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비 서 면

사 건 2014가합 ○○○○○○ 손해배상(기)

원 고 김 영 일(일명 김지하) 외 2명

피 고 대 한 민 국

위 사건에 관하여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은 다음과 같이 변론을 준비합니다.

다 음

1. 피고의 답변 요지

가. 피고는, 원고 김영일(일명 김지하, 이하 ‘원고 본인’이라고 합니다)이 이른바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사 및 형사재판을 받고 6년 4개월간 복역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저질렀던 불법행위에 대하여 원고 본인 및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피고에게 국가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에 대하여, 원고 본인의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에 관한 부분에 관하여도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이 제기한 다수의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판단한 ‘국가에 의한 체포ㆍ구속과정의 위법,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 수사기관의 고문 등을 통한 임의성 없는 자백 확보, 공판절차 및 형사판결의 위법, 명예훼손 등’ 그 불법행위의 원인사실이 인정된다고 자인하고 있습니다.

나.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의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청구에 관하여는 그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반공법위반의 점은 민청학련 사건과 별개로 경찰 및 검찰에서 수사 및 공소제기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하여 인정된 수사과정에서의 고문 및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재심사유가 위 반공법위반의 점에 대해서까지 인정될 수 없고, 달리 이에 대하여 재심사유를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원고 본인에 대한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더라도 그 원인행위는 민청학련 사건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 한편 피고는 원고 본인의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는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면서,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은 국가정보원 산하 과거사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의 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로서 국가가 시효완성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평가된 시점인 2005. 12. 7.로부터 원고들의 권리행사에 관한 ‘상당한 기간’을 기산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한 신뢰부여일로부터 최장 3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는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고는 가사 원고 본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의 취지에 따라 원고 본인이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을 연장한다고 보더라도, 원고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위 대법원 판례와 관계없이 원고 본인에 대한 재심무죄 판결확정일인 2013. 5. 17.로부터 기산되어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라. 나아가 피고는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자료 금액은, 1974년 ‘민청학련’, ‘인혁당’ 사건으로 인하여 복역 또는 사망한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의 소에서 법원이 산정한 위자료 금액에 비하여 과도하므로, 원고들이 청구한 위자료 금액은 상당부분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 피고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가. 피고가 자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 본인과 함께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으로 체포,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형을 집행당하였던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들(이하 ‘이 사건 피해자들’이라고 합니다)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의 판결에서 ‘피고의 체포, 구속과정에서의 위법,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 수사기관의 고문 등을 통한 임의성 없는 자백 확보, 공판절차 및 형사판결의 위법, 명예훼손 등’에 따른 불법행위의 원인사실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여 판단하였던 바가 있습니다[갑 제38호증의 1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21998), 2 판결(서울고등법원 2010나110031), 3 판결(대법원 2011다57852) 참조].

더 나아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 원인사실에는 종전의 민청학련 사건에 관한 불법행위의 원인사실 이외에도 원고 본인 등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사건에 따른 불법행위의 원인사실이 별개로 추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 민청학련 사건에 관한 피고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1)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제12조에서 신체의 자유, 법률에 의한 체포, 구속과 죄형법정주의 및 적법절차보장(제1항), 고문의 금지와 불리한 진술거부권(제2항),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체포, 구속(제3항),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제4항), 구속이유의 고지(제5항), 자백의 증거능력 제한(제7항)을 각 규정하여, 피고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며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며 국민으로 하여금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향유하도록 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고, 신체의 자유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2) 원고 본인의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의 불법행위 원인사실에 관하여도 원고 본인에 대하여 다른 법원에서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인정한 바와 같이 아래와 같은 불법행위의 원인사실을 인정되고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① 피고의 체포, 구속과정에서의 불법

이 사건 피해자들은 대통령긴급조치에 의하여 체포 및 구속영장 없이 범죄사실의 요지 및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 받지 못한 채 체포되었고, 이 사건 피해자들의 가족들도 체포 및 구속에 대한 적법한 통지를 받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피고 소속 수사관들은 원고 본인 등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체포 및 구속에 있어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를 지키지 아니하였던 것입니다.

②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

당시 헌법(1972. 12. 27. 개정 대한민국헌법 제8호) 제10조 제4항 및 군법회의법 제63조에 의하여 체포ㆍ구속된 피고인의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이 보장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피해자들은 위와 같이 강제연행되어 기소될 때까지 변호인, 가족 등이 이 사건 피해자들을 접견, 면회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피고는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보장하고 있는 원고 본인 등 이 사건 피해자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수사과정 전반에 걸쳐 침해하였던 것입니다.

③ 수사기관의 고문 등을 통한 임의성 없는 자백 확보

이 사건 피해자들은 수일간 잠을 자지 못한 채 조사를 받았고, 수차례 구타를 당했으며, 공소사실의 자백을 거부하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협박을 받았고, 이러한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고 수사기관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과거사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도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은 잠안재우기, 손가락비틀기, 물고문, 전기고문 등을 당했다고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피고는 밤샘수사, 구타 및 각종 고문, 회유와 협박 등의 극심한 가혹행위를 하여 원고 본인 등 이 사건 피해자들로부터 현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주의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 반국가단체인 민청학련을 구성하여 폭동을 모의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에 대한 허위의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하여 구속 기소하였던 것입니다.

④ 공판절차 및 형사판결의 위법

민청학련 사건의 공판절차에서 이 사건 피해자들은 공소사실을 부인하였으나, 검사가 신청한 증거의 대부분이 관련 재심판결에서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명력이 부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상보통군법회의 및 비상고등군법회의는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는 대부분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명력이 부족하여 유죄로 단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상보통군법회의, 비상고등군법회의는 원고 본인 등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하여 모두 유죄를 인정하면서 중형을 선고, 확정하였고, 피고는 원고 본인 등 이 사건 피해자들이 가석방 또는 형집행정지로 석방되기까지 그 징역형이 일부 집행하였던 것입니다.

⑤ 명예훼손 등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의 수사 및 재판을 전후로 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이 반국가단체인 민청학련을 조직하였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어 이 사건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것입니다. 피고는 신헌법체제의 유지 및 공고화를 위한 정치적 의도하에 이 사건 피해자들이 반국가단체를 구성하였다는 허위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여 원고 본인 등 이 사건 피해자들 및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원고 본인 등 이 사건 피해자들은 수사과정에서의 고문 등의 가혹행위와 장기간의 불법구금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및 외상을 입었고, 위법한 판결에 의하여 최고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의 유죄가 확정되었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이 사건 피해자들은 격리 수용되고 차별화된 감시와 제약을 받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복역하였다는 것입니다.

다. 원고 본인 등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1) 우리 헌법에서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며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며 국민으로 하여금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향유하도록 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고, 신체의 자유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21조에서 표현의 자유, 제22조에서 예술의 자유 및 예술가의 보호를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으며, 제9조에서 국가는 표현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 등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게 되고, 제10조에서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 피고는 원고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에 대하여 앞 서 본 바와 같은 민청학련 사건에 관한 불법행위의 원인사실 이외에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형사판결의 위헌성, 원고 본인에 대한 불법적인 재구금, 원고 본인에 대한 불법적인 용공조작, 원고 본인의 양심선언 등 저항에 따른 불법적인 특수감금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①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형사판결 및 형 집행의 위헌성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하여, 비상보통군법회의는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에서 “‘오적’을 창작ㆍ교부하여 게재배포하게 함으로써 반국가단체인 북괴의 활동에 동조하여 북괴를 이롭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이 사건 재심 무죄판결에서는 “이 사건 담시 ‘오적’은 당시 일부 부패한 권력층과 이를 적발해야 할 사정기관의 비리 등에 대하여 문학작품의 형식으로 비판적으로 풍자한 것이고, 특정 계층이나 개인에 대한 악의를 가지고 비방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부정부패를 보고 그에 대한 공분(公憤)을 문학적으로 표현하였을 뿐이며, 이러한 원고 본인의 창작 활동은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에 동조하여 이롭게 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예술과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에 속하는 정상적인 헌법상 기본권 행사로 보인다”고 판단하였고, 이 재심 무죄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갑 제1호증 판결(비상보통군법회의 74비보군형공 제14호 등), 갑 제21호증의 1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재고합37) 중 14/43면, 별지(2) 참조].

더욱이 ‘민청학련 사건’에 있어 그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 본인은 ‘민청학련 사건’의 주요 구성원이라거나 그 지도적 임무에 종사하였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원고 본인이 ‘오적필화 사건’으로 당시 박정희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한 대표적인 지식인으로서 유신독재에 대한 저항운동의 중심이자 상징적인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정치보복적인 차원에서 원고 본인을 ‘민청학련 사건’을 주도한 이철, 유인태 등 주요 피고인들과 함께 극형인 사형 판결을 선고하였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고 그 이후 ‘징역 20년’으로 감형된 형을 집행하였던 것입니다[갑 제1호증 판결(비상보통군법회의 74비보군형공 제14호 등), 갑 제21호증의 1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재고합37) 중 별지(1) 참조].

② 원고 본인에 대한 불법적인 재구금

원고 본인은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판결을 선고받은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구금되어 있다가 1975. 2. 15.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이후 원고 본인은 1975. 2. 25.부터 2. 27.까지 3회에 걸쳐 동아일보에 “인혁당 사건은 고문으로 조작된 사건”이라고 기술한 옥중수기 ‘고행…… 1974년’을 기고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 본인이 기고한 옥중수기의 내용이 북한의 선전활동을 동조했다는 사유로 1975. 3. 17. 반공법위반죄로 원고 본인을 또 다시 구금하였습니다[갑 제14호증의 1 구속영장(1975. 3. 17.), 2 형집행정지취소결정(1975. 4. 3.), 3 잔형집행지휘(1975. 9. 16.), 갑 제15호증의 1 1975. 3. 13. 동아일보 기사(김지하씨 연행), 2 1975. 3. 14. 동아일보 기사(김지하씨 정보부로 넘겨져), 3 1975. 3. 15. 동아일보 기사(김지하씨 재구속), 갑 제37호증의 1 고행…… 1974(1975. 2. 25. 내지 2. 27. 동아일보 게재) 참조].

원고 본인이 공개적으로 피고의 고문 및 용공조작의 진상을 밝힌 인혁당 사건에 대하여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 및 여론에서는 인혁당 관련자 8명에 대한 피고의 사형집행을 ‘사법살인’이라고 지칭하였고, 이 사건에 관하여는 2002. 9월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고문에 의해 과장ㆍ조작된 것”이라고 밝혔으며, 그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7. 1. 23. 사형이 집행된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고, 그 이후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그 무죄판결은 확정되었으므로[갑 제11호증의 2 인민 혁명당 사건(네이버지식백과, 두산백과) 참조], 피고의 원고 본인에 대한 재구금은 인혁당 사건에서 자행된 자신의 고문 및 용공조작 등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하여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③ 원고 본인에 대한 불법적인 용공조작

피고는 원고 본인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옥중수기 ‘고행…… 1974년’의 내용이 북한의 선전활동을 동조했다고 하여 1975. 3. 17. 원고 본인을 또 다시 구금한 이후, 피고 산하의 문화공보부, 검찰청 등 기관을 동원하여 1975. 3월 및 4월경 “나는 공산주의자이다”라는 원고 본인의 자필진술서를 조작하여 외신기자들에게 배포하고, 또 송치의견서를 통해 원고 본인이 수감 중 “부르좌를 타도하자”는 메모를 작성하였다는 등의 내용으로 ‘김지하에 대한 반공법위반사건 관계자료’ 등을 국내외 언론에 보도하게 하는 등 원고 본인에 대한 이른바 ‘용공조작’이 있었습니다[갑 제19호증의 1 1975. 3. 20. 한국일보 기사(김지하씨 구속송치 ‘수감중 부르좌 타도 등 시작은닉’, ‘김지하씨 구속에 항의문 보내겠다’), 2 1975. 3. 20. 서울신문 기사(‘부르좌 타도하자’ 옥중에서 메모도), 3 1975. 3. 20. 동아일보 기사(공산주의 찬양 메모도 발견) 갑 제36호증의 1, 2 김지하에 대한 반공법위반사건 관계자료 참조].

피고의 원고 본인에 대한 용공조작 자료(갑 제36호증의 1, 2 김지하에 대한 반공법위반사건 관계자료 참조) 등에 의하면, 원고 본인에 대하여 “모택동의 동양적 특수성에 입각한 중국적인 혁명방식에 공감하여 우리나라 역시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입각하여 브르죠아를 타도하고, 공산주의 혁명으로 통일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고 하고(갑 제36호증의 2 김지하에 대한 반공법위반사건 관계자료 중 제11면 내지 제12면 참조), 원고 본인의 인혁당 사건에 관한 폭로에 대하여 “항간에 유포되고 있는 고문설을 사실인 양 열거하여 이 기회에 선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인혁당의 고문조작설 선전내용의 옥중수기를 구상하였다”는 등의 내용으로 원고 본인을 북한 정권에 이롭게 하려는 공산주의자로 조작하여 명예를 훼손하고 이에 따른 형사처벌의 정당화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갑 제36호증의 2 김지하에 대한 반공법위반사건 관계자료 중 제15면 위 8째줄 내지 아래 3째줄 참조).

④ 원고 본인의 양심선언 등 저항에 따른 불법적인 특수감금 등

이와 같이 피고는 원고 본인이 옥중수기를 통해 인혁당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되었다는 폭로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본인을 재수감한 이후 “김지하에 대한 반공법위반사건 관계자료”(갑 제36호증의 2) 등을 외신기자 및 국내언론에 배포하여 보도하게 하는 등의 용공조작이 있었고, 이에 원고 본인은 피고의 용공조작을 반박하기 위하여 옥중에서 ‘양심선언’을 작성하여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외부에 공표하였으며, 이 양심선언이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그 반향으로 원고 본인은 ‘아시아ㆍ아프리카 작가회의’로부터 제3세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로터스상 특별상’을 수여받고 노벨 문학상ㆍ평화상 후보로 추천될 정도의 국제적인 인물이 되었고, 피고는 원고 본인에 대한 탄압으로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갑 제20호증의 1 1989. 10. 29. 시사저널 기사(그러나 용서할 수 없다), 2 2013. 7. 25. 동아일보 기사(교도관들, ‘김지하 양심선언’ 외부 반출 도운 사연), 3 2013. 7. 26. 동아일보 기사(김지하 양심선언, 조영래 등이 전 세계로 배포), 4 2013. 7. 29. 동아일보 기사(세계적 지식인들, 김지하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 갑 제37호증의 2 양심선언(1975. 5월경 옥중작성), 갑 제37호증의 3 나는 무죄이다(1976. 12. 23. 재판 당시 최후진술) 중 제84면 위 14째줄 내지 아래 6째줄 참조].

피고는 이와 같이 원고 본인이 옥중수기인 ‘고행…… 1974년’에서 ‘인혁당 사건’이 고문으로 용공조작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하였을 뿐만 아니라 옥중에서 양심선언을 작성하고 국내외에 배포하여 이에 따른 국내외적인 반향과 거센 비판이 제기되는 데에 대한 보복적 차원에서 원고 본인을 1년 반 이상의 기간 동안 24시간 불이 켜져있고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며 주변 방이 비워 다른 수형자들과 이른바 ‘통방’ 조차 불가능한 독방에 수용하여 원고 본인의 행동을 감시․통제하였고, 가족접견 금지를 포함하여 통신ㆍ독서ㆍ운동ㆍ세면의 일체 금지, 휴지ㆍ종이 등 모든 물품의 반입금지 등 요시찰 내지 특수감금상태에 놓이게 하였는데, 결국 피고는 원고 본인이 구금생활 중에도 피고의 인권탄압과 독재체제에 대하여 저술 등을 통하여 저항하고, 이로써 피고에 대해 국내외의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게 한다는 이유로 원고 본인에 대한 정권적인 보복의 차원에서 원고 본인으로 하여금 모진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고, 그 후에도 가혹한 형을 집행하였던 것입니다[갑 제16호증 동태(시찰)사항 중 제81면 내지 제83면, 제87, 88면, 갑 제20호증의 5 2013. 8. 5. 동아일보 기사(김지하 “박정희와 중정 요원들에게도 하늘의 은총을”), 갑 제37호증의 3 나는 무죄이다(1976. 12. 23. 재판 당시 최후진술) 중 위 11째줄 내지 아래 9째줄 참조].

이와 같은 피고의 원고 본인에 대한 특수감금 등 가혹한 형 집행으로 인하여 원고 본인은 1980. 12. 11.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이래 최근까지 특수감금 등 모진 구금생활에 기인한 환청, 환각 등 정신병적 치료를 위하여 약 12회의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상이 잔존하게 되었고, 그 자녀인 ○○○도 원고 본인의 정신병 증상으로 정서장애 증상으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갑 제3호증 가족관계증명서, 갑 제35호증의 1 내지 3 각 입퇴원기록(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4, 5 각 의무기록지(서울대학교병원), 6 진료경과(이대동대문병원), 7, 8 각 입ㆍ퇴원 기록(이대동대문병원), 갑 제39호증의 1 이메일, 2 ○○○ 법원제출 소견서 참조].

원고 본인의 증상에 관하여 이대동대문병원에서 2000. 1. 28.경 작성한 진료경과[갑 제35호증의 6 진료경과(이대동대문병원)]에 의하면, 주된 증상호소(Chief Complaint)는 “환청(이것 저것 명령하는 신의 목소리, 영의 소리), 인지한 정신병 증상(known psychiatric)” 등이라는 것이고, 현재 증상(Present illness)로서 “…1975년 감옥에 갇혀 있던 중 어느날 갑자기 천장이 내려오는 것 같고 벽이 들어오는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하고 몸부림 치고 싶고 소리치고 싶은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다.…환청이 심해지면서 환청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기도 하고 혼잣말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게 되면서 1985년 원주 기독병원 정신과에 처음 입원하게 되었다.…1985년 이후로 5년전까지 원주기독병원에 3차례, 서울대 병원에 2차례 입원하여 그 때마다 향정신성 병 약물 투약을 받았다.…”고 하여 피고의 원고 본인에 대한 특수감금 등에 기인한 원고 본인의 정신과적 후유증상에 관하여 기재하고 있습니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가.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하여

(1) 원고 본인의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하여 이 사건 재심사건의 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원고 본인이 창작한 ‘오적’은 당시 부패한 권력층 등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풍자한 담시라는 형태의 전통 문학작품에 불과한데도 피고는 원고 본인의 ‘오적’ 발표에 대하여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하여 이롭게 하였다고 하여 반공법위반의 유죄를 인정하고 ‘민청학련 사건’의 주요 구성원도 아닌 원고 본인에게 중형인 사형을 선고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여기서 더 나아가 유신헌법체제의 유지 및 공고화를 위한 정치적 의도 하에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으로 그 저항의 상징적 인물이 된 원고 본인에 대하여 ‘불법적인 재구금, 불법적인 용공조작, 원고 본인의 양심선언 등 저항에 따른 불법적인 특수감금 등’ 일련의 불법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이 사건 재심 사건의 판결에서는 “비록 같은 재심대상판결로 유죄가 인정된 담시 ‘오적’ 관련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재심법원의 심리범위에 관한 법리상의 한계로 인해 그 유무죄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처벌의 무가치성에 기초하여 선택 가능한 형의 최하한에서 선고를 유예한다”고 하여 징역 1월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2013. 5. 17. 확정되었습니다[갑 제21호증의 1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재고합37) 중 14/43면, 3 확정증명원 참조].

(2) 원고 본인의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에 관하여 피고의 비상보통군법회의가 1974. 7. 13. 원고 본인에 대하여 선고한 사형 판결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이후 1975. 2. 15.까지 형 집행정지로 석방할 때까지 피고는 원고 본인에게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과 병합된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형을 집행하였고, 원고 본인이 일반신문에 기고한 옥중수기에 관한 반공법위반죄로 다시 구금이 된 1975. 3. 17. 이후 피고는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에 대하여 1975. 4. 3. 형 집행정지를 취소하고, 1975. 9. 16. 그 형기 기산일을 ‘1975. 9. 17.’로 하는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에 의한 잔형의 집행을 지휘하였으며, 1981. 12. 11. 그 형의 집행정지 석방지휘로 원고 본인이 다시 석방되었습니다.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들은 인혁당 관련자들을 제외하고 모두 주요 피고인들은 1975. 2. 15. 형 집행정지 등으로 석방될 때까지 약 9개월에서 1년을 복역하였으나 원고 본인은 1975. 3. 17. 재구금되어 1980. 12. 11. 석방될 때까지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과 병합된 오적필화 사건으로도 복역하였던 것이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코합250 형사보상금 사건에서 2013. 12. 18.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에 관하여 형 집행을 하였던 구금기간 합계 2,206일에 대하여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형사보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결정이 있게 됨으로써, 위와 같은 형사보상금의 지급 결정으로 원고 본인이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으로 다른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들보다 5년 이상의 장기간 구금기간을 보내야 하였음이 밝혀졌습니다[갑 제23호증 결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13코250) 참조].

(3) 피고는 원고 본인 등 원고들에 대하여 민청학련 사건의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불법행위와는 별개로,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하여 원고 본인의 예술 및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을 부인하고 문화국가의 원리에 위배하는 등의 위헌적인 형사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관한 형을 집행하였으며,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이 주된 원인이 되어 유신헌법체제의 유지 및 공고화를 위한 정치적 의도 하에 또 다른 일련의 불법행위도 이루어졌으므로,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니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원고 본인을 물론이고, 그 가족들에 대하여 위헌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원고 본인으로서는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대하여 판단하고 선고유예의 판결을 선고한 이 사건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 에 관한 비상보통군법회의 유죄판결 등에 있어 관여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를 주장하여 피고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이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절차에서 무죄 확정을 받은 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 본인 등 원고들은 위헌적인 오적필화 사건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가 이 사건 재심무죄의 확정판결에서 판시한 사유와 선고유예의 형 선고 및 재심무죄 판결에 따른 이 사건 형사보상 결정에서 밝혀진 구금기간 등의 판단 등을 토대로 하여 국가인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4)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헌적인 오적필화 사건의 판결 선고 및 형 집행 사실 등이 이 사건 재심무죄 판결에서 밝혀진 것 이외에도 이와 같은 이 사건 재심무죄 판결에 의하여 원고 본인은 피고의 유신정부 체제에 의하여 자행된 대표적인 필화사건인 ‘오적필화 사건’의 장본인으로서 이 사건으로 인하여 유신 독재에 대한 저항운동의 중심으로 지목되어 유신정권의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인 ‘민청학련 사건’으로 최장기를 구금하게 되는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오적필화 사건이 주요 원인이 되어 피고에 의하여 ‘원고 본인에 대한 불법적인 재구금, 원고 본인에 대한 불법적인 용공조작, 원고 본인의 양심선언 등 저항에 따른 불법적인 특수감금 등’ 일련의 불법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사실도 밝혀졌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비록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 본인의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반공법위반의 점은 민청학련 사건과 별개로 경찰 및 검찰에서 수사 및 공소제기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하여 인정된 수사과정에서의 고문 및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재심사유가 위 반공법위반의 점에 대해서까지 인정될 수 없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과 병합된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이 사건 재심무죄 확정판결 및 형사보상 확정결정 등에 나타난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사유 등은 피고의 원고 본인에 대한 불법행위의 원인사실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설사 이와 같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사유가 불법행위의 원인사실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의 유죄판결에 관한 사유 등은 이 사건 위자료의 산정에 반드시 참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 소멸시효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1)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에 의하면,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고 합니다)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이를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때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5341 판결도 이와 동일한 취지입니다).

(2) 원고 본인의 이 사건 재심무죄 판결이 2013. 5. 17. 확정된 이후, 원고 본인은 2013. 5. 23. 이 사건 재심무죄 판결에 대하여 원고 본인이 처음의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1975. 2. 15.까지 293일간의 형사보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귀 원 2013코250호 형사보상 사건을 청구하였다가, 2013. 6. 19. 재 구금된 1975. 9. 17.부터 나중의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1980. 12. 11.까지의 기간 1,913일을 추가하여 합계 2,206일의 구금기간에 관한 형사보상금을 청구하는 청구취지 등의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 12. 18. 피고는 원고 본인에게 원고 본인이 증액 청구한 428,846,4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습니다[갑 제22호증의 1 사건일반내용(서울중앙지방법원 2013코250), 2 사건진행내용(서울중앙지방법원 2013코250), 갑 제23호증 결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13코250) 참조].

2014. 1. 7. 검사에게 이 형사보상허가결정이 송달되었고 이에 대한 즉시항고가 없어 이 형사보상금 결정은 형사보상법 제20조 제1항에 의하여 그로부터 1주일이 경과한 2014. 1. 14. 확정되었던 것이고, 원고 본인은 피고로부터 2014. 5. 7. 이 형사보상금을 수령하였으며, 원고 본인 등 원고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형사보상결정을 하였던 2013. 12. 18. 이후 그 결정이 확정된 2014. 1. 14.로부터 6개월이 경과되지 아니한 2014. 5. 13.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에 관하여, 이 사건 재심판결이 확정된 2013. 5. 17.로부터 6개월 이내인 2013. 5. 23. 원고 본인은 형사보상법에 의한 형사보상 지급을 청구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형사보상 결정을 한 2013. 12. 18. 이후 이 결정이 확정된 2014. 1. 14.로부터 6개월 이내인 2014. 5. 13. 이 사건 손해배상의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내에 그 권리를 행사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민청학련 사건에 관하여 국정원과거사위원회의 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로서 국가가 시효완성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평가된 시점인 2005. 12. 7.로부터 원고들의 권리행사에 관한 ‘상당한 기간’을 기산하여야 한다거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한 신뢰부여일로부터 최장 3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는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은 그 이유가 없고, 또한 원고들의 이 사건 소송 제기는 피고가 원용한 대법원 판례(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는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는 판시 내용과도 오히려 부합한다고 것이므로,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도 그 이유가 없습니다.

(4) 한편 원고 본인에 대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13. 5. 17.까지는 피해자 본인인 원고 본인을 비롯하여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는 있고, 원고 본인이 그러한 장애사유가 소멸된 재심판결 확정일인 2013. 5. 17.로부터 6개월 이내인 2013. 5. 23.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하였으며, 원고들이 그 형사보상결정의 확정일인 2014. 1. 14.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5341 판결 참조).

따라서 가사 원고 본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의 취지에 따라 원고 본인이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을 연장한다고 보더라도, 원고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위 대법원 판례와 관계없이 원고 본인에 대한 재심무죄 판결확정일인 2013. 5. 17.로부터 기산되어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그 이유가 없습니다.

(5) 그리고 이 사건 판결에 대한 재심무죄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 본인에게 “‘민청학련’ 관련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원고 본인)은 유신헌법 등을 비판하며 당시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감형된 후 수년간 옥고를 치르는 등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서 크나큰 고난을 겪었다. 비록 재심대상판결이 군법회의(군사법원)의 재판이었다고는 하나 당시의 재판절차가 인권보장과 법치주의 수호라는 사법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을 포함하여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다수의 지식인들에게 감내할 수 없는 희생이 강요된 결과에 대하여 현재에 있어 같은 사법작용에 관여한 재판부로서 진실로 사죄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 본인에게 사법부의 과오를 자인하고 사죄하였습니다[위 갑 제21호증의 1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재고합37) 중 제13면 참조].

여기에 과거에 오판을 하였던 법원에 재심을 신청하여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자백 등이 불법적인 고문에 의한 것임을 주장하기만 하면, 그것이 쉽게 받아들여져 과거 잘못된 판결을 취소하는 재심판결을 선고받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해자인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원고 본인을 비롯한 소수의 용기있는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국가의 민주화에 큰 밑거름이 되었는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고 본인과 그 가족인 나머지 원고들이 국가의 정치적 의도하의 위법행위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오랜기간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과 냉대를 겪어야 하였으므로 그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라는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본다면,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로 하여금 그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다. 손해배상금 청구의 적정에 관하여

(1) 앞서 제2항의 ‘피고의 불법행위에 관하여’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 본인이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판결을 선고받은 후 무기징역으로 그 형이 감형되고 복역하던 중 1975. 2. 12.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 이후 1975. 2. 15. 원고 본인 등 민청학련 사건의 관계자를 석방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형사판결 및 형 집행의 위헌성’ 이외에는 민청학련 사건의 관련 피해자들과 동일하게 피고는 ‘체포, 구속과정의 위법,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 수사기관의 고문 등을 통한 임의성 없는 자백 확보, 공판절차 및 형사판결의 위법, 명예훼손 등’에 드러난 일련의 행위로서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니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원고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위헌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할 것입니다.

(2) 또한 피고는 원고 본인이 1975. 2. 15. 석방된 이후 “인혁당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되었다”는 진실을 폭로하는 내용의 옥중수기를 일반신문에 기고하였다는 사유로 1975. 3. 13. 재구금하였고, 그로부터 6년 이상 원고 본인을 장기간 구금하면서도 “나는 공산주의자이다”라는 원고 본인의 자필진술서를 조작하는 등으로 ‘김지하에 대한 반공법위반사건 관계자료’(갑 제36호증의 2)를 외신기자 및 국내언론에 배포하여 보도하게 하는 등의 용공조작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본인이 피고의 용공조작을 반박하기 위하여 옥중에서 ‘양심선언’을 작성하여 원고 본인에 대한 국내외적 구명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지자 2여년의 기간 동안 원고 본인을 24시간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고 불이 켜진 격리 독방에 수용하여 접견 등을 금지하는 등의 특수감금 상태에 놓이게 하였고, 이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원고 본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등으로 그 형을 혹독하게 집행함으로써 원고 본인으로 하여금 1980. 12월 출소한 이후 오랜기간 정신병적인 후유증상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3) 결국 피고는 원고 본인 등 원고들에 대하여 민청학련 사건의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추가하여 원고 본인의 예술 및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을 부인하고 문화국가의 원리에 위배되는 ‘이 사건 오적필화 사건에 관한 형사판결 및 형 집행의 위헌성’ 이외에도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원고 본인에 대한 불법적인 재구금, 원고 본인을 북한 정권에 이롭게 하려는 공산주의자로 조작하는 명예훼손 및 형사처벌 등의 용공조작, 원고 본인의 양심선언 등 저항에 따른 보복적인 차원의 불법적인 특수감금 등’의 일련의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로써 피고는 이 사건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에 관하여 유신정권 시대 저항의 대표적인 인물인 원고 본인에 대하여 저지른 반헌법적ㆍ반민주적ㆍ반인권적ㆍ반문화적인 일련의 행위 등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원고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에 대하여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위헌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 본인과 그 가족으로서 처인 원고 ○○○, 아들인 원고 ○○○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위와 같이 민청학련 사건의 관계자로서 원고 본인에 가하여진 일련의 불법행위들 이외에도, 유신시대 대표적 저항인사로서 원고 본인에 대하여 가하여진 일련의 불법행위들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크나큰 정신적, 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4) 특히 피고가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자료 금액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하여 그 비교사례로 제시한 ‘사형선고를 받아 그 형이 집행된 피고인들 본인 10억 원’ 등 1974년 ‘민청학련’, ‘인혁당’ 사건으로 인하여 복역 또는 사망한 피고인들에 대하여 법원에서 산정한 위자료 액수는, 대부분 불법행위 당시인 판결확정일을 지연손해금의 기산일로 하여 30년 이상의 민법상 법정이자 등 지연손해금의 기간을 고려하여 정한 위자료의 원본만을 적시한 것으로서 이와 같이 법원에서 산정한 위자료 액수는 이에 관하여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그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본다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위 위자료 원본 액수는 종전대로 하고, 그 지연손해금의 기산일만 ‘불법행위일’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변경되었던 것입니다[갑 제38호증의 1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21998), 2 판결(서울고등법원 2010나110031), 3 판결(대법원 2011다57852) 참조].

그런데 원고들은 위와 같은 다른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이 피고에게 불법행위 당시를 지연손해금의 기산일로 하여 청구하였던 바와 달리 이 사건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고, 원고들이 청구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위자료 원본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하여 그 불법행위 시부터 변론종결시까지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그 위자료 원본을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도 더하여 참작되어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같은 일자 선고 2010다53419 판결 참조),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자료 금액은 1974년 ‘민청학련’, ‘인혁당’ 사건으로 인하여 복역 또는 사망한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의 소에서 법원이 산정한 위자료 금액에 비하여 과도하므로 원고들이 청구한 위자료 금액은 상당부분 감액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그 이유가 없습니다.

4. 맺는 말

이상의 이유로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인 피고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원고 본인과 그 가족으로서 처인 원고 ○○○, 아들인 원고 ○○○에게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위헌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저지른 위헌적인 불법행위들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원고 본인은 국정원과거사위원회가 민청학련 사건에 관하여 조사결과를 발표한 2005년 이후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거나, 상당한 기간 내의 권리 행사로 보는 경우에도 원고들이 청구하는 위자료 금액은 다른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에게 인정된 금액에 비하여 과하므로 상당부분 감액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그 이유가 없는 것이어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즉각 인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4. 7.

원고들의 소송대리인

1. 법무법인 서울

담당변호사 이 석 연

2. 홍익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 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 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