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성명서]

현 정권의 개헌 발의는 당장 유보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간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의견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4년 연임 대통령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를 골자로 하는 개헌시안을 발표하였다. 노 대통령은 임기말 권력누수로 대표되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켜 국정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론이 불리하더라도 계획대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안하는 행위가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라고 하여도, 헌법에 근거하여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으로 행하여질 것이 요구되고, 국민주권의 원리 등 헌법원리에 위배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 또 누누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 권한행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국민이 아닌 전체 국민를 위하여 국정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지위에서 행사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여론이 불리하더라도, 즉 대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개헌을 추진한다거나, 나아가 국회나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부결될 것이 예상되는데도 개헌을 추진한다는 것은, 국가의사의 결정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야 하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한다. 그리고 국가원수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대통령의 책무를 또다시 저버리거나,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을 금지한 조항은, 1인 장기집권의 폐해에 따른 과거 헌정사에 대한 반성이자, 권위주의 정부에 항거한 국민적 투쟁의 성과로서,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확립하는데 기여하였다. 또 이 번에 추진하는 4년 연임 대통령제하에도 재선을 위한 인기영합적이거나 단기적인 정책수행, 재선후 조기레임덕 등으로 오히려 국정안정을 해치는 외국의 사례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루어지게 된다면, 1인 내지 1당 독재정부의 출범을 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이 집권하는 4년 임기 동안 주권자인 국민들은 총선을 통하여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중간평가할 기회 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 이는 국민주권주의 이외에 선거제도 등 대의민주주의에 관한 헌법원리에 반하는 일이다. 반면 대통령과 다수당이 다르게 되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집권내내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국정혼란이 야기된다. 이는 현 정권이 이번 개헌사유로 내세우는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배치되는 일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개헌 추진은 정략적이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불과 얼마전에는 개헌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느닷없이 부결이 뻔히 예상되는 개헌을 추진하는 데에 대하여, 이를 정략적이지 않다고 보는 국민들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의 주된 원인은 현 정권의 미숙하거나 오만한 국정수행, 과도한 언행, 집요한 코드인사 등에서 비롯된 초래된 국정혼란과 이에 따른 민심이반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 주된 원인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수습방안을 모색하지 않은채 국정안정을 위한다면서 개헌을 추진하는 모습을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대부분 국민이 반대하고 정략적이라고 보는 개헌 추진은 당장 중단하고, 그 발의를 유보하여야 한다. 자신의 개헌 제안에 반대입장에 있거나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으로, 시급하고도 산적한 국가현안에 대한 국정수행에 전념하여야 한다.

개헌안은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토론을 통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하는만큼 차기정권에서 추진하여야 마땅하다.

2007.  3.  8.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강훈, 이석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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