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정구 교수 사태에 이어 헌법상 영토조항 수정 논란 등은 결국 국가보안법의 폐지논란과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강 교수 문제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사법처리 문제이었고, 헌법상 영토조항 수정은 국가보안법의 존립근거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10월경 어느 잡지에 기고한 국가보안법 폐지주장에 대한 논문을 소개합니다. 논문의 작성싯점이 지난해 10월경이라는 점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편의상 헌법상 영토조항 부분은 밑줄로 표시함).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대하여

                                -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합헌 결정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

                                                                               이     헌(홍익법무법인 변호사)

1. 머리말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8월 26일자로 관여 재판관의 전원일치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합헌결정이 있었고, 그로부터 4일후인 30일자로 대법원에서 제10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사건에서 우리나라의 체제유지를 위하여 국가보안법의 존치필요성을 강조하는 판결이 있었다.

한편으로 최근 노 대통령의 "국가보안법은 폐기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정치권은 물론이고, 행정·사법부도 둘로 쪼개져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며, 국민들 사이에도 폐지를 주장하는 측과 폐지에 반대하고 개정이나 존치를 주장하는 측 사이에 이념적·사상적 내전의 양상을 띤다고 할 정도로 국가보안법의 개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이에 관하여 국민의 직접 선거를 통하여 노 대통령이 당선되고, 총선을 통하여 그를 적극 지지하는 정당이 과반수의석을 차지하였으니, 노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이전 문제처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였던 국민들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하여 그들을 지지한 것이 결코 아니다.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어떤 피해를 받았던 바가 없고, 오히려 국가보안법이 우리 체제를 수호하는 법제도라고 믿고 있다. 이는 국가보안법 폐지논란 직후 여론조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소수(20-30%)이고, 개정이나 존치를 주장하는 측은 다수(70-80%)로 나타난 사실에서 반증된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관훈토론회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한때 폐지라고 말했지만 표현이 잘못됐다. 고치겠다. 대체입법이다”라며 생각이 바뀌었음을 인정하였다. 집권여당도 총선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이나 공약으로 내세운 바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민의라고 할 수 없고, 그들은 자신들이 집권하였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는 주장을 내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적·사상적 내전이라고도 불리우는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에 있어서 어떠한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는 자신의 속한 지역, 계층, 이념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아니될 것이고, 이 번 국가보안법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입장을 정리한 후 이론적 무장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3.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합헌결정에 관하여

(1)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

이 번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합헌결정에서는, 최근 개폐논란의 대상이 된 국가보안법의 규정에 대하여 이미 여러차례 합헌의 견해를 밝혔다면서, 헌법재판소가 종전의 판단을 변경할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재판관의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인 구성요건이 1991. 5. 31. 법률의 개정으로 추가됨으로써 이 법의 입법목적을 일탈하는 확대해석의 위험이나 구 국가보안법 규정이 띠고 있던 위헌성이 제거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이를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제한할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요컨대 헌법재판소는 북한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를 동조하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폐지논란의 대상이 되는 현행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과거와 같이 정권유지의 수단이거나 정부에 대항하여 민주화운동을 하는 인사를 탄압하는 도구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1991. 5. 31. 개정을 통하여 위와 같은 주관적인 구성요건이 추가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도 대폭 줄었고, 그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이나 인권침해 등의 시비가 나타난 사례가 없다.

국가보안법이 개정된 이후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처벌된 사람은 대부분 한총련 소속 학생이나 친북단체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설정하고 민중민주주의 실현을 주장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며 북한의 대남투쟁 3대과제인 자주·민주·통일 노선을 추종하며 활동하였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현행 국가보안법에 의한 처벌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들에 대한 처단인 것이지,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행 국가보안법에 의한 인권탄압이나 남용, 악용의 소지는 모두 제거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노 대통령의 집권중에는 이러한 문제가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은 확실하고, 설사 우파정권이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민주의식을 지닌 국민과 건전한 여론의 감시가 있는한 국가보안법에 의한 민주화 운동 탄압이나 인권침해 등의 시비가 발생하지 않을 것도 확실하다.

이처럼 1991. 5. 31.자 국가보안법의 개정에 따른 현행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된다. 예를 들어 단순히 길거리에서 북한 사람을 만났거나, 올림픽에서 북한 운동선수가 이기라고 응원하였다거나 북한 예술단원이 예쁘다고 칭찬하였다 하여 이러한 행위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이트클럽 웨이터가 단순히 '김정일'이라는 이름을 쓴다고 하더라도 역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소설 '태백산맥'과 영화 '실미도'는 고발되거나 문제된 사안이므로 이에 대하여 검찰에서 수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태백산맥에서 해방 직후 좌파 쪽 사람은 절대 선한 인물인 반면, 우파 쪽 사람은 절대 악한 인물로 표현된 부분이나, 실미도에서 김일성의 목을 따겠다고 훈련받은 특수부대원들이 아군에 포위된 상태에서 갑자기 적기가를 부르는 장면 부분 등은 작가나 감독이 분단현실과 관련하여 무엇을 나타내고 싶었는지 이해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국가보안법상 수사가 불가피한 것이다. 다만 이들이 예술작품인 관계로 이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뿐이라고 보여진다.

이제 명명백백한 사실은 우리는 1987년 6월항쟁에 의한 민주화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1991. 5. 31. 국가보안법의 개정을 통하여 구시대의 대표적인 악법으로 일컬어지던 구 국가보안법을 이미 박물관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낼 것은 현행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거나 이를 외면한 채 20-30년 전 이념적 사고와 가치관이 고정관념화된 냉전세력이고, 또한 과거에 회귀하기를 바라거나 전근대적인 세습왕조체제인 북한정권을 추종하는 수구세력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10여년 전에 진작 사라진 남용이나 오용 사례로 들어 이를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몇 차례 고장으로 수리를 마친 후 오랜 기간 아무런 고장이 없었는데도 갑자기 과거 차량의 고장사실을 들어 새차로 바꾸어 달라는 억지를 부리는 격이다. 즉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을 보완하거나 대체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은 애써 길들여 관리해온 차량을 다른 차로 바꾸거나 새 차를 사야한다는 주장과 같다.

4. 대법원의 판결에 관하여

이 번 대법원의 판결도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과 마찬가지로 종전에 대법원에서 확립된 견해를 다시 밝힌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번 대법원의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체제유지를 위하여 국가보안법의 존치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은 피고인의 변호인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론에 대하여 대법원의 견해를 판시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번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서 여당측에서 입법권을 침해하거나 삼권분립에 위배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또한 판결을 작성한 대법관을 청산해야 될 수구세력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아무리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대법관에 대한 인격모독임은 물론이고, 사법체제의 근본을 부정하는 반체제적 행위로서 오히려 청산되어야 할 냉전적, 수구적 세력을 대변하는 발언이다.

가. 대법원 판결 중 북한에 관한 판시요지

이 번 대법원의 판결은 비록 남북 사이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그 결과로서 공동선언이 발표되는 등 평화와 화해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라 남북관계가 더욱 진전되어 남북 사이에 화해와 평화적 공존의 구도가 정착됨으로써 앞으로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지금의 현실로는 북한이 여전히 우리나라와 대처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고, 그들 내부에 뚜렷한 민주적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남북 사이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남·북한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여 바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하였다거나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라는 것이다.

이 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북한이 이제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없다거나 혹은 형법상 내란죄나 간첩죄 등의 규정만으로도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을 소멸시키거나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하는 등의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즉 북한은 50여년 전에 적화통일을 위하여 불의의 무력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민족적 재앙을 일으켰고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 향후로도 우리가 역사적으로 우월함이 증명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체제를 양보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이념과 요구를 그대로 따라 갈 수는 없는 이상, 북한이 직접 또는 간접 등 온갖 방법으로 우리의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시도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이라면 스스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에는 여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고, 나라의 체제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것이므로 국가의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이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대법원의 판결 중 북한에 대한 판시의 의미
 
국가보안법 제2조(반국가단체) 제1항에서는 반국가단체를 스스로 정부라고 주장(참칭)하거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의 결사 또는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헌법 제3조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조의 영토규정이 갖는 규범적인 의미는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 뿐이라거나 휴전선 이북지역은 인민공화국이 불법적으로 점령한 미수복지구라는 해석론의 헌법적 근거이다.

이러한 규범적 해석에 따라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은 휴전선 남방지역 뿐만 아니라, 북방지역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배체제를 찬양하거나 지지하는 자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고, 이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법률이 바로 국가보안법인 것이다.

그리하여 국가보안법의 이론적 근거는 제1차적으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이고, 제2차적으로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헌법 제37조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헌법상 영토조항이나 국가보안법에 대비하여 북한에서는 헌법적 가치를 가지는 노동당규약에서 노골적으로 적화통일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전문, 제4조, 제69조, 제92조에서 규정하는 평화통일조항이나 남북협력, 북한의 유엔가입을 들어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이 독소조항이거나 통일 이후를 대비한 규정으로서 규범적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미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곧 남·북한 상호간의 국가승인의 효력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던 바가 있다(1996. 10. 4. 95헌가2). 그리고 이 번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바와 같이 북한정권의 이중적 성격론에 따라 영토조항을 근거로 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면서도 평화통일조항을 근거로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본다(1997. 1. 16. 92헌바6).

그러므로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은 양 조항의 규범조화적인 해석이 가능한 것이고, 북한이 평화통일의 대상이면서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을 이중적으로 갖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에서 평화통일조항만을 내세우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주장인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독소조항이거나 규범적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이 번 대법원 판결의 무장해제론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적과 싸울 군인에게 욕을 해가면서 맨 몸으로 싸우라는 것도 모자라 군인을 밧줄로 묶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 헌법상 북한은 반국가적인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상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 북한을 적국이나 준적국으로 규정하자는 주장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자는 것으로 헌법상 영토조항에 위배되는 주장이다. 나아가 북한을 적국이나 적국에 준한다 주장은 폐지론자들이 북한을 평화통일의 대상으로 보자는 주장과도 일치되지 않는 모순된 주장이다.

이에 관련하여 광화문에 인공기를 들고 김일성 추모집회를 하는 행위를 형법상 내란예비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형법상 내란죄는 폭동을 전제로 하고 그 구성요건도 엄격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이들의 주장은 북한에 대한 찬양, 고무, 동조행위를 처벌하지 말자는 주장이나 다름 없다. 특히 최근 폐지론자 중 친북좌파로 분류되던 인사들이 종전과 달리 북한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론자가 내세우는 형법보완론이나 대체입법론은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당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기하는 전술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더구나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 적화통일을 명시하면서, 언제나 국가보안법을 '전대미문의 파쇼적이며 반통일적인 악법'이니 '반민족적 악법' 등으로 공격하였다. 그리고 최근 북한은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였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기관이나 인사에 대하여 적대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므로 북한의 이러한 입장표명으로 말미암아 여론조사에 나타난 70-80%에 이르는 대다수 국민들은 북한으로부터 심리적인 도발과 위협, 그리고 그들의 적개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도발과 위협의 경험적 사실만이 아니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조차 대다수 국민들에게 북한은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전복하거나 위협하는 반국가단체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 대법원 판결 중 방어적 민주주의에 관한 판시요지

이 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자유민주주의하에서 표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체제를 위협하는 표현 등의 자유까지도 널리 허용하여 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정당성을 제고시키는 일이라거나 또는 우리 사회가 이미 상당히 성숙되어 있어 그러한 표현이나 이에 따른 행동이라도 능히 소화해 낼 수 있으므로 오히려 이를 포용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사회를 더욱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즉 이 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자유까지 허용함으로써 스스로를 붕괴시켜 그토록 추구하던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여서는 아니되므로 체제를 위협하는 활동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더욱이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수호를 위하여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라. 대법원의 판결 중 방어적 민주주의에 관한 판시의 의미

방어적 민주주의나 전투적 민주주의는 프랑스혁명 당시 생 쥐스트(Saint Just)의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는 명제에서 출발하여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그 자체를 폐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가 오히려 기본권보장 체계 그 자체를 말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일에서 구성된 이론이다.

1930년대 독일에서는 민주주의를 형식적 민주주의로 이해하여 민주주의를 다수에 의한 의사결정이라는 형식적인 원리로만 인식하고, 민주주의의 불가침적인 내용이나 진정한 가치에 대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로 말미암아 나치스의 집권과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로 이어지는 과도기에 민주주의가 스스로의 존립을 유지하기 위하여 민주주의의 가치상대주의적인 관용을 지양하고 자기를 수호하기 위한 어떠한 방어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아니된다는 요청에 따라 방어적 민주주의가 주장되었다. 그리고 위와 같이 방어적 민주주의에 기초를 둔 안보시스템은 독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통하여 제도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북한으로부터 도발과 위협을 받고있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안보현실을 감안한다면, 현행 국가보안법은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체제를 수호하는 방어적 민주주의제도의 시스템으로서 절대적으로 불가결한 법률이자 제도인 것이다. 나치스 체제를 반대하고 나치스 체제의 출범을 방지하여야 한다면, 현행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폐지론을 제기할 여지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일련의 국가보안법위반사건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의 최고이념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어적 민주주의론을 수용하여 왔었다. 이 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은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방어적 민주주의론을 전개한 것이다.

실패한 북한정권에 동조할 우리나라 국민이 하나도 없다는 낙관적인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방어적 민주주의를 망각하거나 포기하자는 주장이면서,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노선에 이용당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장은 축구경기에서 상대팀을 얕잡아 본 나머지 대량득점을 노린다면서 골키퍼도 없이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어리석은 일이나 다름 없다. 더구나 이것이 상대팀의 거짓 정보와 상대팀에 놀아나는 자들의 책동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 뻔한 경기의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경제체제를 수호하는 방어적 민주주의 제도이자 안전판인 국가보안법을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폐지하여 북한정권이 원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면, 그 이후에 발생할 지도 모를 국가의 혼란과 운명은 누가 책임질 것이고,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안전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5. 맺는 말

IMF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상황하에서 민생이 우선하여야 한다는 여론을 외면한채 국가보안법에 대한 개정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중, 이 번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합헌결정과 대법원의 국가보안법 폐지주장의 위험성에 관한 경고가 담긴 판결이 있어 대다수 국민들이 안도하였다.

이 번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합헌결정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한마디로 현행 국가보안법은 1991년 개정으로 인권 침해 시비의 오해를 불식시켰다는 것이고, 북한이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는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이며,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자유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폐지하고 우상화와 남침전략을 포기하였다고 선언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한 현행 국가보안법을 존치되어야 마땅하고, 앞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국가보안법 개정→대체입법→형법개정의 단계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본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은 우리 분단의 현실에 눈감은 어리석은 주장이면서 친북좌파세력을 양성화하고자 하는 불순한 주장이다. 이제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통하여 이론적으로 무장을 하고 이념적·사상적 내전에서 어리석고 불순한 국가보안법 폐지론과 싸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일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의 견해에 동조하는 발언과 관련하여, 지난 봄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 대한민국의 헌법적 기본질서를 수호해야할 책무를 지닌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