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2. 공선협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투표율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에 관한 법적 검토

                                                              변호사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선거」라고 함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대의제민주정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주권자인 국민이 그들을 대표할 국가기관으로서 대의기관을 선임하는 행위를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은 오로지 선거에 의해서만 국정에 참가하는 것이며 선거를 통하여 여론정치가 행해지므로 민주정치에 았어서 선거는 가장 중요한 국가적 행사의 하나이고, 국법질서의 기초가 된다”고 판단하였다(96헌마74).

  선거는 법적으로 유권자의 집단인 선거인단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 국민을 대표할 국가기관을 선임하는 집합적 합동행위라는 성질을 가진다(임명, 위임과 구별). 선거권은 공무수행인 동시에 정치적 기본권 행사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선거는 국가기관(대의기관)을 구성하는 기능, 국가권력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능, 국민의 참정권을 현실화하는 기능 이외에도 민의에 의한 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폭력혁명이나 쿠데타 등 헌정중단을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그렇지 않고 타락,부정,불공정한 선거는 금권정치나 폭력적 지배를 정당화시켜주는 번거러운 의식으로 전락한다.

  선거인이 선거권 행사를 통해 대표자를 선임하는 관계에 관하여 선거인과 대표자 사이는 전혀 무관계한 것이 아니라, 무기속위임을 원칙으로 하게 되므로, 법적 대표 관계는 아니어도 대표자에게 선거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할 정치적 대표관계를 가진다고 본다(헌법 제7조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  제46조 제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민주국가에서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으로,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자유선거의 원칙을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헌법 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이러한 선거원칙은 누구나 존중되어야 하고, 선거에 관한 절차와 선거관리에 적용되어야 하며, 입법자가 선거관계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경우에 준수되어야 한다.

가. 보통선거의 원칙

   제한선거에 대응하는 원칙으로서, 재력이나 납세액 그밖의 사회적 신분,인종,신앙,성별,교육 등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일정한 연령에 달한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하는 원칙(헌법재판소 “투표가 정치적 판단능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연령에 의한 제한은 합리적” 2002헌마787, “지나치게 고액인 기탁금은 보통,평등선거의 원칙 위반” 88헌가6)

나. 평등선거의 원칙

    차등선거에 대응하는 원칙으로서, 모든 선거인이 1표씩 가지는 1인1표제와 모든 선거인의 투표가치를 평등한 것이 되게 하는 1표1가제 등의 원칙(합리적 제한으로서 일정율 이상의 득표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을 허용하는 것은 합헌적으로 해석, 헌법재판소 “전국선거구 평균인구수 3:1을 초과한 것은 위헌” 2000헌마92, )

다. 직접선거의 원칙

   간접선거에 대응하는 원칙으로서, 일반선거인이 대표자를 직접 선출하는 제도(미국의 대통령선거제도, 선거인단이 일반선거인의 의사와 합치되는 결과는 무용의 절차이고, 상이한 결과이면 비민주적인 절차임)

라. 비밀선거의 원칙

    공개투표에 대응하는 원칙으로서, 선거인이 누구에게 투표하였는가를 제3자가 알지 못하게 하는 선거제도(투표용지 촬영행위, 자녀 동반)

마. 자유선거의 원칙

    - 강제투표에 대응하는 원칙으로서 헌법은 자유선거를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이 원칙은 선거권을 법적 공의무로 보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임.

- 강제투표란 정당한 이유 없이 기권하는 자에 대하여 과태료나 벌과금의 부과 등 일정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선거권의 행사를 공적 의무화하는 제도임.

- 이집트,오스트리아 헌법에서는 선거의 참여를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거나, 투표의 의무를 명문화하고, 아르헨티나,터키,호주,브라질,이탈리아,멕시코 등 여러 국가에서 일정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이들 나라에서는 주권 침해 및 헌법위반의 논쟁이 있음.

* 기권란에 관한 논의

  기권란에 기표함으로써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나 응징의 마음을 표현하게 한다는 취지

  헌법재판소 2005헌마975 :

  “공직선거법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전부 거부’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국민의 선거권행사와는 무관하고 선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제도를 추가로 마련할지 여부는 입법자가 정책적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일 뿐이며, 이를 마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입법자가 선거권 보장을 위한 입법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어 이 조항에서 ‘전부 거부’를 배제하는 것은 선거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조항에서 ‘전부 거부’ 방식에 의한 정치적 의사표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선거권자의 의사표현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선거제도에서 투표방식을 일정하게 규정한 결과일 뿐이다. 이 사건의 경우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국가가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의 전부 거부 의사표시를 할 방법을 보장해 줄 것’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선관위의 ‘투표확인증’이나 투표의무제, 기권투표제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번 총선의 투표율 저하와 같은 상황을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 저하는 정치권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만큼, 투표율 제고를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정치에 절망하고 환멸을 느낀 국민의 마음을 돌릴 정치권의 진정한 자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