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교수의 발언 및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행사에 이어 또 다시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영토조항 손질 주장이 제기 되었습니다.

이러한 개정논의가 대한민국이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역사적 정통성의 부정,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의 훼손, 국가보안법의 존립근거 포기라는 치명적인 위기상황을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래 내용은 헌법상 영토조항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권영성 교수님의 헌법학원론 중 영토조항 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1. 헌법의 영역조항

헌법 제3조는「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하여 우리나라의 영역의 범위를 명백히 하고 있다. 영토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정책적 차원에서 개헌 때마다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 영토조항은 대한민국의 영역이 구한말시대의 국가영역을 기초로 한다는 것(구한말영토 승계론)과 우리나라의 영토의 범위를 명백히 함으로써 타국의 영토에 대한 야심이 없음을 표시하는 국제평화지향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국제평화주의론). 그러나 1972년 제7차개헌 이후 일련의 통일조항(전문, 제4조, 제66조 제3항, 제69조, 제72조, 제92조)이 추가되고, 1991년에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였으며, 또한「남북사이의화해와불가침및교류·협력에관한합의서」(약칭 남북합의서)까지 교환함으로써 북한을 사실상의 정부로 인정하는 현실이 되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 중에는 영토조항을 우리의 통일정책에 걸림돌이 되는 독소조항으로 보는 견해마저 없지 아니하다.

2. 영토조항과 관련된 법제

국제법상의 일반원칙에 따르면, 일국의 영역은 국가권력이 미치는 공간적 범위에 한정된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은 군사분계선남방지역에서만 실효적으로 행사될 수 있고 그 북방지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헌법이「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의 괴리는 헌법해석론이나 헌법변천론에 의하여 해결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관하여 종래 정부당국과 일부 학자들은「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라고 해석하거나(유일합법정부론),「휴전선 이북지역은 인민공화국이 불법으로 점령한 미수복지역」이라고 해석하여 오고 있다(미수복지역론).

이러한 해석논리에 따를 때,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은 휴전선남방지역뿐만 아니라 북방지역에도 적용되는 것이며, 따라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배체제를 찬양하거나 지지하는 자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 그에 관한 법률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3. 영토조항에 관한 판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유일 합법정부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의 결정에서「남 · 북한이 유엔(UN)에 동시가입하고, 남북합의서의 채택 · 발표 후에도 북한이 여전히 적화통일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각종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남 · 북한의 정치, 군사적 대결이나 긴장관계가 조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이상,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나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아무런 상황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현 단계에 있어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점에 비추어,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일 공포 · 시행되었다 하여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이 소멸되었다거나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의 존립 ·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의 해석 · 적용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최근의 판례에서「북한이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당국자의 명칭을 사용하고, 남북동포간에 자유로운 왕래와 상호교류를 제의하였으며, 남북국회회담 등과 같은 회담을 병행하고, 나아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하였다거나 “남북사이의화해와불가침및교류 · 협력에관한합의서”에 서명하였다는 등의 사유가 있다 하여 북한이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4. 평화통일조항 

그러나 국제정치면에서는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종식으로 동서간에 화해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그 동안 북한의 배후지원국으로 우리의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과도 국교관계가 정상화되고, 국내정치면에서도 남북한 통일이 조속히 성취되어야 할 민족적 과업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영역에 관한 종래의 해석논리는 수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냉전논리에 바탕한「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론적 헌법해석」은 헌법의 평화통일조항(남북한분단이라는 현실인식을 전제로 하는)과 논리적으로 모순되고,

둘째, 이러한 모순은 구법(영토조항)에 대한 신법(통일조항)우선의 원칙과 비현실(분단이라는 사실과 국제법상의 원칙의 외면)에 대한 현실(남북분단이라는 사실인식과 영토의 범위는 국가권력이 미치는 공간까지라는 국제법상의 원칙수용)우선의 원칙에 따라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5.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의 규범조화적 해석론

영토조항에 대한 규범적 해석논리(구한말영토승계론, 국제평화지향론, 유일합법정부론, 미수복지역론, 반국가적 불법단체론)에 따라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은 휴전선 남방지역 뿐만 아니라, 북방지역에도 적용되는 것이며, 따라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배체제를 찬양하거나 지지하는 자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법률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그런데 군사분계선 북방지역 까지도 대한민국의 영토로 간주하는 영토조항과 남북한분단 및 북한의 실체인정을 전제로 하는 평화통일 조항은 그 규범적 의미와 내용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므로, 양 조항은 상충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 조항 상호관계에 관한 헌법해석론은 유일합법정부론과 흡수통일론에 입각하여 영토조항우위론이 있고, 헌법변천론,국제정치적 현실론 및 신법우선론에 입각하여 통일조항우위론이 있으며, 북한정권으 2중적 성격론에 입각하여 양조항등가론이 있다.

이에 우리 헌법재판소는 북한정권의 이중적 성격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정권의 이중적 성격론은 영토조항을 근거로 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면서도, 평화통일조항을 근거로 하여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 조항의 규범조화의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