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 제8조에 대한 법적 검토

천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의 위법ㆍ부당성

1. 이론적 검토

    가. 인신 구속에 대한 통제장치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하여 강제수사에 있어서의 영장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이를 따라 형사소송법은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도 인신을 구속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반드시 영장을 통하여 사법권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인신의 자유 보장이라는 대전제 하에서도, 사회질서 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범죄혐의가 인정되고 일정 요건을 갖춘 피의자에 대해서는 검찰의 영장신청과 법원의 영장발부라는 2단계 통제장치를 통해 그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의 근본이념이라고 할 것이다.   

즉, 인신 구속 여부에 대하여 수사의 주재자임과 동시에 인권의 수호자로서 준사법기관인 검찰과 입법권과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사법부가 Double Check를 하는 시스템이 헌법제정권력이 도출한 컨센서스로서 필요충분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나. 검찰청법 제8조의 입법취지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법무부에 소속된 공무원이므로 일반적인 행정체제에 따를 때에는 법무부장관이 검사에 대하여 지휘감독권을 가진다는 것은 당연하나, 검사가 검찰사무에 관하여 법무부장관의 지휘ㆍ감독에 따르게 될 때에는 검사는 정권과 행정부의 대리인으로서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검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취지에서 입법된 것이 바로 위 검찰청법 제8조이다.

즉, 검찰청법 제8조의 입법취지 및 근본이념은 구체적 사건의 처리를 담당하는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데 있는 것이지, 권력이 법무부장관을 통해 검찰권에 개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정당화시키기 위한 데 있는 것은 아니다.

    다.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감독지휘권 행사의 내재적 한계  

법무부장관이 동 조항에 의해 지휘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검찰의 공익 대표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어야 한다. 검찰청법 제8조에 의해 법무부장관이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여 구현하는 것도 바로 검찰권 그 자체인데,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로 천명하고 있으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장관이 검찰 권한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법된 검찰청법 제8조를 통하여, 위와 같이 법정된 검찰 본연의 본분과 기능을 저버리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사건을 지휘한다면, 이는 모순이자 재량권의 남용이다. 

즉,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오로지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으며, 그 실질적 내용도 검찰청법이 명시한 검사의 공익 대표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내재적 한계 내에 있어야 한다.   

2. 본 사안과 관련한 문제점의 검토

   가. 법무부장관이 특정 사건에서 구속 수사 여부를 지휘할 수 있는 것인지 

검찰청법 제8조를 보면, 법무부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본 조항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엄격하게 유지되고 있던 때 이미 입법화된 조항이다. 그렇다면,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의해 구체적인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가 어차피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따를 수 밖에 없던 구조 하에서 동 조항이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입법된 것이라는 점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본 조항에서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은 실질적으로는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통제장치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즉, 기소 여부를 검찰만이 독점하는 현행 형사소송법 구조 하에서 특정한 사건에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국가 형사사법권의 부당한 포기로 인정될 때 법무부장관이 이를 시정하는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 검찰청법 제8조 소정의 지휘감독권이 아닐까 한다. 이에 반해, 검찰이 기소를 결정한 사안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불기소를 지시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을 해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므로, 지휘감독권 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부당한 기소는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통제되는 것이지, 법무부장관의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사전적으로 심판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의 결정이나 특정인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 수사의 방법, 강제수사 여부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은 검사에 의해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할 국가의 수사권과 형사사법권이 포기되거나 방치되는 경우 이를 시정하는데 근본적인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위법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사가 착수된 대상과 피의자에 대하여 수사의 중단을 지휘한다거나 임의수사를 종용한다든가 하는 행위는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의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구속 수사 여부는 검찰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률이 인신 구속에 대한 필요충분 조건으로서 검찰과 법원이라는 2중의 통제장치를 구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이 지휘감독권을 빌미로 그 중간에 끼어 들어 특정 사건에서 임의수사를 지시한 것도 바로 지휘감독권의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 아닐까 한다.

   나. 천장관의 불구속 수사지휘가 정당한 감독지휘권의 행사였는지  

전술한 바와 같이,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 행사로 구현되는 검찰권도 바로 검찰권이기 때문에, 검찰청법이 명시한 검사의 공익 대표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한계 내에서 지휘감독권이 행사되어야 한다.

강정구 교수 건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안이다. 국가보안업의 존폐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강 교수가 그간 줄기차게 엄연히 효력을 가지는 실정법에 위반하는 언행을 보여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이론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움직임의 사상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강교수는 정작 수사과정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였고, 검찰은 바로 이것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구속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한다.

우리는 여기서 위와 같은 검찰의 판단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의 여부를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몫은 통상적인 절차 하에서는, 영장을 심사한 법원이 결정할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장관은 바로 이 장면에서 끼어 들어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 하에 구속 요건의 적부에 대한 판단을 해 버렸다.  천장관은 자신은 불구속수사 원칙과 구속 요건의 존부라는 절차법적 원칙에 입각한 것일 뿐 국가보안법의 당위성과 같은 실체법적인 판단을 한 것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가사 그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법무부장관이 할 몫이 아니다.

강교수 사안이 구속 요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불구속수사를 지시한 것이고 그로 인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천장관은 국가형벌권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이 사안이 불구속 사안이었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결정한 것이라면, 그 판단은 법원이 영장 심사를 통해 하였으면 충분한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강정구 교수 사안이 구속할 사안인지 여부는 수사를 직접 담당한 검사가 법정 구속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수사권의 효율적인 행사를 위하여 판단함으로써 충분했던 것이고, 법원이 영정 심사 등을 통하여 이를 판단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가 완전히 이행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천장관은 지휘감독권 행사를 통하여, 수사 담당 검사가 구속수사의 요건이 구비되고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정치적 소신이 결부되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불구속 사건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효율적인 수사 및 처벌 가능성을 저해하고 검찰권 행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심을 받게 하는 모양새를 낳고 말았다.

강교수 개인의 인신의 자유 못지 않게 중요한 헌법적 가치는 바로 국가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다. 검찰은 공익의 수호자로서 바로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형사사법권을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행사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법무부장관이 지휘감독권을 통해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의 검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이나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아니된다.

가사 천장권이 정말 순수하게 형사소송법상 불구속수사 원칙이라는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이번 사태를 벌였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검찰권의 공익 수호 소명을 저버리고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는 엄연히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의 내재적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3. 결 론 

정리하면, 법무부장관이 검찰청법 제8조에 기하여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당초부터 검찰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여야 하는 것이고 검찰의 공익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내제적 한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법원의 영장심사라는 사후 통제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이 개별 사건의 구속 수사 요부 및 그 요건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지시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검찰청법 제8조에서 정한 내재적 한계를 벗어날 소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 천장관의 지휘감독권 행사는 실체적으로도 검찰권 행사의 공익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야기하였으므로 그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하겠다.

천장관과 정부는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해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고 하나, 그와 같은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도 역시 무소불위의 권력은 아니다.  그것에는 어디까지나 내재적 한계가 있으며, 그것은 실정법 상으로는 검찰권의 공익적 행사와 정치적 중립성이요, 헌법적으로는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형사사법권의 구현이다. 

천장관은 문민정부의 검찰 통제와 불구속수사 원칙의 구현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바로 위와 같은 절대적 가치를 놓친 우를 범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