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8. 11. 4.자 제31면에 "헌법정신 존중이 바른 역사교육이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내용입니다.

역사교과서와 헌법정신

                                   변호사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대행 겸 사무총장)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싼 좌편향 논란이 계속되던중, 얼마전 교육과학기술부는 55개 부분을 바로잡으라면서 삭제수정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허울뿐인 수정’이라거나 ‘집단대응도 불사한다’는 등의 극단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으나, 근․현대사교과서에 대해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한 인사 조차 “북한에 온정적이고 건국세력에 혹독하고, 일부 내용이 좌편향이 확실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바가 있다. 그간 우파계열의 교과서포럼은 교과서의 좌편향에 대한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해 줄기차게 주장하였고, 아무 반응이 없던 정부 당국이 비로소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였다는 점은 상당히 진일보한 점이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교육시키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권의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교과서를 바꾸려고 하여서는 아니될 일이다. 우리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감수성과 모방성, 수용성이 왕성한 학생들의 인격이나 기본생활 형성에 교원이나 교원의 활동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므로, 교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도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던 바있다(2001헌마710).

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의 좌편향이냐, 우편향이냐를 떠나서 ‘무엇이 올바른 역사인가’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대한민국 정통성의 토대가 되는 헌법정신이나 이념일 것이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임과 동시에 국민의 생활규범이기 때문이다. 헌법에 위배된 국가의 제도, 법령, 정책 등은 어떤 명분이라도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는 것처럼, 역사교과서의 내용도 헌법정신이나 이념에 합치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정치사회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질서의 두 축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법치주의 내지 적법절차를 수단으로 하여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보장을 추구한다.

우리 헌법의 전문에서 기술하듯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고, 헌법상 자유민주주의의 원리로서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한다. 대법원은 북한에 대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은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2004도3212).

문제가 된 좌편향교과서에서 일본이 미국에 항복하는 장면을 “일장기 대신 올라간 것은 성조기였다”고 한 부분이나, 해방후 미군 사령관을 점령군, 소령군 사령관을 해방군으로 묘사한 부분, 김일성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건설이라는 이념적 명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는 부분은 북한정권을 미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정권을 부정하고 혐오하는 시각을 나타내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두고 우리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이적표현물이나 다름 없어 폐기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도 제기될만하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원리를 부인하는 것은 정치나 이념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서, 국가의 존립과 근본규범인 헌법을 부인하는 것이자 자기부정이다. 우리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인격과 기본생활을 형성해 나가는 데에 있어 국가존립이나 근본규범을 부인하는 자기부정의 희한한 교육을 시킬 수 없는 것이다. 또 그들에게 1인 내지 1당 독재의 북한에 대한 막무가내식 이해를 강요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우월성과 정통성을 더욱 자랑스럽게 느끼게 하고,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헌법정신을 존중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교육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