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 제8조가 민주적 통제의 근거규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은 법무부장관이 검찰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법무부장관의 권한행사는 민주적 통제와는 무관한 것으로서, 위 조항은 민주적 통제의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 검찰권에 대한 제한은 사법부인 법원에 의한 제한이나 건전한 여론에 의한 비평이 있을 뿐이다. 위 조항은 행정권 기타 정치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저지하여 검찰권의 독립을 보장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검사의 지휘감독체제

가. 의의

검찰권의 행사는 개개의 사건에 있어서 광의의 사법작용에 속할 뿐만 아니라 항상 사법권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사법작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형사사법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그 전단계로서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사법권독립의 정신이 검찰권 행사에 추급될 것이 요청된다.

한편 검찰권은 행정권의 일부로서 행정부에 속해 있으므로 그 행사에 관하여 궁극적으로 행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며 검찰권 행사에 있어서도 국가의 올바른 행정의사를 통일적으로 반영시켜야 한다.

또한 범죄수사는 그 성질상 전국적으로 밀접한 연락을 필요로 하는 것이 적지 아니하므로 이에 따른 전국적인 연락망과 조직체계가 필요하며 기소나 불기소처분등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전국적으로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균형 있게 행하여 질 것이 요구된다.

 이와 같이 검찰권은 그 성격상 다른 행정기능과는 다른 여러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검찰청법은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한편으로는 개개의 검사를 독립된 단독관청으로 인정하고 검사의 신분을 특별히 보장하여 검찰의 독립성을 담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사동일체의 원칙과 법무부장관의 지휘ㆍ감독권 등으로 집약된 특수한 지휘ㆍ감독체계를 설정하여 위와 같은 요청에 답하고 있다.

나. 검사동일체의 원칙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개인마다 독립된 관청인 전국의 검사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검찰총장ㆍ검사장ㆍ지정창의 지휘ㆍ감독권으로 결합된 피라미드형의 계층적ㆍ통일적 조직체를 형성하게 하고, 아울러 독립된 단독관청인 특정 검사의 사무를 검찰총장ㆍ검사장ㆍ지청장이 가지고 있는 직무승계권과 직무이전권을 매개로 별개의 관청인 다른 검사가 취급할 수 있도록 하며 그 경우에도 하나의 관청이 사무를 처리한 것과 같은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개개의 검사가 통일적인 조직체를 형성함으로써 전체의 검사가 일체로서 활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려는 것으로서, 전체의 검사가 모든 면에서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는 정신을 그 기초로 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지휘ㆍ감독권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통할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하고(검찰청법 제 12조 제2항), 고등검찰청과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은 그 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하며(동법 제17조 제2항, 제21조 제2항), 지청장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명을 받아 소관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하고(동법 제22조 제2항),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동법 제7조 제1항).

그러나, 검사가 검찰권의 행사에 관하여 상사의 지휘ㆍ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다고 하여 개개의 검사가 검찰권 행사의 의사결정기관이라는 원칙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상사의 지휘ㆍ감독을 받는다고 하리라도 개별적인 검찰권 행사의 권한과 책임은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사무를 처리하는 개개의 검사에게 있는 것이다.

(2) 직무승계권ㆍ직무이전권

검찰총장ㆍ검사장 또는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직접 처리하거나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 또는 소속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검찰청법 제7조 제2항, 제3항).

전자를 직무승계권(Devolutionsrecht), 후자를 직무이전권(Substitutionsrecht)이라고 한다. 이러한 권한을 행사한 결과 구체적 사건의 담당검사를 교체하여도 소송법상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아니하며, 그 때문에 검사에 대하여는 법관의 경우와 같은 제척ㆍ기피제도를 둘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3) 직무대리권

각급 검찰청의 차장검사는 소속 장이 사고가 있을 때에는 특별한 수권절차가 없더라도 그 소속장의 직무를 대리한다(검찰청법 제13조 제2항, 제18조 제2항, 제23조 제2항).

이를 직무대리권이라고 하는바, 대리하는 직무에는 검찰사무(동법 제4조 제2항 각호)뿐만 아니라 검찰행정사무도 포함된다.

다. 법무부장관의 지휘ㆍ감독권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할 수 있으나,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다(검찰청법 제8조).

“일반적으로 지휘ㆍ감독한다”는 것은 검찰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일반적인 방침 또는 기준을 시달하거나 법령을 해석하여 회시하거나 개별 사건에 관한 보고를 받는 것 등을 말한다. 소위 책임정치가 지배되는 영역인 검찰권의 행사는 전국적으로 평준화하고 검찰활동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최소한의 권한으로 유보된 것이다.

 “구체적 사건”이란 개개의 검사가 취급중인 특정 사건을 말하며, 이러한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는 수사에서부터 공소제기 및 형의 집행에 이르기까지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이 부하 검사에 대하여 가지는 지휘ㆍ감독권을 매개로 하여서만 개개의 검사가 행하는 검찰사무에 개입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무부장관을 검찰행정의 최고 책임자로 하면서도 그 지휘ㆍ감독권을 제한한 이유는 검찰권은 행정권의 일부이므로 그 행사에 있어서 국가의 행정의사를 반영시키고 그 정치적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함과 아울러 임기제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된 검찰총장을 완충대로 하여 행정권 및 정치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저지하여 검찰권의 독립을 보장하자는데 있다.

말하자면 책임정치의 원리에 의한 요청과 검찰권독립의 요청을 잘 조화시킨 것이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에 있어서 그 지휘감독권의 제한대상이 되는 것은 검찰사무에 한하고 검찰행정사무, 즉 서무, 회게, 인사 등에 관한 사무나 범죄예방 기타 형사정책상의 제시책에 관한 사무는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검찰행정사무에 대해서는 일반조직법상의 원칙에 따라 아무런 제약 없이 법무부장관이 지휘감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