무제한의 자유재량행위가 될 수는 없고, 국민주권 및 자유민주주의 원리 등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대법원은 DJ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북한측에 사업권의 대가 명목으로 송금한 행위가 통치행위라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8 판결)

한편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 탄핵사건(헌법재판소 2004.5.14. 선고 2004헌나1 전원재판부)에서,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국민 일부나 정치적 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로서 조직된 공동체의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하여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과거 헌정사나 다수 국가의 역사에서 집권자가 개헌안과 결부된 국민투표를 통하여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물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안하는 행위가 비록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에 근거하여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으로 행하여져야 하고 헌법원리에 위배될 수 없는 것이며, 대통령의 개헌안 제안은 일부 지지자가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하여 국정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사한다고 보는 데에 어떠한 반대 주장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데도 대선을 의식하여 정략적으로 개헌을 추진한다거나, 나아가 국회나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부결될 것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개헌을 추진한다고 하였던 것은, 개헌 추진과 같은 국가의사의 결정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하고, 사회공동체를 통합하여야 할 국가원수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시청앞 광장의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끝없이 외쳤던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랫말에 나타난 바와 같이, 18대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와 추진은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국면전환이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져서는 결코 아니될 것이다.

3. 권력구조 개헌방향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이고, 지난 헌정사에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 쟁점이었다. 이원집정부제나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절충형태로 거론되었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처럼 인류의 역사나 우리 경험으로 국가권력의 독점과 통합은 권력남용으로 이어지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유린하였다. 이러한 뼈저린 경험을 토대로 국가권력의 분립이나 권력 분점은 민주주의의 핵심요소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국가의 헌법은 예외 없이 권력분립의 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가. 대통령 중임제의 문제점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을 금지한 조항은, 그 이론적 근거는 없다고 하지만, 대통령 임기를 중임으로 규정할 경우 그 중임 여부나 3선 개헌 시도를 둘러싼 정국의 혼란을 초래하였던 우리 헌정사의 쓰라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다. 또한 현행 헌법상 5년 단임의 대통령 임기제도는 권위주의 정부에 그야말로 피와 눈물로써 저항한 국민적 투쟁의 성과로서, 임기연장이나 중임변경에 관한 헌법의 특례조항과 함께 그동안 과거 1인에 의한 장기집권 시도에 따른 정치적 폐단을 예방하고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확립하는데 기여하였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4년 연임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하여도, 우리 헌정사에서 연임제가 3선 개헌시도와 장기집권으로 이어지는 폐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 4년 연임 대통령제는 첫 취임후 재선을 위한 인기영합적이거나 단기적인 정책수행으로 오히려 국정안정을 해칠 수 있고, 재선 후에는 현재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경우와 같이 재선되자마자 바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는 폐단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임기말의 레임덕을 피하기 위하여 차기 임기 초기의 레임덕을 야기하는 폐단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에는 잦은 정권교체과 짧은 임기로 말미암아 오히려 국정혼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에 4년 연임 대통령제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레임덕 등 부작용을 해소하고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이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대통령의 임기나 연임 여부는 각국의 과거 역사와 전통, 국민의 헌법정신과 정서 등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으로서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일이므로, 미국이 대통령제가 성공한 나라라고 보는 주된 이유가 오로지 4년 연임제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단임제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 국가는 과거 1인 장기집권과 좌우대립에 따른 내전과 혼란으로 인한 쓰라린 과거사를 가진 남미 국가들로서, 부끄러운 일이나 이들 국가의 과거사는 우리나라의 과거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4년 대통령 연임제가 외국에서 성공하였다거나, 단임제를 선진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과거사와 현실을 무시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도 수긍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제안하였던 개헌안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루어지게 된다면, 1인 내지 1당 독재정부의 출범을 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이 집권하는 4년 임기 동안 주권자인 국민들은 선거를 통하여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중간평가할 기회 조차 가지지 못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나아가 4년의 임기 이후 선거에서 대통령과 다수당이 다르게 되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집권내내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국정혼란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참여정부측이 내세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라는 4년 연임 대통령제의 개헌사유는 전혀 설득력이 없게 된다.

참여정부는 개헌홍보를 하면서 대통령제를 채택한 주요 국가중 대부분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이들 상당수 국가는 상하 양원제를 실시하는 방법 등으로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참여정부의 외국사례 소개는 그 진위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리에 의한다면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등의 임기를 서로 불일치하게 정함으로써 대통령이 다른 권력과의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국정을 수행하게 되므로, 오히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볼 수 있다.

나. 통제된 의원내각제 논의

최근 제왕적 대통령의 오만하고 잘못된 모습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제가 아닌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제를 유지하자는 주장은 오랫동안 대통령제는 유지하였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에게 친숙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독재화, 국회와 대립에 따른 정국불안, 대통령 무자격자에 의한 오만과 독선, 대통령에 의한 정당의 창당과 해체 등의 폐단을 경험하였고, 심지어 이에 따른 정치권 불신으로 발생한 촛불집회와 같은 비제도권내의 직접민주주의적 행태가 나타났다. 많은 학자와 언론주도층에서는 차기 헌법개정에서 의원내각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양당제의 부재와 비타협적 민족성에 의한 정국의 불안정을 걱정한다.

이에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독일식 의원내각제도는 과거 바이마르공화국이 의회의 정부불신임 행사 때문에 약화되었던 경험을 토대로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에 의하여 후임국무총리를 선임하지 않는한 국무총리를 불신임할 수 없게하는 ‘건설적 불신임제’을 내용으로하는 통제된 의원내각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무총리에 대한 불신임결의가 남발되어 국정의 공백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양당제와 타협성에 관한 문제점에 대하여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와 같은 논리이지만 의원내각제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개정은 권위주의적 헌법을 민주주의 헌법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으로서,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여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대통령은 초연한 중재자, 조정자로서 지위를 가져야 한다.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더 이상 한 사람의 기분에 나라를 맡겨서는 아니되고 정당의 후진성도 정당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면 정당도 안정되고 타협적 정치상황도 전개될 것이므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의원내각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의원내각제는 안정된 양대정당제의 확립을 전제로 할 때에 가능한 것이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반대의 현상으로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경우에는 정국의 불안정할 우려가 있고, 내각은 국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신 있게 국정을 수행할 수 없으며, 만약 개각이 국회의 다수당과 합작한다면 다수의 횡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의원내각제의 원형이 되는 영국의 경우 수상 중심의 내각이 국정의 중심이 되어 사실상 의회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으나, 그 권력행사를 자제하고 야당과 여론을 존중하기 때문에 권위주의로 변질되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나라의 실정과 너무 다르다고 할 것이다.

 다. 이원집행부제의 장단점

이원집행부제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각 요소를 결합하여 대통령과 수상에게 행정권을 이원화하여 배분한 정부형태로서 평상시에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며, 개각수상이 그 밖에 내정 일반에 관한 행정권을 행사하며 국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라고도 한다.

이원집행부제는 평상시에 내각제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에서 오는 마찰을 회피하고, 국가위기시에 대통령이 직접 통치함으로써 신속하고 안정된 국정처리가 가능하고, 행정부의 이원화로 행정부의 독주가 약화되는 장점이 있으나,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에 대해 내각과 의회의 견제가 약해 독재화우려가 있고, 대통령이 위기를 빙자하여 비상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의회의 권한이 축소되고 국민여론을 외면하는 행정이 되기 쉽다.

이원집정부제는 일반적으로 대통령제도 실패하고 내각제도 실패한 국가에서 각 장점을 살려보려는 정치적 시도를 하는 경우에 채택되는 정부형태이지만, 대통령과 수상이 소속정당이 다른 경우에는 불화와 정치적 갈등이 만성화로 정쟁이 빈발하고 정국의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대통령과 수상이 동일한 정당인 경우에는 권력의 집중과 전횡으로 독재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제도로서, 정치,경제적 난국을 타개할 필요성이 있거나 분단국가에서 국론통일이 불가피한 국가적 상황에서 이원집행부제는 결코 바람직한 정부형태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라. 개헌절차

헌법 제10장에서는 아래와 같이 헌법개정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제128조 

①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②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제129조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제130조 

①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②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③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18대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정치권의 약속에 따라, 18대 국회 임기전반기에 개헌을 마무리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이에 관하여 2009년 6-8월부터 범국민적인 개헌논의를 시작하여 2010년 2월중에 의원발의로 개헌안을 제안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

구체적으로 제안일로부터 20일 이상 헌법개정안을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내인 2010년 5월 하순경에 국회에서 개헌안을 의결하고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내각제는 휴전 중의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외교,안보적 조건에 부적합한 제도이고, 4년 중임제는 제왕적 권력의 폐해를 더욱 강화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는 4년 중임,분권형 대통령제도 개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내각제는 분단국가라는 조건에 반드시 부적합한 제도라고 볼 수 없고, 현재 우리나라의 보혁갈등이 내각제 성공의 요인인 양당제의 기초가 될 수 있으며, 분권형 대통령제는 이원집행부제도의 실질을 가진 것으로 정국불안정이나 독재화라는 극단적인 단점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개헌논의의 상황에 따라 내각제냐, 4년 중임제냐, 4년 분권형제냐하는 점에 대하여 국민간의 엄청난 논란을 제기되어 개헌논의가 표류되는 상황에 이르는 경우에는 헌법 제72조(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에 관하여 권력구조 선택에 관한 국민투표 이후에 구체적인 개헌작업에 착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4. 맺는 말

결국 대부분 국민이 반대하고 정략적이라고 보았던 참여정부의 개헌 추진을 뒤늦게나마 철회하고 18대 국회에서 논의하게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로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의원내각제 개헌이나 그간 여론조사에서 다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고 알려진 4년 연임 대통령제 및 분권형 또는 이원집정부제 개헌 등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헌문제에 대하여는, 지난해 노 대통령과 정치권이 합의한 바와 무관하게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포함하여 출발점이 되는 권력구조 개편문제에서부터 진지한 논의를 통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이를 토대로 하여 신중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와, 헌법개정권력이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전제하에 국민투표에 의하여 헌법개정을 확정하도록 정한 우리나라의 헌법원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헌시도는 내각제 주장이 개헌 논의과정에서 강하게 부각하게 될 경우에 광우병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논란과 갈등 및 대립이 예상되고, 특히 권력구조 개편 이외의 개헌 쟁점(부통령제, 결선투표제, 국회의 구성, 국민소환, 중간선거제, 사법개혁, 저항권, 일반적 적법절차, 사상의 자유와 양심상 병역거부, 정보기본권, 시민참여 재판, 영토 및 통일관련 조항, 경제질서 등)에 대하여도 진보, 보수의 구도하에서는 내전에 버금가는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