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의 발언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헌법상 '학문의 자유'는 무엇인지, 그 한계와 제한은 어떻게 되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현 상황의 판단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기본서의 부분을 발췌하여 올려드립니다.(권영성 헌법학원론)

이러한 자료를 통해 과연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과연 학문의 자유로 보호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학문의 자유

1. 학문의 자유의 의의

학문은 자연과 사회의 변화ㆍ발전에 관한 법칙 또는 진리를 탐구하고 인식하는 행위이다. 학문의 자유라 함은 학문적 활동에 관하여 공권력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아니하는 자유를 말한다. (ㄱ) 학문은 인간정신의 귀중한 성과이며 인류문화의 집중적 표현이기 때문에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하고, (ㄴ) 학문의 진보는 문화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므로 모든 예속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ㄷ) 학문은 새로운 지식의 개척이기에 자유로운 토의와 연구에 맡겨져야 하고, (ㄹ) 학문상의 진보나 새로운 발견을 일반인의 상식적 견해로써 반대하거나 박해한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국가ㆍ사회도 학문의 독자성을 존중하여야 한다.

2. 학문의 자유의 연혁과 입법례

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학문탄압사건은 일일이 매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갈릴레오(Galileo) ㆍ 볼프(Wollf) ㆍ 칸트(Kant) ㆍ 괴팅겐 7교수(Gottinger Sieben)등과 관련된 유명한 학문적 사건을 비롯하여 금서와 분서에 이르기까지 학문에 대한 탄압은 끊이지 않았다. 학문의 자유는 17세기 영국에서 베이컨(F.Bacon)과 밀톤(J.Milton)등에 의하여 주창되었지만, 헌법의 차원에서 최초로 보장된 것은 1849년의 프랑크푸르트헌법과 1867년의 오스트리아 헌법 등이었다. 제2차대전 이후에는 각국이 이것을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3. 학문의 자유의 법적 성격

학문의 자유는 주관적으로 개인의 소극적 방어권을 의미하지만, 객관적으로는 학문활동을 자율적 생활영역으로서 보호하고 헌법이 지향하는 문화국가로서 학문을 보호하고 장려하여야 한다는 제도적 보장을 의미한다.

4. 학문의 자유의 주체

학문의 자유는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나 연구소의 연구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는 기본적 인권이다. 학문의 자유는 萬人의 기본권(Jeder-mannsgrundrecht)이므로 학문을 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자이면 내외국인의 구별 없이 학문의 자유를 누린다. 또한 학문의 자유는 집단적 권리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대학이나 그 밖의 연구단체도 학문의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다.

5. 학문의 자유의 내용

학문의 자유는 협의로는 연구의 자유와 강학의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광의의 학문의 자유는 연구와 강학의 자유 외에 연구결과발표의 자유, 학문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발표하기 위한 집회ㆍ결사의 자유 등도 포함한다. 그리고 최광의 학문의 자유에는 대학의 자유(자치)까지 포함된다. 헌법 제22조의 학문의 자유는 최광의로 이해하는 것이 다수설이다.

(1) 연구의 자유

연구라 함은 사색ㆍ독서ㆍ조사ㆍ실험 등에 의하여 진리를 연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연구의 자유가 학문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인 동시에 중핵이다. 연구의 자유는 강학의 자유와 더불어 유보 없이 보장되는 자유이기 때문에 연구 대상의 선택ㆍ연구방법ㆍ연구내용ㆍ연구시기ㆍ연구장소 등에 대해서는 국가권력이나 그 밖의 사회적 세력이 간섭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

(2) 연구결과발표의 자유

연구결과발표의 자유라 함은 연구결과를 외부에 공표하는 자유를 말한다. 연구결과의 발표는 대학의 강의실 이외의 집회에서 발표하거나 논문 또는 저서로써 발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연구결과를 대학의 강의실에서 발표하는 것은 후술할 강학의 자유에 해당한다. 학문의 연구는 그 성과를 발표함으로써 객관적 문화재가 되기도 하고 문화의 진전에 공헌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연구결과발표의 자유도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연구결과의 발표는 그 사회적 전파성 때문에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국가적 제한에 따른다.

(3) 강학의 자유

강학의 자유 내지 교수의 자유(Lehrfreiheit)는 연구의 자유의 연장선상에서 당연히 보장된다. 강학의 자유는 대학이나 고등교육기관(한국과학원 등)에 종사하는 교육자가 자유로이 교수하거나 강의하는 자유를 말한다. 강학의 자유는 강학의 내용이나 방법 또는 학술적 견해의 표명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는 강학내용이나 강학방법에 관한 한 누구의 지시나 감독에도 따르지 아니하고 독자적으로 결정하며, 강의실에서는 학문적 견해를 자유로이 표명할 수 있다(學說의 自由)

(4) 학문적 집회ㆍ결사의 자유

학문적 집회ㆍ결사의 자유라 함은 학문을 공동으로 연구하거나 발표하기 위하여 집회를 개최하거나 단체를 결성하는 자유를 말한다. 학문의 자유에 포함되는 집회ㆍ결사의 자유는 최소한의 국가적 제한에 따를 뿐 일반적인 집회ㆍ결사의 자유보다 고도로 보장된다.

6. 학문의 자유의 효력

학문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대국가적 방어권이므로 공권력에 의한 침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할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립대학의 설립자나 그 관리자 등 공권력 이외의 자에 의해서도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私人에 의한 침해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학문의 자유도 간접적용설에 따른 제3자적 효력을 가진다.

7. 학문의 자유의 한계와 제한

(1)     학문일반의 자유의 한계와 제한

학문의 자유도 법률에 의한 제한의 대상이 되는가에 관하여는 학문의 자유의 구체적ㆍ단계적 발현형태에 따라 각기 달리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학문의 자유 중에서 연구의 자유는 외부와의 연계성이 비교적 희박하므로 신앙이나 양심의 자유에 준할 정도로 고도의 헌법적 보장을 받는다. 그러나  연구결과발표의 자유라든가 강학의 자유 및 학문을 위한 동학자의 집회ㆍ결사의 자유는 그 사회적 전파성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최소한의 제한을 면할 수 없다. 독일기본법에도 학문의 자유에 관해서는 제한유보가 없지만, 학문의 자유가 연방공화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서는 아니 되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도덕률에 위반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학문의 자유는 다원성ㆍ개방성ㆍ자율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학문적 활동이 헌법적 질서를 부정하는 현실참여일지라도 그것이 이론적 탐구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 학문의 자유로서 보장된다. 그러나 정치적 선  동이나 선전 또는 편협한 이데올로기적 주장은 학문의 자유로서 보장될 수 없다. 하지만 학문의 자유를 제한함에는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확립된 명백ㆍ현존 위험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2)     강학의 자유의 한계와 제한

강학의 자유도 헌법에 대한 충성의 의무에는 구속된다. 독일기본법도「강학의 자유는 헌법에 대한 충성에서 이탈할 수 없다」라고 하고 있다. 이 충성유보(Treuvorbehalt)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관하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거나 파괴하는 것을 금지하는 뜻으로 이해하는 입장과 방어적 민주주의와 관련시켜 이해하는 입장이 있다. 요컨대 강학의 자유는 (ㄱ) 공리공론에 흐르는 무책임한 강단의 자유까지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ㄴ) 학술적ㆍ합리적 헌법비판만을 허용하는 것이며, (ㄷ) 교수가 강단 밖에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헌법적대적 의견을 발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