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   입법조사관 김준기, 행정서기 이희석

제  목   의견제시 요청에 대한 회신           

1. 본 단체에 대한 신뢰와 성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2. 귀 위원회에서 사법제도개혁특위-48(2010. 4. 7. 시행)로 의견제시를 요청하신 사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회신하오니 업무처리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다      음

1. 의견제시 대상법안

귀 위원회에서 의견제시 요청한 사안은 양형기준법안(박민식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8019호, 이하 ‘법안’이라고 함)의 심사와 관련한 것입니다.

그 제안이유는, 형사사법절차의 투명성을 높여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양형기준 정립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려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종합적이고 통일적인 양형기준을 신속히 정립하고, 양형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폐쇄적인 양형위원회 활동으로 인한 폐단을 방지하고 양형기준 정립의 민주적 정당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2. 일반 의견

(1) 법안은 현행 양형관행의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양형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비합리적인 양형편차의 축소, 예측가능성의 증대 등 양형기준의 제정 목적을 명시하고 있는데, 지극히 당연하고 시의적절한 내용을 규정한 것으로 이에 찬성합니다.

(2) 법안은 양형기준 설정 등 양형위원회 활동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법원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고, 양형위원회의 중립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 또는 위촉하되,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데, 대법원에 양형위원회를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과 양형위위원회 활동의 효율성 제고 및 중립성과 민주적 정당성 강화 등 법안의 제안 취지에는 적극 공감합니다.

하지만, 양형은 그 본질상 재판사무로서 사법부인 법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므로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에 두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양형은 피고인과 피해자 등 형사사건 관계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재판사항이므로 효율성 측면에서만 고려할 것이 아니고, 법원으로부터 양형을 독립시킨다는 것은 법원으로부터 재판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비판을 고려해서,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고, 양형위원을 대통령과 국회가 구성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포함하여 양형을 사법권의 본질적 문제로 보아야 하는지, 법률에 의해 정할 수 있는 문제로 보아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사항부터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다시 한 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3. 개별 의견

(1) 법안은 양형기준 설정에 있어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 이외에 법학 및 범죄심리학 등 법학 인접 분야 교수, 범죄피해자 지원 관련 전문가 등을 포함하여 구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조인이나 법학교수가 아닌 사람들이 양형위원회 위원이 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다양하고 전문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바, 이에 찬성합니다.

(2) 법안은 양형기준의 신속한 제정을 위하여 이 법에 따라 설립되는 최초 양형위원회는 최초 양형기준의 발효시까지 모두 상근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있는데, 신속한 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합니다.

그러나 양형위원에 대한 처우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민간위원들이 상근으로 양형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근무할 것인지는 현실적으로 의문이 없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3) 법안은 양형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위원회 업무의 연속성을 위하여 해마다 절반 가량의 위원이 순차로 교체될 수 있도록 최초 차등 임기로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원회 업무의 연속성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에 찬성합니다.

다만, 위원들을 어떻게 구분하여 차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4) 법안은 양형위원회의 국회에 대한 보고의무를 강화하기 위하여 양형위원장의 직무에 국회에 대한 출석과 보고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당연히 양형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는 것이 검토결과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법안을 수정하게 된다면, 그에 따라 국회의 관여 부분은 조정이 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5) 법안은 양형기준 설정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양형위원회의 의사와 회의록의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고, 비공개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양형기준 설정과정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것으로 이에 찬성합니다.

다만, 양형위원회의 의사와 회의록을 공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예컨대, 이해관계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양형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등에 대비하여 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함께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6) 법안은 전체 범죄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범죄의 중대성과 범죄전력을 두 축으로 종합적인 양형기준표를 제정하도록 하여 미국식 양형기준제의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양형기준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사법체계에 따라 고유한 양형기준제를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식 양형기준표는 죄명별로 기본 형량구간이 제시되고, 가중․감경인자의 존부에 따른 형량범위의 특정이 이루어져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이 실현 가능하며, 일반 국민들도 죄명과 양형인자를 토대로 선고 가능한 형량범위와 실형 또는 집행유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계량화된 자판기식 양형으로 인해 양형의 적정성이나 구체적 타당성을 저해하고, 범죄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범죄행위의 불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형법체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또한, 미국식 양형기준제는 기속적 양형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헌법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여야 하는 법관의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도 침해하는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 역시 존재합니다. 미국의 양형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식 양형기준제가 시행된 이후 형량만 과거보다 과중해졌을 뿐 전국적으로 법원 간의 양형편차는 오히려 시행 이전보다 더 벌어지는 등 기속적 양형기준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장․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미국식 양형기준제를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수용할 것인지, 수용한다면 현재 지적되고 있는 단점이나 비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진지한 검토,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7) 법안은 양형기준의 객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양형기준표가 제시하는 형량범위는 그 상한이 하한의 25퍼센트 또는 6개월 중에서 장기의 것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일명 ‘25%룰’을 도입하였는데, 양형 기준의 편차는 법정형의 편차와 관련지어 고려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법정형의 편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양형기준만의 편차를 법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법정형에서 상한과 하한 사이에 상대적으로 큰 편차가 있는 범죄라면 이에 따라 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역시 다른 범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큰 편차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양형기준의 상한과 하한 사이의 편차를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볼 것입니다. 

(8) 법안은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최초 양형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설립 후 2년 이내에 최초 양형기준을 제정하도록 하고, 형법에서 규정하는 범죄 및 이를 가중․감경하는 특별법상 범죄, 선거범죄와 정치인의 정치활동에 관한 주요 범죄를 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최초 양형기준의 제정 시한과 범위를 경직적으로 법률에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양형기준의 수립은 재판을 받는 피고인뿐 아니라 일반예방에 기초한 국민 일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과제로서 일정한 시한을 정해 진행한다면, 이후 필요이상의 많은 개정작업이 이루어져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는 타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참고로,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가동한 미국 연방양형위원회도 발족 후 3년이 지나서야 양형지침서의 수정초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시행 이후에도 상당한 개정작업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한을 정하지 않거나, 설사 시한을 정하더라도 최소 3년 이상으로 하는 등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9) 법안은 양형기준의 기본이념, 범죄의 중대성 및 범죄전력에 의한 등급을 정할 경우 고려사항 등 양형기준 제정 시 고려하여야 할 사항과 위원회의 준수사항에 대한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대부분 상식적이고 타당한 내용으로서 법안에 찬성합니다.

(10) 법안은 양형기준 제․개정 활동을 정례화하고 국회의 관여를 보장하기 위하여 위원장은 국회에 매년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위원회의 활동상황 등을 보고하고, 수시로 국회의 요구에 출석하여 보고하도록 하였으며, 또한 양형위원회는 매년 국회 정기회 전에 양형기준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제출된 양형기준안은 국회가 심의․확정하도록 하였는데,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한다면, 당연히 양형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국회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에 찬성합니다.

하지만,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는 것이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되어 법안이 수정된다면, 국회의 관여가 일정부분 제한되어야 할 것입니다.

(11) 법안은 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민원접수 등 상당한 수단을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하고, 양형기준 제․개정 시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것으로 하였는데, 이는 단지 선언적 의미만을 갖는 규정으로서 특별히 실익은 없어 보이지만,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12) 법안은 선고형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양형기준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법관에게 양형기준의 준수를 부과하고, 아울러 법관으로 하여금 판결서에 양형기준에 따른 양형이유 설시 및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그 이탈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였습니다.

행정부가 마련한 양형기준에 기속적 효력까지 부여하는 것은 양형선고에 대한 사법부의 고유권한을 행정부가 제한하려는 것으로 재판의 독립성과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있으나, 양형기준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양형기준을 준수하고, 판결서에 양형이유를 설시하고 이탈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고 필요한 규정으로 판단되는바, 이에 찬성합니다.

(13) 법안은 양형기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피고인이나 검사는 법원이 양형기준을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와 양형기준을 이탈하면서 그 이탈의 사유를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 이탈의 사유가 불합리한 경우에 상소할 수 있도록 하였고, 양형기준을 준수하였더라도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것이 오히려 더 타당한 경우에도 아울러 상소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양형기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양형기준에 위배된 판결에 대하여는 상급법원에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법안에 찬성합니다.

다만, 제2항의 의미를 “양형기준을 이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탈의 사유를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이탈의 사유가 불합리한 경우에만 상소이유가 된다”는 취지로 이해를 한다면, 제1항과 제2항이 해석상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실무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14) 법안은 양형기준의 이행상황과 성과를 분석할 수 있도록 각 법원이 판결서 부본 등 양형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양형위원회로 송부하도록 하고, 양형위원회는 데이터베이스시스템을 구축하여 정보를 관리하도록 하였는데, 양형기준의 이행상황과 성과 분석을 위해서는 법안과 같은 상호 협조가 긴요하다고 할 것인바, 이에 찬성합니다.

다만, 양형위원회가 별도로 데이터베이스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법원이나 검찰에서 구축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15) 법안은 양형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예산의 편성과 결산, 양형기준 준수율 등 양형기준 시행 성과 등의 내용을 포함한 연간보고서를 작성하여 대통령, 국회, 대법원에 제출하고 일반 국민에게도 공개하도록 하였습니다.

양형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법안과 같이 연간보고서를 작성, 공개하는 등 양형위원회의 활동을 공개할 필요성이 대단히 높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찬성합니다.

(16) 법안은 양형위원회 운영을 지원하는 사무기구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무기구의 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였는데,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게 된다면, 사무기구의 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특별히 문제는 없다고 볼 것입니다.

하지만,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는 것이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법안을 수정한다면, 양형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사무기구의 장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17) 법안은 이 법을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였는데, 이 역시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는 전제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만약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법안의 내용이 수정된다면, 양형위원회가 현재와 같이 대법원에 속할 경우에는 대법원규칙으로, 독립된 기구를 설립할 경우에는 그 기구의 규칙으로 제정하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2010.  4.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이헌, 정주교 변호사

담당변호사 서 경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