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5.  한국법률가대회  '행정규제'  토론문

 규제개혁으로서 행정형벌-제재처분 합리화 방안

                                                               변호사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법무법인 바른 구성원변호사)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외국인 중에는 “법령에 왜 이리 강도 높이 센 처벌 조항이 많은가”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한국의 법규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처벌 위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외국 기업의 경영자가 한국에서 근무할 때 본의 아니게 전과자가 되고, 이러한 처벌전과는 이들이 다른 나라로 진출할 때나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사업을 할 경우에 뜻하지 않는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형벌 만능주의적 경향으로 인하여 전 국민의 21%인 1,035만명에 이르는 전과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비난이 높습니다.

형벌만능주의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마치 촘촘한 그물과도 같이 교통경찰은 PDA를 사용한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여 체육복 입고 동네 편의점을 가려는 운전자를 단속하여, 운전면허증을 휴대하지 않으면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외부에서 보는 것을 피해 어떤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햇살을 피하려고 자동차 창유리에 선팅을 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등을 납부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각 부처 소관 행정법률 가운데에서 83%가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행정 목적달성을 위해 형벌을 도입한 경우가 무려 44%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종업원이 잘못하면 기업주를 거의 자동적으로 같이 처벌하는 이른바 양벌규정입니다.

  양벌규정에 의한 처벌은 2006년 3만4887건으로 692억원, 2007년 3만6926건으로 493억원으로서,

 전체 금액은 줄었지만 건수는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특별한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종업원과 영업주를 함께 기소해 왔고,

  법원도 면책을 인정하는 예가 거의 없었던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양벌조항으로서 개인인 영업주에게도 동일하게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의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였습니다.

  그 판시이유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법정형에 나아가 판단할 것 없이,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것입니다(2005헌가10).

  얼마전 법무부와 법제처는 “행정형벌-제재처분 합리화 방안”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종업원이 범죄를 저지르면 기업주도 함께 처벌하던 양벌규정이 대폭 완화돼 앞으로는 선임·감독상의 의무를 다한 기업주는 형사책임이 면제된다는 것입니다.

  또 기업주에게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있더라도 벌금형만 부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행 양벌규정상의 징역형을 모두 폐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무부의 양벌규정 폐지방안은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전과자를 양산하는 무분별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게 되는 조치입니다.

  그리고 기업활동의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양벌규정 392개 법률과 행정형벌 151개 규정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해 올 11월까지 일괄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392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양벌규정에 “다만, 법인이 그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취지로 면책된다는 의미의 단서조항을 신설해 양벌규정에서도 책임주의를 관철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법무부는 양벌규정 중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는 관세법 등 15개 법률에서 징역형을 폐지하고 벌금형만 적용할 수 있도록 처벌수준을 합리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기업 등 법인에게는 징역형을 부과할 수도 없고, 선임·감독상 과실이 있을 뿐인 영업주에게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는 비판 때문입니다.

  이러한 법무부의 양벌규정 개선으로 약 6,000여명,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으로 약 9만9,000여명 등 연간 10만명 이상의 전과자 감소한다고 합니다.

  또한 법인의 벌금 부담 절감과 행정사범 감소에 따른 수사기관 및 법원 업무감소로 인한 행정비용 절감의 효과로 약 1,610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법무부는,

  우선 자동차등 운전자가 면허증을 휴대하지 않거나 경찰관의 운전면허증 제시요구에 불응한 경우,

  자동차 창유리에 선팅을 한 경우나 운전면허 정기적성 검사의무를 위반한 경우,

  자동차 배출가스점검을 기피·방해하거나 배출가스 정밀검사명령에 불응한 경우,

  유흥업소 등 식품접객업자가 업소에 허가증이나 종업원 명부를 비치하지 않았을 때,

  공사시공자가 건축공사현장에 건축허가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계도를 비치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하여 종전에 적용되던 징역 및 벌금형을 과태료 처분으로 전환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법률에 규정된 형사처벌 조항을 과태료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것이고, 이에 따라 불필요한 전과자 양산을 막기로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법제처는 영업정지·과징금, 인·허가 취소 등 행정제재의 기준을 합리화해 기업하기 좋은 법령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행정형벌 규정에 의해 징역형ㆍ벌금형 등의 형벌을 부과받고 있는 경미한 행정법규 위반행위도 앞으로 비범죄화되어 형벌이 아닌 과태료 처분으로 대거 전환된다고 합니다.

  특히 음식점이나 기업 등의 경미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곧바로 영업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영업정지나 허가취소를 하는 대신 경고나 시정명령이 내린다는 것입니다.

  이에 자발적으로 위반사항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거나 영업정지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도록 개선할 방침이라는 것입니다.

   또 곧바로 영업정지를 부과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위반행위를 시정할 때까지만 정지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제재적 행정처분에 있어서 사익침해의 중대성 등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최근 모 정보통신업체는 실무자의 실수로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라 3년마다 신고하게 되어있는 등록기준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시정기회 없이 영업정지 3개월을 받았던 사안이 법령개선의 배경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다소 행정편의적인 제도를 운영하면서 한번의 위반행위에 대해 기업에 막대한 매출손실을 줄 수 있는 영업정지처분을 내려, 기업의 투자의욕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행정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신문 칼럼에서 행정규제에 대하여, 미국 육군사관학교 교장일 때의 더글라스 맥아더의 일화를 소개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맥아더 교장에게 한 교관이 와서 보고하기를 “생도들이 자꾸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는 바람에 이를 적발하고 벌점을 주느라 매우 피곤하니 단속원을 늘려주십시오.”고 하자,

   맥아더 교장는 즉시 “잔디밭을 가로질러 길을 만드시오.”라고 지시하였고. 잔디밭 사이로 예쁜 오솔길이 생겼으며 그 뒤로는 위반 생도도 벌점도 사라졌다는 일화를 소개하였습니다.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생도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도가 수업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는데 이를 붙잡고 벌점을 주기 위하여 단속원을 늘려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보다는,

  그 발상을 전환하여 길을 새로 냄으로써 지각도 줄이고 단속도 벌점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참신한 규제개혁의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규제개혁이나 완화 입법을 논의하면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법령의 정비나 행정형벌의 완화는 법치의 무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 법률가대회에서는 “법치주의를 확립하지 못하면 선진국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국가사회에 전하려고 합니다.

  어제 법조인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법률가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운 법치를 국정운영의 3대 중심축의 하나로 삼고 어떤 이유에서든 법치를 무력화하려는 행동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면서 비리 기업가에 대하여 대대적인 사면을 실시하였던 것은, 사회통합과 법치주의에 어긋나고 국민들로부터 설득을 받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법치의 진정한 의미는 지킬 수 있는 법, 지켜야 하는 법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비리기업인을 용서하는 방향이 아니라,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법, 왜 지켜야 하는지가 의문인 법을 정비하는 것은 진정한 법치주의로 향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도적 한 명을 놓치더라도 이 번 법령의 정비와 행정형벌의 완화를 통하여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고 비용을 줄여주는 정부의 조치는는 ‘비지니스 프렌들리’ 보다 더 큰 의미의 ‘이코노미 프렌들리’라고 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 법의 지배가 실효적으로 확립되어 예측가능하고, 투명하며, 신뢰하는 사회가 되었을 때에 비로소 우리 국민과 국내외 기업은 안심하고 과감한 투자와 활발한 경제활동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령의 정비와 행정형벌의 완화를 통한 법치주의 실현방안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된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범법을 양산하는 체제를 보다 경제 친화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실질적 의미의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법적,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발제자께서 주장하신 바와 같이, 실험조항과, 가인가, 사전허가 등의 활용은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인 것이라고 봅니다.

  또 미래사회에서 위험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높은 품질의 규제목적을 달성하려면 실효성이 있는 자율규제제도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시장 친화적이고 실질적 법치주의적 측면에서 적극 지지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