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경찰 죽인 게 민주화운동이면 누가 경찰 하나

헌법재판소는 27일 1989년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을 2002년 민주화보상심의위가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한 건 違憲위헌이라며 당시 殉職순직한 경찰 유가족들이 낸 헌법 소원을 却下각하했다. 심의위가 ‘민주화운동자’로 결정한 시위 학생들은 전경들을 납치, 도서관 7층에 감금해 놓고 복도에 화염병 상자와 천 조각 등을 쌓아놓은 뒤 그 주위에 석유를 뿌려뒀다가 전경들을 구출하러 경찰들이 진입하자 화염병을 던져 경찰 7명이 불에 타거나 7층에서 떨어져 죽게 만들고 11명에게 중화상을 입혔었다. 5명의 재판관들은 다수 의견을 통해 “유족들이 심의위 결정으로 사회적 名譽명예 등의 기본권을 침해받은 게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민주화보상심의위 결정 내용의 위헌 여부는 따지지도 않았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순직 경찰관들은 국가유공자로 예우받고 있어 경찰관들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는 유족들의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들은 “심의위 결정으로 유족들은 ‘법을 지키려 순직한 경찰관의 유족’에서 ‘민주화운동을 억압한 부당한 공권력측 하수인의 유족’으로 格下격하되는 불명예를 짊어지게 된 것으로 보아 소원을 낼 자격이 있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또 “동의대 사건 가담자들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致命的치명적 폭력을 동원해 경찰관들의 생명을 빼앗은 것을 민주화운동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경찰관은 어떤 시위든 현행 법에 어긋난 불법시위면 이를 막아야 한다. 동의대 사건의 경찰관들 역시 불법 폭력시위를 막다 학생들의 방화로 목숨을 빼앗긴 것이다. 그러나 불법 살인 폭력시위는 13년 만에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민주화운동보상법 2조)이 됐고, 그 바람에 그 시위를 막은 경찰관들은 ‘민주화운동을 막은 정권의 하수인’이 돼버렸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이 훗날 ‘민주화 방해세력’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그 시위가 언젠가 민주화운동으로 재평가받을 가능성부터 재봐야 하게 됐다. 경찰관 어깨에 역사 예측의 짐마저 지운 셈이다. 만약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게 될 여지가 있어 보이면 경찰들은 그걸 막아야 할지 아니면 막는 척만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시위대 속에 뛰어들어 함께 시위를 벌일지를 고민해야 할 판이다.

[동아일보 사설]‘민주화운동’을 다시 생각한다

경찰관 7명을 사망케 한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결정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각하 5’ 대 ‘위헌 4’로 합헌 결론이 났다. 헌재 결정의 다수의견은 동의대 사건이 민주화운동이냐, 아니냐에 관한 견해를 밝힌 것은 아니다. 민주화운동 여부를 따지기 전에 ‘유족은 문제의 결정으로 인격권이나 명예권을 침해당한 직접 당사자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소수의견을 편 재판관 4명은 ‘국가를 위해 법을 집행하다 순직한 경찰관의 유족으로서 가졌던 자긍심과 사회적 명예가 손상돼’ 헌법소원을 청구할 요건이 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동의대 사건에 대해 ‘불법으로 납치 감금된 동료 경찰관들을 구출하려는 경찰에 대항해 밀폐된 옥내에서 화염병과 석유를 사용해 7명의 경찰관을 사망케 한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아무리 민주적 목적을 지녔더라도 허용될 수 없는 폭력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민주화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종합해 볼 때, 헌법소원 청구인 요건이 문제되지 않았다면 ‘민주화운동’ 인정이 위헌으로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및 법치주의 정신과 가치에 부합할 수 없는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반대 의견을 개진해 둔다’고 밝힌 대목에 소수의견의 뜻이 담겨 있다. 법리적으로는 헌법소원 청구 요건을 엄격히 따진 다수의견이 옳을 수 있지만 ‘동의대 사건이 민주화운동이라는 민주화운동심의위 결정이 잘못이라는 판단’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소수의견을 밝힌 것이다.

민주화운동심의위는 헌재 결정의 깊은 의미를 새겨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및 법치주의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활동한 간첩이나 사북사태 때 노조위원장의 무고한 부인을 묶어 놓고 린치(사형·私刑)를 가한 사람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는 것은 진정한 민주화운동의 빛을 흐리게 한다.
 
 
 <문화일보 사설>

“동의대 사건은 자유민주질서가 용납않는 폭력”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순직 경찰관 유족들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7일 결정취지는 본격 심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심판 각하를 이끈 5인 재판관 의견은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해도 유족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유족들은 제3자이므로 사건 가담자들의 ‘민주화운동가’ 인정이 합헌인지 위헌인지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는 취지였다. 헌재 결정은 더이상의 불복수단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이른 법리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유감이다.

동의대 사건은 1989년 5월 학생들이 학내에 경찰관을 감금하고 이들을 구출하려는 공권력에 저항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7명을 치사케 한 사건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하고 사법부가 가해 학생들에 대해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2002년 4월 이들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했다. 오랜 세월 겪은 고통도 모자라 망자(亡者)의 명예까지 훼손되는 상황에서 그 부당함을 헌법의 법정에 호소한 유족들이 어떻게 제3자일 수 있을까. 공권력을 타살한 학생이 민주인사라면 순직 경찰관은 반(反)민주 인사라는 말인가. 우리는 민주화 인정과 유족의 불명예가 무관하다는 다수의견을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본안 심리요건이 아예 안된다는 각하 의견으로 헌법재판 결론이 기울었으니, 비명에 간 경찰관들이 살아돌아오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우리는 오히려 동의대 사건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폭력행위, 민주헌정 질서 후퇴”로 규정한 재판관 4인의 소수의견에 주목한다. 설령 가해 학생들이 민주화를 염원했다 해도 국가 공권력에 폭력으로 정면 도전한 행위까지 ‘민주’의 이름으로 정당시한다면 한국의 법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야만의 법치’로 전락하게 된다.

다수의견 5인 재판관 가운데 노무현 정부 들어 임명된 재판관이 3인이라는 헌재의 인적 분포와 이번 결론간의 함수관계를 짚는 시각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가 남파 간첩 등 3인을 ‘민주투사’로 받들 때 이미 국가의 정체성은 기초부터 흔들렸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가치 전복의 시대를 반영하는 한 흐름인 것 같아 유감이다.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유족들에게 도대체 뭐라고 할 것인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는 이에 관한 사설이 없었고, 아래 내용은 오마이뉴스에서 검색한 내용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7일 1989년 5월 발생한 동의대 사건으로 순직한 경찰관들의 유족이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보상 법률'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5 대 4의 의견으로 각하했다.

즉,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에 대해 수구언론과 딴나라당은 코드인사에 의한 결정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동의대 사건은 자유민주질서가 용납않는 폭력" - 문화일보 -

"경찰 방화살인이 민주화? 그럼 누가 국가 지키겠나" - 조선일보 -

"사법부의 코드인사가 마침내 우려했던 결과물을 내기 시작한 점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암담함을 느끼게 한다" - 딴나라 논평 -

맞다. 정확히 코드인사에 의한 결정이다.

표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이번에 각하결정을 내린 대법관 5명 중 3명이 이번에 선임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보수 수구세력을 등에 업은 대법관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면, 동의대 사건은 하나의 과격 시위로 낙인 찍혀 역사 속으로 묻혔을 것이다.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정부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색깔론을 들이대며 용공조작을 일삼았을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개혁세력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한, 진실은 언제가는 밝혀지고 역사는 진보를 거듭한다.

이번 동의대 사건 민주화 운동 인정은 개혁진영의 또 다른 승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