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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의 사적 생활은 일체 공개될 수 없는가?[대한법률신문2009.07.06]
  • 작성일
  •   :  2009-07-10
     

    피의자의 사적 생활은 일체 공개될 수 없는가?


                                                                         변호사 이재원


       검찰은 지난 달 18. 작년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던 PD수첩의 ‘광우병 왜곡 보도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이메일 내용 일부를 공개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피의자의 이메일을 공개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한 것이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하여 상당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면서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은 법적으로 정당하고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바와 같은 문제는 없다고 본다.

       사생활의 비밀이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 인권이고 이메일로 통신한 내용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함부로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겠으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며 국가의 안전보장, 민주질서의 유지, 공공복리 등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고, PD수첩이 어떤 경위로 어떻게 광우병에 관하여 허위 왜곡 보도를 하게 되었는지는 이 보도가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부정적 영향과 손해를 생각할 때 공익상 필요가 중대하여 당연히 국민의 알 권리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범행과 관련이 있는 사생활의 비밀은 보호가치가 없기 때문에 그것이 공개된다고 해서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고,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속한다’는 주장(허영 한국헌법론, 박영사 382쪽)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공공의 이익 또는 일반 국민의 정당한 관심사항인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일정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폭로될 수 있다’는 주장(김철수 헌법학 상, 박영사 846쪽)은 이 문제에 관하여 온당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할 것이다.

       문제는 검찰의 이메일 공개가 필요하며 적절한 범위였는가 하는 점인데, PD수첩 제작진들이 왜곡과 조작까지 하면서 국가를 대혼란상태에 빠뜨렸음에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단순한 실수라며 범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이었고, 언론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경우 대법원은 ‘공적 관심사안에 관하여는 악의 또는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보도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성이 조각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으므로, 범죄성립요건과 직접 관련된 자료로서 공모의 태양을 가늠할 ‘공범간의 행위 분담 및 역할’, 고의와 위법성 조각사유를 판단할 ‘PD수첩이 사실을 왜곡하여 허위방송을 하게 된 의도’와 중요한 양형자료가 될 ‘범행의 결과 및 이에 대한 평가’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이메일을 검찰이 공개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번 PD수첩사건이 범죄사실의 유죄입증과 이메일 공개 사이에 명확한 연계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도 연방검사 업무지침(US Attorney's Manual)에 따라 ‘범의, 범행방법, 범행경위 등을 입증하는 자료로 공소사실에 인용된 이메일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사례 다수가 있다. 펀드 마케팅 또는 증권 관련  사기사건(2008. 6. “베어스턴즈” 헤지펀드 매니저 기소사건)에서 기망행위를 설명하면서 피의자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것,미국 하원 금융위원회가 2002년 월드콤 파산사를 조사하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월드콤 회계책임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한 것, 미국 법무부가 엔론사건 재판과정에서 ‘공익상 이유’를 내세워 이메일 등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를 공개한 것 등이 그것인데, 인터넷 공간의 자료라고 해서 증거의 확보와 제출에 특별한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공개된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된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최소한의 것이고 이를 원문 그대로 공개하였으며 그 시기도 기소이전이 아니므로 공개의 적절성도 문제될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검찰의 이번 이메일 공개가 명예훼손일 뿐만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공표죄도 공소제기 이전의 공표만을 처벌하고 공소제기 되어 공개된 법정에서 소추와 변론의 대상이 된 사실의 발설을 문제 삼지는 않으며, 국민적 관심사가 된 사실을 기소단계에서 적시하는 것이 위법한 명예훼손행위로 평가될 리도 없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를 금지하는 것은 감청 등 통신제한조치에 의하여 취득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나 이번 공개된 이메일은 감청의 방법이 아니라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으로 송수신이 완료된 자료를 압수한 것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의 금지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법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무죄추정의 원칙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 언론과 보도의 자유 등 보호받아야 할 많은 인권과 여러 원칙들이 규정되어 있고, 이들은 상호 대립과 보완관계를 유지하며 헌법질서를 구성하고 있다. 헌법의 핵심이 아니라면, 특정한 인권과 헌법적 가치만이 소중하고 그것이 다른 것들에 언제나 우선하고 지배한다는 생각은 그래서 위험하다.

     피의자의 사적 생활에 대한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어느 하나만이 중요한 것처럼 가부를 단답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당화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겠으나 이번 검찰이 PD수첩사건을 기소하면서 작가의 이메일 일부를 제한적으로 공개한 것은 그 공익적 필요성이 워낙 크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그 정당성에 아무런 의문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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