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구 이 유 보 충 서

  사    건   2005헌마 1260  사립학교법 제14조 제3항 등 위헌확인
  청 구 인   학교법인 OO학원 외 14
  

 위 사건에 관하여 청구인들 대리인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 청구이유를 보충합니다.

                                                                  다      음

1. 서  론

가. 이 사건의 이해관계기관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하 '교육부'라고 함)측은, 학교교육은 본래 국가의 책무에 속하는 것이므로, 사인에게 이를 전적으로 맡길 수 없는 것이고, 학교법인에 대한 법적 규율에서는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포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개정 사립학교법(이하 '개정법'이라고 함)은 정관에 의한 학교법인 운영을 보장하고 있고, 사학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될 여지가 없으며,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이 핵심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 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

(1) 오늘날 교육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조되고 사립학교가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사립학교 역시 국·공립학교와 유사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교육기회의 제공을 위하여서는 사학 설립의 자유와 사학의 교육방향의 자유가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교육 제도가 지배적인 현대 사회에서도 사학을 인정하는 이유는 공립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성을 사립학교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헌법재판소 2001. 11. 29 2000헌마278 참조).

(2) 현대국가에서는 교육의 공공성이 한층 더 강조되고 국·공립의 교육제도가 확대되는 경향에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모여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게 되므로, 교육의 자주성·다양성·창의성은 매우 주요한 과제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공립학교는 보편적인 교육이념과 교육의 기회균등 등 원칙에 따라 표준화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할 책무가 있으므로 학교 나름의 특성을 개발·배양하는데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사립학교는 그 설립자의 특별한 설립이념을 구현하거나 독자적인 교육방침에 따라 개성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산출연을 통하여 정부의 공교육 실시를 위한 재정적인 투자능력의 한계를 자발적으로 보완해 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사학에 대하여는 공공성을 인정하는 한편, 그 물적·인적 시설을 운영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하여 주는 것이 상당하고 바람직한 일입니다(헌법재판소 1999. 3. 25. 97헌마130 참조).

(3) 따라서 공적인 학교제도를 보장할 국가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사학의 운영을 감독·통제할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것이지만, 사학의 운영에 있어서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감독과 통제의 제약을 부과하는 정도는 한결같이 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국가의 사학에 대한 감독과 통제는 그 시대의 사정과 각급 학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입법권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교육의 본질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입니다(위 헌법재판소 1999. 3. 25. 97헌마130 참조).

다. 그러므로 국가는 모든 학교교육을 보장하여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교육이념과 교육의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른 표준화된 교육 등의 공적인 범위 내에서 학교제도를 보장하여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는 사학에게 학교교육 모두를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학에 대하여는 공공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교육의 본질이나 그 물적·인적 시설의 운영 등에 있어 자율성을 확보하여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법에서 개방형 이사제도를 도입하거나 임시이사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이 사건 개정법은 물적·인적 시설의 운영 등 사학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법인에 대한 법적 규율에서는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포용하여야 한다는 사유를 내세워 이 사건 개정법은 사학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될 여지가 없다는 교육부측 주장은 그 이유가 없습니다.

라. 나아가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을 정하게 되는 것이어서(민법 제34조 참조) 사학측은 그 정관을 통하여 이 사건 개정법에서 두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도 등에 관한 규정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관에 의한 학교법인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는 교육부측의 주장은 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또 국가가 공적인 학교제도를 보장할 책무에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은 다른 관계법규나 개방형 이사제도 이외의 제재규정에 의하여 얼마든지 보장되고 위법이나 비리행위에 대한 제재조치가 충분히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올해 초 개정사립법에 관한 갈등으로 사학측에서 신입생 배정거부의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측에서 관계법령에 따른 제재조치를 시도하였던 사례에 비추어보아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법에 있어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이 핵심문제라는 교육부측 주장도 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2.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가.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의 적법요건

(1) 교육부측은, 이 사건 개정법 자체로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별도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나 하위규범의 제정시행 등이 있어야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여부가 논의될 수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에 있어서 직접성의 요건을 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정하는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있어 '공권력'에는 입법권도 당연히 포함되므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도 가능한 것으로서, 모든 법률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 법률이 별도의 구체적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적, 현재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률 자체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문제될 때에는, 그 법률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소송물로 하여 일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길이 없어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다른 구제절차를 거칠 것 없이 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0. 6. 25. 89헌마220 참조).

(3) 이 사건에 있어서는 학교법인, 그 이사장 및 설립자인 청구인들은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거나 임시이사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개정법 조항의 시행과 동시에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그리고 현실적으로 침해받게 됩니다. 즉 이 사건 개정법 규정의 형식이 반드시 2인 이상의 개방형 이사를 두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가 이사를 추천하는 등 구체적 집행행위나 이에 관한 하위규범의 제정시행이 있는 때에 비로소 그 직접성의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이 사건 개정법은 그 법률 자체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문제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은 이 사건 헌법소원으로서 그 법률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고 있는 것입니다.

(4) 그러므로 청구인들은 이 사건 개정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직접, 현실적으로 침해받은 자로서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개정법 자체로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별도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나 하위규범의 제정시행 등이 있어야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여부가 논의될 수 있다는 등의 교육부측 주장은 그 이유가 없습니다.

나. 입법절차의 하자

(1) 국회측은, 이 사건 개정법의 국회 입법절차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한 교육부측은, 가사 이 사건 개정법의 개정과정에서 입법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은 개정법의 입법절차의 하자로 인하여 그 기본권을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받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개정법의 입법절차의 하자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았음을 전제로 하는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 그러나 이 사건 개정법의 국회 입법절차에 있어서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국회법 제85조의 심사기간 지정시 중간보고, 국회법 제77조의 의사일정 변경시 협의절차, 국회법 제93조의 안건심의절차, 일부 의원들의 본회의장 사전입장 및 대리투표 의혹 등에 헌법과 국회법에서 정하는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는 입법절차상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에 해당하여 이 사건 개정법이 법률로써 성립할 수 없는 당연무효의 사유에 해당합니다.

(3) 단순히 입법절차의 하자로 인하여 기본권을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받았다고 주장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지만(헌법재판소 1998. 8. 27. 97헌마8 참조), 이 사건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의 입법절차의 하자로 인하여 국회의 권한에 속하는 입법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개정법의 실체적 내용으로 인하여 현재, 직접적으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사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즉 청구인들은  이 사건 개정법의 입법절차에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법률이 위헌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4) 또한 적법절차의 원칙은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법원칙으로 형성된 것이므로(헌법재판소 2004. 5. 14. 2004헌나1 참조), 국가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적법절차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개정사학법의 국회 입법절차에서는 그 적법절차의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이나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원리 등 헌법의 기본이념에 관한 내용이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날치기 통과'로서 헌법과 법률에서 정하는 적법절차에 위반하여 다수의 힘으로 강행하였습니다. '날치기 통과'라는 용어는 이 사건 개정법의 입법과정을 보도한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지칭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법의 입법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개정법의 개정과정에서 입법절차상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을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것이므로, 이 사건 개정법의 국회 입법절차에는 위법성이 없다는 국회측 주장은 그 이유가 없는 것임은 물론이고, 이 사건 헌법소원이 부적법하다는 교육부측 주장도 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3. 본안에 대하여

가. 교육부측은, 교육의 공공성, 교육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감독의 필요성에 비추어 학교법인에 대한 기본권 제한은 필요하고도 불가피한 것으로서, 사립학교 에 있어 학교운영의 민주성, 공공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장으로서 이 사건 개정법이 마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 사학의 헌법상 지위

(1) 사립학교는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정하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에 근거를 두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교육과 병존하여 사인에 의하여 설립·운영되는 교육기관입니다. 사립학교를 설립·운영하는 주체인 학교법인은 독립된 사회적 조직체로서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성이 인정되어 학습권,수학권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인격권 내지 행복추구권, 제11조의 평등권,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 제22조 제1항의 학문의 자유, 제23조의 재산권의 보장  등의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정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과 제31조 제6항에서 정하는 교육제도 법정주의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립학교·학교법인에 대한 국가의 감독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설립자와 학교법인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거나 과잉으로 제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엄격한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2) 사립학교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 공공성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립학교를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에게도 공공성 이외에도 이에 상응하는 자주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데, 국민의 다양한 교육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다양한 교육을 통한 개성 있는 시민의 양성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교육이념을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사학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법인의 자주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사학법인의 경영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기본권에 속하는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3) 학교법인 설립자에 의하여 출연된 재산은 학교법인 설립과 동시에 학교법인에 소속되고, 학교법인은 독립적인 권리·의무를 가지고 별개의 법인격으로 독자적으로 법적 거래에 참여하는 등 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학교법인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바쳐진 재산인 재단법인과 그 법률적 성격이 같다고 할 것인데, 재단법인에 있어서는 법인설립자의 의사에 의하여 정하여진 바에 따라 활동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 설립자와 학교법인을 별개의 법인격으로 하는 것은 설립자의 학교법인 설립목적의 영속성을 보전시켜주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 사학의 이사 제도
(1)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므로 그 설립자의 사학운영 기본방침인 학교법인 정관에 규정된 설립취지나 건학이념, 창학정신에 맞게 운영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실현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의사결정기관이자 의사집행기관을 구성하는 이사라고 할 것이므로, 그 설립목적에 맞추어 선임된 이사이야말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학교법인의 이사는 사립학교법 제19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사회에 출석하여 학교법인의 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하며 이사회 또는 이사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처리하는 직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설립자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 및 그 이사에 의하여 선임된 후임이사에 의하여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이 인적으로 보장되어 영속성 있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학교법인 이사 제도의 본질인 것입니다.

(2) 그리고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지속시키고 학교법인의 공공성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는 관할청을 통하여 감독권을 행사하게 되지만, 앞 서 본 바와 같이 학교법인은 자주성을 가지고 사법상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독립한 법인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법인에 대한 국가의 감독은 학교법인 설립자가 작성한 정관 및 그의 의사에 부합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이를 보장하기 위한 범위내에서 그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학교법인의 독립한 권리·의무의 주체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를 침해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3) 그러므로 이 사건 개정법의 개방형 이사제도는 사학의 설립자나 정관에 나타난 설립목적과는 무관한 개방형 이사를 사학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타율적으로 제도화하자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학교법인 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고, 사학의 경영 등 기본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위 개방형 이사제도는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지속시키는 범위내에서 국가의 감독권이 행사되어야 하는 학교법인에 대한 공공성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고, 학교법인의 독립한 권리·의무 주체로서 본질적인 지위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라. 사학의 자율적 기본권 침해 등

(1) 사립학교나 학교법인의 헌법상 지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국가의 재정이 궁핍하여 국민교육을 국가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던 시절 국가는 후진양성에 뜻있는 인사들로 하여금 사립학교의 설립을 권장하고 이에 따라 설립자가 사유재산을 출연하여 학교법인을 설립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는 그 설립자나 학교법인과 사이에 있어서 사학의 자유를 보장하고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에 따른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한다는 헌법상의 약속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로서는 마땅히 학교법인 설립자나 사학에게 이러한 헌법상의 약속에 따른 신의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사학측에 대하여는 신뢰의 원칙에 따라 이를 보호하여야 할 것입니다.

(2) 이에 관하여 1819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트머스대 이사회 대 우드워드 판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참고자료1 미 대법원의 사학법 위헌 판례 참조).

    ①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는 1769년 영국 국왕으로부터 인허장을 받아 뉴햄프셔 주의 하노버에 설립되었습니다. 미국 독립후 내셔널리즘의 열기 속에서 뉴햄프셔 주 의회는 대학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주정부는 대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을 걸고 다트머스대 이사회의 구성원을 21명으로 확대하여 외부이사를 임명하고 대학 감사회를 설치하려 했습니다.
② 그러나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뉴햄프셔 주의 다트머스대 개혁법을 위헌으로 판결했습니다. 이사회 개혁은 곧 사학의 공립화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이 개혁법이 다트머스대의 발전에 현저히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상당수의 국민이 이 개혁법을 지지하는 점도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 설립자에 대한 국가의 신의(信義)입니다. 다트머스대 개혁법은 사유재산을 사회에 내놓을 당시 대학 설립자와 국가가 맺은 신의와 계약의 파기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가는 신의를 계속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③ 그런데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판결이 사학들이 국가재정에 의존하던 시절에 나온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국 사립대학은 1870년대에 가서야 개인적인 기부와 자발적인 노력으로 명실상부한 사학이 될 수 있었습니다. 국가가 모든 국민의 교육을 책임질 수 없었던 시절에 훌륭한 개인들이 국가를 믿고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내놓으며 학교를 세웠습니다만 그러나 학교 운영은 국가의 재정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고, 국가는 개인의 헌신과 비전 없이는 국민의 교육권을 충족시켜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④ 그후 다트머스대 판결은 ‘사학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라고 불리게 되었고 이 판결은 미국 사립학교 발전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사학설립의 유래가 미국의 경우와 같이 개인적인 기부와 자발적인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졌던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내건 우리 정부는 이러한 신의 준수 의무와 사유재산보호의 의무가 엄연히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3) 그러므로 이 사건 개정법의 개방형이사제도를 도입한 결과, 그 사학의 설립목적과는 전혀 무관하거나, 주로 사학측과 고용관계에 있는 피용자를 필수 구성원으로 하는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를 통하여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것은, 학교운영권을 내용으로 하는 사학의 인사권 내지 경영권 등 자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학교법인의 지배구조를 변경시켜 '사학의 공립화 내지 사회화'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며, 사유재산을 출연할 당시 설립자나 사학과 맺는 헌법상 약속을 부당하게 파기함으로써 사학에 대하여 이러한 헌법상 약속에 대한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한편으로 보상이 없는 재산권의 수용에 해당하여 헌법상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

(4) 그 이외에도 이 사건 개정법의 감사선임 제한(제21조 제5항), 임원취임의 승인취소(제20조의2), 임원의 직무집행정지(제20조의3), 이사장의 겸직금지(제23조 제1항), 친족의 학교장 임명금지(제54조의3 제3항), 임시이사의 선임(제25조 제1항,제3항), 대학평의원회 설치(제26조의2 제1항), 교비회계로 임시이사회 운영비 등 지출(제29조 제6항 제2호), 학교의 장의 임기 제한(제53조 제3항), 소급적용(부칙 제1조) 등의 규정은 앞 서 본 바와 같이 학교운영권을 내용으로 하는 사학의 인사권 내지 경영권 등 자율적 기본권이나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마. 이 사건 개정법의 위헌성

(1) 교육부측은 이 사건 개정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법인에 대하여 투명성을 보장하고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학교법인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개정법은, 교육부측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법인이던지, 부정과 비리가 있는 학교법인이든지간에 그 자율적 기본권이나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2) 나아가 우리나라 단체의 일반적인 이사회 운영과 마찬가지로 사학의 이사회가 반드시 다수결의 원리에 의하여 운영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단체 결속의 차원에서 만장일치로서 운영되는 것이 통상적인 경우일 뿐만 아니라, 사학의 이사는 사립학교법 제19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사회에 출석하여 학교법인의 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하며 이사회 또는 이사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처리하는등 이사회의 의결권과는 다른 고유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개정법의 입법취지에 따른다면 외부인사인 개방형 이사는 사학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거나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이사회의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3) 따라서 교육부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개방형 이사의 수가 이사회의 의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개방형 이사의 선임만으로도 사학의 자율적 기본권이나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개정법이 장기적으로 사학의 비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헌법이 부과하는 한계 내에서 최소의 노력을 다해 마련한 산물이라고 교육부측이 주장하더라도, 이러한 주장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기본권이나 재산권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면서 교육의 공공성만을 우선하여 내세는 주장임은 물론이고, 모든 우리나라의 모든 사학을 비리와 불투명성의 온상이라는 식의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4) 또한 교육부측이 예로 드는 우리나라나 외국 사학의 개방이사 선임사례는 이 사건 개정법의 타율적 개방형 이사제도와는 달리, 그 사학 등이 자율적으로 개방형 이사제도를 채택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개정법의 개방형 이사제도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나 외국 사학의 개방이사 선임사례를 들어 이 사건 개방형 이사제도의 타당성을 논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4. 이 사건 개정법의 위헌성

가. 재산권 침해

(1) 헌법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재산권의 구체적인 모습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형성되고, 이 경우 그 법률은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재산권을 형성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3. 7. 29. 92헌바20 참조). 그렇지만 재산권의 형성에 있어서도 재산의 사용,수익,처분 권한을 본질적으로 제약한다거나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2) 개방형 이사제도 도입과 임시이사제도 강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개정법은 헌법 제23조 제1항의 후단에 따라 법률로써 사학재단의 사유재산에 대한 한계를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사학 설립자 및 재단의 사유재산에 대한 임의적 처분·이용 권한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입니다. 또 이는 사학의 재산권 행사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므로, 사학의 재산에 대한 사용,수익,처분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아무런 보상이 없이 재산권을 수용 또는 제한하는 것으로서, 이는 사유재산 제도를 부인한다고 볼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설사 이를 기존의 재산권에 대한 헌법상 법률적인 제한이라고 보더라도, 이는 사학의 재산권 제한이 과잉 제한하는 것입니다.

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위배

(1)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육의 자주성이란 교육내용과 교육기구가 교육자에 의하여 자주적으로 결정되고 행정권력이나 외부세력에 의한 통제가 배제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국가의 안정적인 성장발전에 도모하기 위하여서는 교육이 외부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받지 않도록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6. 4. 25. 94헌마119 참조).

(2) 이 사건 개정법의 위헌규정은 학교구성원의 참여나 정책결정의 민주성이나 투명성을 확보하거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헌법상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또한 개방형 이사제도의 경우에는 단순한 자문기구를 두는 것을 넘어 교육 비전문가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어서 교육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개정법의 위헌규정은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사립학교의 공공성만을 강조하고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이 허용하는 입법적인 한계를 넘어 서는 것입니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른 바 개방형 이사제도의 도입과 임시이사제도의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개정법은, 사학의 자율적 기본권이나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학교법인의 지배구조를 변경시켜 '사학의 공립화 내지 사회화'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사유재산을 출연한 설립자나 사학측에 대한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학의 재산에 대한 사용,수익,처분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고, 사학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개정법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각하되어야 하거나, 가사 적법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개정법이 헌법에 위반되는 점이 없다거나,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의 기각을 구하는 교육부측의 의견을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습니다.

최근 개정사학법에 관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의 여야간 극한 대립 끝에 극적 합의를 통하여 이 사건 개정사학법을 재개정하기로 하여 논의하던 중 또다시 이 사건 개정사학법 중 개방형이사의 추천주체를 놓고서 여야간의 극한 대립이 재연되고 있고, 이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은 이 사건 개정사학법에 대한 집권여당의 양보를 권유함에 따라, 또 다시 이 사건 개정사학법의 위헌성 여부가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참고자료2 노 대통령 "사학법, 여당이 양보해라" 참조).

결론적으로 이 사건 개정사학법은 교육의 자율성과 사학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해치는 내용으로서, 이에 대하여 야당과 종교계 사학은 물론이고, 공립학교 교장까지 반대하고 있는 악법입니다. 이러한 최근 이 사건 개정사학법에 관한 정국의 상황에다가, 글로벌시대의 지식기반 경제에 맞추어 세계는 교육의 자율성과 교육수요자의 선택권을 늘려 교육경쟁력을 키우는 개혁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비리사학의 사례를 빌미로 하여 사학을 옭아매고자 하는 이 사건 개정사학법은 세계의 교육개혁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 명백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개정사학법에 대하여 즉각 위헌결정이 있어야 지당할 것입니다.

                                                    첨  부  자  료
 1. 참고자료1   미 대법원의 사학법 위헌 판례
 1. 참고자료2   노 대통령 "사학법, 여당이 양보해라"
 1. 참고자료3의 1  주제발표 "개정사학법의 법률적 문제점"
     2  주제발표 "사립학교 교육선진화 개혁을 위한
          사회협약을 제안한다" 

                                                                2006.  5.

                                                                              청구인들 대리인 홍익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    헌

헌법재판소                                                                                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