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토론문
   
   변호사 이   헌(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지난 어린이날 평택에서 반미시위대가 철조망을 뚫고 군인을 구타하며 군텐트를 부수는 등 그야말로 폭도들의 모습을 보았다. 본인은 우리 국군을 아끼고 사랑하는 예비역 대한민국 육군 대위로서, 국민를 보호하고 적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후배 장병들이 속수무책으로 민간인들의 죽봉에 의하여 무참히 구타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현 정권의 무능함과 무책임성을 다시 되새겼다.

또 이 평택미군기지 이전문제를 이 번 FTA문제를 관련지면서 살펴보면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이는 왜 하필이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정부가 이 두가지 예민한 문제를 쟁점화하였느냐는 것이다.

주시하다시피 현 정권의 권력핵심부를 차지하는 민변은 기존 법조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송이나 여론 등 세몰이를 통하여 로스쿨 설치나 공판중심주의 등 미국식 사법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사법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민변은 현 정권과는 달리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와 FTA저지운동을 주도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현 정권과 민변이 유리될 수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결국 노무현 정권이 의도하는 바는 정말로 미군기지 이전문제와 FTA문제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볼 수는 없겠다. 결국 지난 대선 때 재미를 본 쇼트랙 오심사건과 여중생 압사사건 등 반미문제에서 재미를 보았던 것처럼 이달말의 지방선거와 내년의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자리에서 FTA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이러한 현 정권의 정치적 음모를 도외시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지나친 음모론적 시각이라고 비판될 수 있으나, 어차피 미국과의 FTA문제를 정부가 추진하는 일인 것이고, 또 그들의 술책을 엿보이는 이상, 또다시 그들의 의도 대로 상황이 전개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변협의 의사도 그렇고, 저희는 근본적으로 법률시장 개방이라고 하는 FTA문제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일본이 법률시장을 개방할 때 그렇게 한 것처럼, 처음에는 외국변호사에게는 당해 외국법을 자문하는 사무실 설치만을 허용하고 상당한 기간(일본의 경우 18년)이 경과한 후 완전개방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 변호사가 되면 미국에서 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자 하는데, 이 숫자는 현재 5,000여명 정도로 파악된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완전개방을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와 로스쿨 문제 등으로 법률시장이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알려진 FTA협상전략에 따르면, 한미 FTA타결 직후 외국 법률회사는 국내에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국내에서 외국법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게 되고, 2008년부터는 국내법인과 업무제휴를 할 수 있게 되며, 로스쿨 의 첫 번 째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1년에는 국내법인과 합작을 하거나, 내국인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완전개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예와 법률시장의 개방에 따라 미국의 로펌이나 회계법인에게 모두 법률시장을 내주고만 프랑스의 예를 교훈삼아 그 개방단계의 기간을 상당한 기간으로 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일본의 1/3 수준인 6년 정도라면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 중 64.6%는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 법률시장의 개방을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는 이 결과를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미국과 한국의 사법제도적 여건을 너무나 판이하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법계는 성문법주의인 대륙법계를 수계한 국가이어서 불문법주의인 미국법적인 지식과 법리로서는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바로 활동할 수 없다. 또 미국 국민은 법률을 자신의 보호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법은 제재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천냥빚도 말한마디면 갚는다'는 의식이 아직도 있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엄청난 수임료는 한국의 수임료에 대하여 결코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자동차보험 변호사수임료 500만원은 미국 영주권취득 변호사비용과 비슷한 수준이고, OJ 심프슨사건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미국의 변호사수임료는 의뢰인을 파산시킬 정도의 금액인 경우도 있다. 또 미국의 변호사에 관하여는, 쥬라기공원 영화에서 제일 먼저 죽는 사람이 변호사이었고, 변호사에 대한 수백가지 농담이 있다고 하며. '데블스에드버캣'이라는 영화에서 보듯이 미국 사회에서 변호사는 필요악이나 악마적 존재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사형 변호사를 이상적인 변호사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과거 민주화운동을 행한 민변 출신의 대통령을 선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미국의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보고, 현 사법제도하에서는 지금 바로 법률시장이 개방되어도 미국의 변호사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변호사나 법무법인은 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정부와 변협측과의 진지한 대화와 개방단계의 시기조절을 행한다면, 우리나라의 변호사나 법무법인으로서는 FTA로 그 활동무대를 국내에서 미국까지 넓하는 호기를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현 정권은 변호사집단을 부패와 비리의 집단으로 매도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변호사단체의 의사를 무시하고 현 사법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려는 소위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현 정권의 이러한 사법정책으로 말미암아 법조경력이 상당하다고 자부하고 미국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 조차도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곤란함을 느끼고, 권력에 가까운 변호사사무실에 사건을 빼앗겨 버리는 등으로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여기서 현 정권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문제점은 그 내용에 있어 하드웨어는 미국식이면서 소프트웨어는 "국민을 섬기는 재판"으로 표방하는 포퓰리즘적 방식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로스쿨,배심제,구술재판 방식 등은 미국 변호사들이 먹고살기 위하여 고안한 미국식 고비용저효율의 제도이므로, 법률시장 개방시 미국 변호사가 오히려 한국 변호사보다 더 경쟁력을 가지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점은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한다는 구실하에 현 정권에 반대세력이자 위협세력인 보수적 성향의 기성 변호사계층을 탄압하여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사법포퓰리즘으로 인민재판화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이나 시변에서는 이에 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여 왔었으나, 현 정권은 이를 아예 외면하고 조중동에서조차 '밥그릇지키기'라고 하여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음은 극히 유감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현 정권과 민변, 그리고 일부 언론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또 오해가 있는 국민에게는 깊은 이해를 간절히 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