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1. 특별검사제도에 관하여

특별검사제도는 특정사건을 일반 검찰조직과 지휘계통으로부터 떼어내어 독립된 특별검사로 하여금 수사하게 함으로써 특정사건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식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찬반론이 꾸준히 이어왔다.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우선 현행 우리나라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원칙적으로 검사가 아니면 소추를 할 수 없게 하는 제도) 및 기소편의주의(검사가 재량에 의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로서, 검찰의 미흡한 수사 및 불기소처분 등을 보완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또 권력형 부정사건이나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에서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검사에 의하여 수사와 공소유지를 하게 함으로써, 법의 공정성과 사법적 정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권력남용 방지라는 차원으로 볼 때 특별검사제도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확보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하여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우선 특별검사제도는 검사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는 우리나라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정략적 차원에서 특별검사제를 실시하여 정치적 여론재판이 지속될 경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국정수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권력분립의 원칙이 훼손되고 특별검사의 무리한 수사로 국가기밀누설 및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최근 BBK특검법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특별검사제도의 장단점 및 우리나라 특별검사제도의 연혁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예외로서 특별검사제도를 인정할지 여부는 물론, 특정사건에 대하여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대상을 어느 범위로 할 것인지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검찰 기소독점주의의 적절성, 검찰권 행사의 통제 필요성, 특별검사제도의 장단점, 당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로서, 그 판단에는 본질적으로 국회의 폭 넓은 재량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08.1.18. 2007헌마1468).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는, 특별검사 제도에 관한 국회의 결정이 명백히 자의적이거나 현저히 부당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삼성특검법에 관하여

가. 본 주제발표에 나타난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특별검사제 도입에 관한 찬성론과 삼성특검법이 부합하는지를 대비하여 살펴본다면, 우선 김용철 변호사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측이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검찰이 수사를 하였던 결과 불기소처분을 하거나 그 수사결과가 미흡하였다는 등의 상황이 전혀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삼성특검법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나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견제장치이라거나 검찰의 미흡한 수사 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없게 된다. 검찰총장,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수뇌부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이기 때문에 특검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관하여도, 떡값검사에 대한 주장은 김 변호사측이 그 사실을 인정할만한 객관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제기한 것일 뿐이므로 특검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본다.

또한 김 변호사측이 제기한 의혹의 핵심적 내용은 권력형 부정이나 정치적 성격이 강한 내용이 아니라, 특정대기업과 그 구성원의 비리가 그 대상일 뿐이다. 이에 특별검사제도가 도입하여야 할만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법의 공정성과 사법적 정의를 요구된다는 데에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삼성의 손아귀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력기관인 삼성에 대하여는 특검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과장되고 편향된 것으로서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에는 그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본 주제발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삼성특검법은 법원 및 검찰에서 종결되거나 진행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하거나, 공소시효가 경과된 사안 등을 주요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특검법은 근본적으로 권력분립이나 사법질서 및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고, 특별검사가 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지닐 수 밖에 없다.

결국 삼성특검법은 이에 대한 국회의 결정이 명백히 자의적이거나 현저히 부당한 것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를 떠나서, 특별검사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특별검사가 도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든 논거에도 부합하지 않는 태생적 문제점이 있다.

나. 삼성특검법이 국회에 통과되어 도입될 즈음에, 많은 언론에서는 기업경영 및 국가경제에 대한 우려 이외에도 정략적이고, 위헌적 소지 등 법리적 문제점이 있다는 내용으로 거센 비판을 제기하였다.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함께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자, 삼성그룹을 흔들어 대선을 ‘부패와 반부패’ 구도로 몰고 가려는 범여권과,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하여 대선자금과 로비자금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 손해볼 것이 없다는 한나라당의 정략적 판단이 서로 맞아떨어졌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대검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제대로 수사를 착수하기도 전에 여야의 합의로 삼성특검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와 같이 국회가 삼성특검법을 도입한 것은, 삼성 관련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자는 것 보다는 대선을 앞둔 전략적 연대라는 비판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관하여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검찰이 먼저 수사하고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거나 수사결과가 미흡하다면, 그 때에 특검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원칙론은 아예 외면당하였다.

심지어 “법안이 과잉금지 및 비례의 원칙에 위배하고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고, 특검의 보충성․예외성 법리마저 왜곡하는 잘못이 있으며, 특히 현상태에서 특검을 도입할 경우 수사대상이 되는 기업과 국가기관의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실추되고, 국가경제 및 국가신인도에도 심대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하였던 당시 정성진 법무부장관의 지적도 외면당하였다.

당시 삼성특검법의 법리적 문제점에 대하여 지적된 사항을 요약하면, 삼성특검법은 2002년 대선자금 사건과 같이 2003-2004년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으로 종결됨으로써 재판에서 확정된 사건이라거나, 삼성 에버랜드 사건과 같이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사법체계의 혼란을 야기하고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등의 위헌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 SDS사건과 같이 두 차례의 고소사건으로 ‘혐의없음’의 결정을 하고 헌법재판소가 각하․기각한 사안에 대하여 특검을 행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기본권 제한에 있어 필요최소한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원리, 이에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제한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포괄함) 및 비례의 원칙(기본권 제한에 있어 다른 법익과 비교하여 어느쪽이 본질적이고 정당하고 합리적인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리)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특별검사제는 지극히 예외적이고 보충적으로 도입되고 운영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번 사안에서 특검은 전면적, 일상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것으로서 헌법상 차별금지 등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의혹만을 가지고 특검 수사를 할 경우에 국내 기업을 외국 기업 보다 역차별하는 조치가 될 수 있고, 검찰 수사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 도입하여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삼성특검법 통과에 관한 국회의 결정이 명백하게 자의적이거나 현저하게 부당한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그 제도의 도입과정에 있어 정략적이고 위헌성 등 법리적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그런데도 입법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회의 삼성특검 도입이 자의적이거나 부당하다고 보여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삼성특검에 대하여 수사대상자인 삼성측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의혹을 제기한 김 변호사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조차도 차라리 검찰에서 수사를 하라는 등의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은 삼성특검법의 통과 당시에 제기되었던 태생적 문제점에서 이어지는 것으로서, 그 입법의 정략성과 법리적 문제점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정략적 차원에서 특검이 실시됨에 따라 일부 언론 및 시민단체에 의한 여론재판으로 지속됨에 따라 사회경제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기업 경영 및 국민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한편 특검 이후에도 이 혼란을 계속될 우려가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제기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한다거나 삼성특검으로 삼성공화국의 오명을 벗어 제 기능을 회복한다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삼성특검법의 입법취지에도 반한다.

그리고 최근 정부당국이 범인의 편을 드느냐는 비판이 있을만큼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흉악범의 인적사항 노출이 극히 제한되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처음부터 권력분립의 원칙이 훼손된 특별검사의 무리한 수사로 인하여, 삼성특검에 출석하는 인사들의 인적사항이나 혐의사실이 그대로 국민의 알권리라는 미명하에 언론에 노출․공개되는 등 사생활이 침해되고 있다. 또 최근 대법원은 국민을 섬기는 사법이라면서 구속 이외에도 압수수색의 영장발부 요건을 강화하였고, 제주지사실 압수수색 사건(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도3061)에서는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위반하여 수집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삼성본관 등에 대한 선정적인 압수수색이 남발되고 언론에 이 내용이 공개되는 등의 인권침해적 상황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특별검사제도를 반대하는 측에서 특별검사제도 도입의 문제점으로서 제기하는 논거와 동일하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하고, 국민의 알 권리나 국민들의 의혹해소라는 미명하에 퇴행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3. 내부자 고발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자 고발과 관련한 두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의 시각은 김 변호사의 고액 연봉과 고발 시점을 두고서 폭로의 동기를 문제삼아 그렇게 많은 연봉과 퇴직후 예우를 받고 있다가 왜 하필 예우가 끝나는 시점에서 폭로를 하였는가라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돈 때문에 앙심을 품고 삼성에 등을 돌렸다는 비난은 김변호사의 폭로의 사실여부와는 무관하고, 김 변호사의 폭로가 불러온 충격과 혼란은 우리 사회가 감당하여야 할 통과의례로서, 이 모든 책임을 김 변호사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는 시각이 있다.

어느 회사에 소속된 종업원은 그 회사와의 관계에 있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와 회사에 충성할 의무,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의무, 회사의 이익을 해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종업원의 의무에서 벗어나 회사의 내부사정을 폭로하는 것이 ‘내부자고발’이라고 한다. 현행법에서는 내부자고발에 관하여 부패방지법에서 ‘공직자 및 공공기관의 부패행위에 대한 신고 및 신분보장, 신변보호, 책임의 감면, 포상 및 보상’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어느 회사의 종업원이 그 의무에서 벗어나 내부자 고발이 정당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사회적 피해의 정도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 피해의 정도가 크면 고발할 수 있고, 피해의 정도가 적으면 종업원으로서 의무에 따라 고발하지 않아야 한다. 또 고발의 동기가 사회정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정의이라면 고발하여야 하고, 개인의 이해나 보복이 그 동기라고 한다면, 고발할 자격이 없다. 또 회사가 이를 받아들일 용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회사가 받아들일 용의가 없어야 고발할 수 있고, 회사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 회사를 위한 종업원의 의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고발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먼저 대내고발을 통하여 시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충성의무 보다 사회정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비로소 그 책임이 면제되거나 경감되는 내부자 고발의 대상이 된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혜택을 모두 누린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폭로 동기의 순수성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10년 동안 삼성 고위 임원으로서 지위에 있었고, 삼성측은 김 변호사에게 109억원을 연봉과 스톡옵션, 퇴직자 예우 명목으로 지급하였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은 삼성의 비리라고 주장하는 사실을 스스로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 기간에 회사로부터 상당한 대우를 받아 왔으며, 그 고발의 동기가 사회정의 이전에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서 대내고발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부자 고발에 이르렀다. 이러한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내부자고발로서 면책되거나 그 책임이 경감될 수는 없다고 볼 것이고, 그가 폭로한 삼성의 거대비리에 대한 문제점과는 별개로 그 폭로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엄중한 법적 책임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또한 김 변호사의 이러한 태도는 그 내부자 고발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고, 특수수사의 전문가이었던 김 변호사가 소위 ‘떡값 검사’명단을 조금씩 공개하면서 특별검사 등 수사당국을 압박하거나, 새 정부의 검찰 인사를 비판하는 것은 언론플레이를 통하여 개인적 감정을 특검수사에 이용하고 있다거나, 대선이나 총선 등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폭로내용은 본인이 아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행하게 하는 모습은, 본인 희생을 전제로 하는 내부자 고발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향후 법적 책임문제를 전가하려는 이중적인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김 변호사의 폭로내용 중 일부가 삼성특검의 수사결과, 그 폭로내용이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로 밝혀진다면, 이에 대하여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형법 제307조 제2항, 제314조 제1항)가 성립되는 이외에 무고죄가 성립된다고 본다. 본래 무고죄의 신고는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고 수사기관의 질문에 허위진술하는 것은 무고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표발행인이 수표가 위조되었다고 허위신고를 함으로써 고발의무가 있는 은행직원으로 하여금 수사기관에 고발하게 하여 특정인을 수표위조자라고 허위진술하는 경우에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평가된다(대법원 2005.12.22. 선고 2005도3203 판결). 이에 김 변호사 및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로 인하여 삼성특검이 개시된 경위, 삼성특검 수사의 혐의사실은 김 변호사등의 폭로내용를 토대로 하였고, 김 변호사 등의 참고인으로서 진술의 관련성을 종합한다면, 김 변호사 등이 고발한 사실이 없더라도 이들의 행위는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서 무고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관하여도, 성직자라고 하여 초법규적인 존재일 수는 없으며 성직자의 직무상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그에 적법성이 부여되는 것은 그것이 성직자의 행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직무에 대한 정당, 적법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대법원 1983.3.8. 선고 82도3248 판결,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 그들이 성직자라거나 김 변호사의 고백을 듣고 기자회견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는 것이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는 그 기자회견 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에 의하여 그 책임여부가 판단될 것이다.

4. 변호사윤리 위반에 관하여

김용철 변호사와 관련하여 법조계에서는,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의 비리를 밝히는 데에 대하여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고, 또한 변호사가 직무상 지득한 고객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김 변호사와 삼성과의 관계는 사건 의뢰인과 수임 변호사의 관계가 아니라 법무팀장으로 고용된 임원이므로 김 변호사의 변호사윤리 위반을 문제삼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비판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삼성이 김 변호사의 검사로서 능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그를 고용하였던 것은 그가 변호사라는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고, 사내변호사도 결코 변호사윤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볼 것이다. 자신들의 권리보호를 바라며 변호사에게 모든 진실을 말하는 일반국민의 입장에서는 그가 사내변호사이던, 일반변호사이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형법 제317조에서는 변호사가 그 업무처리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고(3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 변호사법 제26조에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한 변호사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형법 제317조 등은 이른바 진정신분범으로서 행위자가 일반인과는 달리 변호사 등과 같은 일정한 신분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에 해당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변호사에게 고도의 직업적인 도덕성과 윤리를 요구하는 취지의 규정이다. 일반법규에 대하여 특별법규가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한다는 법리에 따른다면, 그 변호사로서의 업무처리가 어느 단체나 회사에 고용된 직원의 신분으로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그 업무처리중 알게된 비밀사항을 누설하는 경우에는 단체나 회사의 소속원의 의무라는 일반법규에 앞서 변호사라는 신분관계에 따라 적용되는 특별법규인 위 형법 제317조 등에 해당한다고 본다.

굳이 이러한 법규를 논하지 않더라도, 어느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는 사안에 있어 변호사라고 한다면, 국민의 알 권리,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명분과 자신을 변호사라고 인식하면서 ‘변호사의 업무상 비밀누설 금지의무’의 법적 보호를 받으며 누릴 수 있는 상대방의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중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였어야 마땅하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상당수의 변호사들로부터 김 변호사 때문에 변호사에 대한 국민들로부터 신뢰가 줄어들고 그로 인하여 지금까지 의뢰인이 되었던 국민들이나 그리고 장래에 의뢰인이 될 국민들로부터 신뢰관계 형성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5. 맺는 말

본 주제발표에서 지금까지 특검이 시간과 국력을 낭비하였고, 삼성특검이 사법부와 기업의 경영활동에 개입하였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또 더 이상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되는 김 변호사의 증거없는 내부고발에 의존하여 수사범위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출범 당시 제기되었던 의혹에 대한 수사로 범위를 한정하고 내부고발 내용 중 충분히 증거가 존재하는 사안에 한정하여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증거주의를 채택하는 현행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피의자 법익을 보호하는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본 주제발표의 말씀에 동의한다.

특히 특별검사제도가 법률에 의한 공권력 행사라는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니라. 권력의 견제와 균형으로 법률의 목적과 내용이 정의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삼성특검법은 입법과정에서 정략적이고 위헌성이 지적되는 등 법적 문제점이 있었고, 이에 따른 삼성특검의 수사과정도 퇴행적인 인권침해의 상황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으며, 나아가 내부자 고발의 정당성이 의심되고, 변호사윤리를 위반하였다는 지적도 있으므로, 삼성특검법의 입법이나 삼성특검의 수사는 인간의 존엄성존중과 실질적 평등, 법적 안정성의 유지와 같은 정의의 실현을 내용으로 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