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007. 2. 13. 09:30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한 NAP초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발표한 토론자료입니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초안에 대한 토론자료

         변호사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홍익법무법인 구성원변호사)

1. 개요

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 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에 담긴 주요내용은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하여 대다수 여론은 현실성 없는 대책이면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초법적 행위라는 반대주장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인권위의 권고안은 우리나라 최고사법기관인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크나큰 문제점이 있었다.

나. 이에 따라 법무부에서는 마땅히 진정한 국민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야 하고, 이를 통하여 서로의 대화와 설득을 통한 진지한 합의로서 도출된 사안에 대하여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반영하여야 하며, 특히 인권위가 수립한 NAP 권고안은 우리의 미래와 현실에 맞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제기한 바가 있다.

다. 이번에 모처럼 마련된 법무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은 인권위의 NAP권고안에 대한 반대 주장을 상당한 정도로 수용한 것으로 보여지고, 위 권고안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생명권 분야의 사형제도, 생명윤리, 자살 등을 주요하게 다루고, 장애자의 이동권을 거주이전의 자유에 포함시켜 이를 더욱 구체화하였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을 추구하였다고 할 것이다.

2.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의 문제점

가. 이번 법무부의 초안에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로서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북한인권 문제,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하는 공영방송의 편파성과 인터넷의 폐해에 대한 부분이 누락되었다. 이는 법무부의 초안이 인권위의 권고안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편향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볼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에 관하여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상황이고, 정부가 UN결의에 참여한 것 이상으로 적극 개입하여야 한다는 의견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52.4%)이 월등하게 반대 의견(21.3%)을 압도하였음에 비추어 북한인권 문제가 법무부의 초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라고 할 것이다.

나. 또 인권위의 권고안에서 받아들여서는 아니되는 군사법원의 독립성 및 공정성 강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학교의 선택권에 관한 언급 없이 학생의 종교의 자유 보장을 추진과제 및 이행방안으로 제시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국가적으로 예민한 사안으로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내용으로 당장 결론내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국가인권정책의 기본계획으로 수립되어야 마땅할 사형제도, 대체복무, 국가보안법 부분 등에 대하여는 사실상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부분에 대하여도 미흡한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정부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준은 마땅히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 및 국가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나아가 이를 훼손하거나 부인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당연히 우리나라의 당면한 현실과 현행 헌법에 토대를 두어야 하는 것이지, 헌법을 개정하여야 하는 사안이나 국가체제가 변경되는 것을 전제할 수 없는 것이고, 이를 요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정부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받아들이는 기준으로서 현행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결정이 제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자유권의 보호와 증진에 대하여

이번에 마련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 중 자유권 분야는 생명권, 신체의 자유, 거주·이동의 자유와 국적권, 인격권 및 프라이버시권, 정신적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참정권, 권익 피해의 구제를 위한 권리로 나누어진다.

가. 생명권에 대하여

(1) 생명권 중 사형제도에 관하여는, 현행법상 사형 규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2007년 상반기 중 사형제도 존치 여부 검토 및 절대적 종신형 도입의 타당성 분석 등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국회에 계류중인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심사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2) 사형제도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2006.3.24. 선고 2006도354 판결)에서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헌법재판소 결정(전원재판부 1996. 11. 28.  95헌바1)에서는, "생명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나,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사형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아니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그것이 비록 생명을 빼앗는 형벌라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4) 사형제도에 대한 존폐론은 법철학과 본인의 윤리관, 세계관과 관련된 사안으로서 그야말로 결론내기 어려운 문제이고, 얼마전 인혁당 사건의 경우는 사형제도 폐지론이 설득력을 얻는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연쇄살인 등 천인공노할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대다수 국민이 "죽일 놈"이라고 입을 모았던 기억이 나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찬성의견(32.4%) 보다 반대의견(50%)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관계로 실제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5) 특히 남북한 군사대치가 끝나지 않음에 따라 전시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이러한 안보적 상황에서 사형제도를 섣불리 폐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헌법 제110조 제4항에서 비상계엄하 단심재판의 예외로서 사형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사형제도의 폐지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정서와 안보적 상황이 종식되기 이전에는 쉽사리 사형제도의 폐지를 받아들여서는 아니된다고 본다.

나. 신체의 자유에 대하여

(1) 인권위의 권고안에서는 형사사법상 인권보호 항목으로 정한 내용을 법무부의 초안에서는, 신체의 자유 항목으로 규정하면서 위 권고안에서 강조하던 반인권범죄의 공소시효 배제 또는 정지, 국민사법참여제도 도입, 공판중심주의를 위한 제도와 절차 마련 등의 내용을 배제하였다.

(2) 신체의 자유와 관련하여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이나 공판중심주의 등 공정하고 투명한 형사사법절차를 마련하여 인권존중의 법질서를 확립하여야 하는 것은 형사사법절차상 인권정책의 목표인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대륙법계를 기초로 하는 성문법국가인 우리나라 형사사법 절차에서 영미법계로서 불문법국가에서 시행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 공판중심주의나 배심제 등을 무작정 도입하는 것은 국민의 일반적 법정서에 반하거나, 그 내용과 형식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3) 이에 관하여 얼마전 법원측의 일방적이고도 조급한 형사사법제도 추진으로 말미암아 법원,검찰간에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첨예한 갈등과 대립, 심지어 반목적 상황이 빚어지고, 이는 아직도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잔존한 상태이다. 형사사법절차에 관한 문제는 법원이 독자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법조계 모두가 나서서 서로 협력하여 우리의 현실과 법제 등에 관한 신중한 논의와 검토를 거친후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결국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로 가는 길이다.

다. 정신적 자유에 대하여

(1) 정신적 자유 중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관하여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결정과 같이,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상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대체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권고사항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함에 있어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황과 병역의무 이행에 대하여 유달리 드높은 국민정서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2) 국가보안법에 관하여는, 현행 국가보안법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전제로 한 폐지 주장은 이제 더 이상 법리상 주장으로 내세우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이나 사상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대전제하에서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고, 북한이 이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 현실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재판이 진행중인 특정정당의 간첩단 사건에서 권위주의 정부시절의 법정 소란이 발생하고, 전교조측 교사가 선군통치를 선전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내용의 보도에 따른다면, 그 존폐론에 앞 서 실제 국가보안법의 실효성 문제가 오히려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3) 인권위의 권고안에서도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법령,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법무부의 초안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미명하에 종교 과목 개설시 종교 이외 과목을 복수로 개설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개정사학법과 같이 종교사학의 설립과 운영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하여

 (1)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으로서 북한인권 문제 이외에,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하는 공영방송의 편파성과 인터넷의 폐해에 대한 부분이 누락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편향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최근 개헌문제나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긴급조치 판결에 관여한 판사의 명단공개와 관련하여 공영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여론몰이로 현 집권세력의 주장을 대변하는 등 종전부터 지적되던 언론기관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다.

(2) 이에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는 언론기관이 특정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공영방송과 인터넷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의와 대책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으로 결정하였으나 여전히 위헌의 여지가 있는 신문법이나 최근 논란이 되는 방송통합에 관하여도 정치적 중립성의 측면에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으로서 논의되어야 한다.

(3) 집회·시위의 자유에 관하여 인권위의 권고안에서는 관계법률에서 제한규정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헌법상 보장되는 단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집회이고, 집회의 자유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의 불편함과 위험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허용되는 것이다. 최근 불법 폭력시위에 대하여 엄단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시점에서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폭력적이거나 일반공중에게 불편을 끼치는 반사회적인 집회에 대한 단호한 제재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바. 참정권에 대하여

(1) 참정권에 관하여 인권위의 권고안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일정 범위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4.19 부정선거와 같은 관권선거의 뼈아픈 추억이 있고 2002 대선에 관한 부정개표의 의혹이 아직도 제기되는 우리나라로서는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범위 확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얼마전 인천지방법원은 전교조 교사들의 학내시위와 수업거부로 피해를 본 인천외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판결에서“피고들은 수업 거부 등 위법행위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학권과 교육권을 침해했다”면서 위자료의 지급을 명함으로써, 전교조 교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묻고, 학생·학부모의 교육권은 어떤 이유로도 침해할 수 없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였다.

(3) 또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2006누1465)에서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총파업에 참가하여 7일간 무단결근한 원고를 파면처분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면서, 법 집행의 의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법을 무시하는 경우 국민으로 하여금 법 집행에 불복하는 풍조를 조장하여 법치주의 실현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4) 이에 따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관하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고, 교사의 정치활동은 학부모와 학생의 수업권 등 헌법상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특히 전국공무원노조나 전교조와 같은 공무원과 교사의 전국적인 조직의 그간 활동에 나타난 정치적 성향이나 불법 집단행동에 따른 사회적 폐해에 비추어 본다면, 위 권고안의 참정권은 그들의 주장만을 대변하는 듯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번 법무부 초안에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일정 범위로 확대한다는 인권위의 권고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면서도 안도할 일이다.

사. 권익피해의 구제를 위한 권리에 대하여

군사법원은 그 재판이 법관의 자격이 없는 국군장교에 의하여 행해진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헌법 제110조에서 헌법이 인정하는 유일한 예외법원인 특별법원이다. 군사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 강화 방안에 관하여 이러한 군이라는 특성과 군사법원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하지 않거나, 관할관인 군지휘관이나 군 지휘부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거나 그 의사에 반하여 심판관이나 관할관 제도를 폐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상황도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심판관이나 관할관 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군사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용으로 하는 법무부 초안은 우리나라와 군의 안보와 현실에 비추어 재검토하여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4. 정리

(1) 참여정부의 여러 정책은 무모하거나 한풀이식 개혁으로서 국민들에게 대립과 갈등만을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과 성장을 저해하는 중대한 원인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개혁에 피곤함을 느끼고 노 대통령이 하자는 것은 무조건 반대하거나 싫다는 등 시민불복종 상황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제 국가인권정책의 기본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무턱대고 한 번 해보자는 식의 무책임하고도 급진적인 발상은 지양되어야 한다.

(2) 인권개선을 주장하면 민주적이고 미래지향적 주장이며, 현실적인 문제점 등을 들어 이에 반대하면 반민주적이고 수구적 주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더욱이 헌법질서나 헌법에 대한 해석과 판단 범위를 벗어나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이 수립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은 어느 정권의 성향, 이념 및 지지시력과는 무관하게 일관성 있고 현실감 있게 추진되어야 하고,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완성되거나 제도화한다고 하여 이루어질 수 없으며,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노력과 의지, 그리고 타협과 양보로서 발전하여 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산물이다.

(4) 이번에 마련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은 다소 문제점이 없지 않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칠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법무부가 다수 여론에 부응하여 인권위가 수립한 권고안를 우리의 미래와 현실에 맞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하고자 하는 상당한 노력을 다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