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문화일보 2007. 4. 26.(목요일)자 제31면에 '교원평가제는 단체교섭 대상 아니다'라고 게재된 사무총장의 컬럼 전문입니다.

교원평가제 논란에 대하여
      
           변호사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일요일 국회 앞에서 내년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교조는 교원평가제 법제화를 막기 위하여 최근 강력한 대국회투쟁을 전개하면서 국회의원들을 전방위 압박을 하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들의 주장은 "교사를 서열화하고 일등교사, 꼴등교사로 나누려 하고 있다. 수업의 질을 개선하고 학생과 교사의 끈끈한 관계에 기반을 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하여 교원평가에 반대해 달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오랜기간 우리 사회에 "선생님이 노동자냐"는 논란을 야기하다가 마침내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토대로 1999년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통하여 합법화되었다. 교원의 근로자로서 지위를 명시한 교원노조법이 제도화됨으로써, 안타까운 일이지만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거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한다'는 국민들의 선생님에 대한 관념도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그들이 자초한 일이기에, 그들이 '학생과 교사의 끈끈한 관계'라는 등 과거 스승과 제자관계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우리 헌법 제31조 제6항에서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적 권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1991.7.22. 89헌가106 결정)는, 교원의 근로자로서 지위가 법제화되고 교원에게 헌법 제33조에서 정하는 근로자의 노동3권이 인정되더라도, 교원의 지위에 관하여는 헌법상 국민의 교육권 조항이 근로기본권 조항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래서 교원에 대하여는 근로3권의 행사에 있어 일반 근로자의 경우와 다르게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고, 또 교원노조법에서는 교원에 대하여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쟁의행위 및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임금·근무조건·후생복지 등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에 관한 사항'에 국한하여 교섭하지 아니하고, 교육당국과 사이에 이번의 교원평가제를 포함하여 성과급 문제와 같은 교육정책적 사항, 학교와 학생 운영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하여 단체협약을 행하는 불법적 행태를 보였다. 또 그들은 출범 초기에 교육현장에서 참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본래의 목적에서 일탈하여, 그들의 편향된 이념이나 역사관을 어린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등의 의식화교육을 행하였다. 또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하거나 그들의 불법적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총파업과 연가투쟁을 마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학생, 학부모의 피해는 아예 무시하였다.

헌법재판소(2000.4.27. 98헌가16,98헌마429)는,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은 부모의 천부적 권리인 동시에 부모에 부과된 의무이고, 학부모의 교육권은 다른 교육주체와의 관계에서 원칙적인 우위를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관하여 얼마전 인천지방법원은 전교조 교사들의 학내시위와 수업거부 등 위법행위로 인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학권과 교육권이 침해당했다면서 전교조 교사에게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였다.

이 번 교원평가제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원동력이 된 우리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교육개혁의 핵심적인 방안으로서, 미국과 영국, 일본은 물론이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제도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초·중등학교 교원의 능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장, 교감 등 상급자, 동료교사, 학생 및 학부모가 참여하는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두고자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하여 종래 헌법상 교육권의 주체이면서도 수동적인 지위에 있던 학부모, 학생이 능동적으로 학교현장에서 부적격, 무능 교사를 걸러낼 수 있게 된다. 이는 헌법에서 우선적 권리로서 보장된 학부모의 자녀교육권과 학생의 수업권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제도로서, 학부모단체는 퇴출제도가 입법화되지 않았다는 등 미흡한 부분을 비판하고 있으나, 대다수 국민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원평가제는 전교조의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교육정책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전교조가 이에 대한 반대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그간 그들이 보여준 모습과 같이 불법적인 행태에 속한다. 또 현재 중앙부처의 모든 공무원에 대한 다면평가가 실시되고 있고, 대학 교수도 학생의 수업평가를 받고 있으니, 초·중등교원만이 예외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평가를 당하는 입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볼멘 소리일 수 있으나, 학생을 평가하는 일을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자신들은 평가받을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은 이율배반적이고도 반교육적인 주장이다. 또 그들은 모든 사학을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나 개혁의 대상으로 매도하면서 개정사학법의 시행을 강력히 주장하는 입장이었는데, 부적격, 무능력 교사도 비호하면서까지 이 번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은 개혁에 저항하고자 하는 지탄받아야 할 집단이기주의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전교조가 학부모, 학생, 국민 대다수의 바램을 외면하고, '교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니 학생은 따라 배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수구적이면서 권위주의적 발상으로 교원평가제에 관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상정 조차 저지하려고 나서는 데에 대하여 마땅히 법적 제재와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인생의 사표가 되신 스승에 대한 추억이 있으며, 전교조 초창기에 촌지를 거부하고 입시 일변도의 획일적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과 뿌듯한 기억을 소중히 여긴다면, 명분 없는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교원평가에 당당히 응함으로써 교사로서의 긍지와 명예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