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법원이 대법관제청대상 후보자를 추천받는다는 계획을 공고하면서 오는 7월에 교체되는 대법관 5명의 후임자를 임명하기 위한 대법관 임명 제청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며, 몇몇 단체가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를 이미 추천하였거나, 혹은 추천하고 있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구성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또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법관후보 추천 움직임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첫째,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대법원의 안정을 해치고 사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양화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대법관 선정 노력은 어디까지나 대법원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다양화 노력이 지나쳐 기존의 법관 인사시스템이 무시되고 서열이 심하게 파괴되고 외부의 목소리에 의해 대법원이 흔들리게 된다면 오히려 대법원의 안정을 해치고 권위를 손상시키며 나아가 사법질서의 근간을 흔들게 되는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벌써부터 사방에서 대법관추천 및 제청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지나치게 한편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나 시민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구체적으로 추천하는 것 보다는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과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다.
둘째, 대법원이 공고를 통하여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 추천은 비공개로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후보자의 실명이 자꾸 거론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단체는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토론과 참여를 위해 실명을 공개한다고 하지만 대중의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와는 달리,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대법관 제청 절차에 시민사회가 추천 이상으로 간여하는 것은 司法의 衆愚化를 초래할 위험이 대단히 크며, 나아가 사법질서의 위기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대법원이 비공개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일종의 압력으로 간주되어 임명제청 후보자 선정 이후까지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있게 대법관을 제청해야 한다. 특별히 대법원장에게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고 공정한 사법부를 구성해야 할 중차대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대법원장을 위시한 대법원은 청와대나 언론 혹은 시민사회의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국가백년대계를 바라보며 대법관후보를 선정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사회의 혼란이 극에 달한 바 있다. 대법관후보의 선정 작업이 이러한 혼란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다양성과 안정성의 조화를 도모하면서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대법관을 선정해주기 바란다.
2006년 5월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