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NAP에 대한 헌법적 문제

   이  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NAP) 권고안을 의결·확정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 권고안에 대한 최종안을 마련해 올해 6월까지 유엔에 인권 NAP 세부실천계획을 보고한 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그 세부계획을 시행한다고 한다. 인권위의 권고안은 강제적 효력은 없으나 단지 선언적이 아니라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인권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지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인권위의 권고안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 확대, 집회와 시위의 규제 철폐, 비정규직 고용 억제,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제도 폐지 또는 범위축소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그 권고안에 담긴 주요내용은 그간 편향적인 이념이나 역사관을 토대로 하여 진보 진영에서 줄 곳 주장하여 온 예민한 사안이고, 더욱 큰 문제는 반대여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거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의 권고안에 대하여 보수진영이나 경제계는 물론이고, 관련부처 일각에서도 현실성 없는 대책이면서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과 어긋나며 월권행위라는 반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인권위는 권고안을 마련함에 있어서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쳤다면서, 권고안은 미래지향적일 수 밖에 없어 인권 향상의 청사진을 제시하였을 뿐이며, 인권위의 판단기준은 인권이고 헌법재판소 판단은 헌법에 부합하는가이기 때문에 인권위와 헌재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더불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최고사법기관으로서,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은 일반 국민은 물론, 국가기관은 최대한 이를 따르고 존중하여야 한다. 법률상 국가기관에 불과한 인권위가 국민들에게 납득할만한 사유를 제시함이 없이, 자신의 인권에 대한 판단기준은 헌법상 최고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단기준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현재 최고사법기관의 판단과 상반되는 자신의 권고안이 앞으로 달라질 수 있는 미래지향적 청사진이라는 주장을 함부로 내세워서도 아니된다. 우리는 초헌법적이거나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국가기구로 국가인권위원회를 둔 적이 없고,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헌법에서는 기본적 인권에 대하여 양심결정, 신앙의 자유와 같이 내심의 의사를 내용으로 하는 절대적 기본권를 제외하고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라는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상대적 기본권인 대부분의 기본권은 국가적·사회적 공동생활의 테두리 안에서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 공공복리 등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을 무시하거나 외면한채 기본권 인권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 것이고, 법적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대적 기본권을 난데없이 어떠한 법적 제한도 없는 절대적 기본권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제한적 기본권 행사는 다른 사람이나 국가에게는 행패나 난동이 될 수 밖에 없다.

국가보안법은 노 대통령이 박물관에 갈 유물이라고 하여 폐지 주장을 유발하였으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동반자인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고, 법개정으로 입법목적을 일탈하는 확대해석의 위험이 제거되었다"고 하여 합헌판단을 하였다.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하여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복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고 하여 병역법에 대한 합헌판단을 하면서, 국회에게 양심보호조치에 대한 권고를 하였다.

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 확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교사에 대하여 "교사의 정치활동이 교육수혜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수업권의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 등에 대한 제한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여 합헌판단을 하였고, 대통령탄핵사건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바가 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하여도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단지 평화적 또는 비폭력적 집회이고, 개인이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과 법익에 대한 위험은 보호법인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유효하다"고 하면서, 외교기관 인근 집회를 금지하는 부분에 대하여만 위헌을 선언하였다.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 제도에 대하여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필수적 공익사업에서 노사 양측의 극단적 대립으로 파업의 빈발하면 공중으 일상생활을 마비시키고 국민경제가 붕괴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하여 합헌결정을 하였다.

앞 서 본 바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대법원의 판결은 불과 1-2년 안팎에 선고된 것이다. 또한 인권위의 권고안에 나타난 동일한 주장을 하는 진보 진영측의 주장을 배척한 결정이나 판결이기도 하다. 인권위측의 주장대로 권고안이 미래지향적인 인권 향상의 청사진이라고 한다면, 현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장래에 있어 청산되어야 할 인권탄압의 과거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또 인권위의 권고안을 살펴보면, 인권위가 바라보는 미래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지적에 개인적으로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하여 끝내 언급이 없는 것도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여러 뜻이 있는 인사와 단체에서 지적을 하였듯이 인권위의 초법적이고 비현실적인 권고안은 우리나라의 인권지침으로 확정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본다. 앞으로 정부의 인권정책 수립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다수 국민이 바라는 안정 속에 개혁이라는 여망에 부합하는 인권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헌법기관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인권위에게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에서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이 법률의 합헌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러한 언행은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법치국가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밝힌 내용을 꼭 새겨달라고 경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