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2008. 9. 11. 국회 미래과학기술 방송통신 포럼 주최 인터넷규제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 "인터넷 의사표현의 자유와 책임을 논한다'에서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사이버모욕죄 등 인터넷규제에 대한 토론문

                                                   변호사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대행 겸 사무총장)

1. 서 론

  얼마전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를 통하여 인터넷 포털의 가공할만한 영향력을 실감하였다. 이를 디지털민주주의 내지 직접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찬사가 있는 반면, 인터넷 공간에서 집단주의 및 사이버테러 등에 따른 국가․사회적 폐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우리나라 인터넷 상황에 대해 일본 언론에서는 ‘인터넷강국의 그늘’이라고 악평하였고, 수년전 인터넷을 달군 ‘개똥녀’를 미국에서 왜곡된 인터넷문화로 소개하고 있는 데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 신문기사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규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내가 인터넷에서 발휘한 맹목적인 정의감이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 주십시오.”

 2005년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 오른 기사와 댓글로 피해를 본 사건과 관련해 최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일부 승소 판결(배상액 3000만원)을 받은 김명재(32)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2005년 5월 인터넷에는 김 씨와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살한 사연과 함께 김 씨의 개인정보(이름, 얼굴 사진, 휴대전화번호, 학교, 직장)가 공개됐다. 누리꾼들은 김 씨와 그가 다니던 학교, 직장에 무차별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이로 인해 그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김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는 배상액이 1심보다 항소심에서 2배로 커진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내가 3년 동안 겪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계열사에 취업한 뒤 야간대에 입학한 김 씨는 이 사건으로 한순간에 직장과 학교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 이후 그는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형이 운영하는 뮤지컬 극단을 돕거나 반(反)포털 성향의 인터넷 매체 및 단체 등에서 일해 왔다.

김 씨는 자신에 대한 사이버 폭력의 출발점은 많은 누리꾼이 근거 없는 사실을 그대로 믿고 실천한 ‘맹목적인 정의감’이었다고 했다.

“가해자인 한 30대 여성 간호사를 만나 ‘왜 나를 음해했느냐’고 물으니, ‘인터넷에 오른 글이 사실인 줄 알고 울분과 정의감을 느껴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하더군요. 가해자 80여 명 중 직접 만난 5명은 사실관계를 알고는 대부분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습니다.”

그는 “순수한 개인들에게는 차마 화를 내지 못했다”며 “이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해지는 것을 방치하고 돈벌이를 한 포털과 인터넷상의 소문을 확인 없이 보도한 일부 언론이 미웠을 뿐”이라고 했다.

김 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근거 없는 왜곡과 비방을 지켜보면서 ‘그때의 악몽’을 떠올린다는 얘기도 했다.

“2005년 인터넷에서 저에 대한 글을 읽고 화가 난 사람 10여 명이 제가 다니던 학교로 찾아와 촛불시위를 하더군요. 이들은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물론 계열사에까지 전화를 걸어 ‘저를 쫓아내지 않으면 회사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협박을 했어요. 1분에 8통 정도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그는 “누리꾼들은 아고라에서 다수결로 나에 대한 비난을 합리화했다”며 “그들은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믿었지만 결국 인간존중을 해치는 맹목적인 판단이었다.”고 비판했다.

2. 인터넷에 대한 일반적 규제

가. 일반적으로 포털 등의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법으로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자에 대하여 명예훼손으로 인한 형사상 제재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행하여진다. 그 형사적 제재에 대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61조는 형법 제309조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구성요건이나 법정형량이 거의 동일하다. 인터넷을 통한 표현행위와 오프라인상 표현행위에 대해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을 오프라인에서의 명예훼손과 비교하여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이 현재 입법의 태도라고 할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서는 “정보통신사업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사생활의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불법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그 피해자가 정보의 삭제를 요구하였을 때에 지체없이 삭제,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피해자의 정보삭제 요구에 대해 포털은 반드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과태료 조항의 신설은 종전의 의무화규정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자는 취지이다.

나. 전자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이용자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전자게시판에 올려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는 포털과 같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에게 민법 제760조 제3항에서 정한 과실에 의한 방조책임을 지고 있다고 보고, 그 주된 요건은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2002.6.27. 99헌마480 결정에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이라는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고,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가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므로 공권력이 섣불리 규제하면 아니되는 것으로서, 포털관리자에게 적극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게 된다면, 사실상의 사전검열에 해당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인터넷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우선하여 내세우는 주장은, 이에 대한 반론권 행사가 훨씬 쉽고, 명예훼손의 양적 팽창으로 타인에 대한 표현행위에 대하여 사회가 너그러워 졌으며, 인터넷 이용자들이 스스로 여과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논거를 내세운다.

   그러나 무차별 살포되는 인터넷상 명예훼손에 대하여 반론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명예훼손이 양적으로 팽창한다는 것은 오히려 강하게 규제하여야 한다는 근거가 되며, 인터넷이용자가 여과해 받아들인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는 우선하는주장은 그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라. 인터넷포털이 언론인지에 관한 논란에 있어서 포털측은 뉴스를 생산하지 않으므로 언론매체가 아니라 뉴스의 유통자 또는 배포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포털이 기사 선택과 배열을 통해 뉴스의 가치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사유로 언론매체로 보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고, 최근 인터넷규제와 관련하여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여 포털을 언론으로 보고, 언론중재 및 조정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의 신문법 및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개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하여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네이버 운영사인 (주)NHN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서울고법 2008.1.16. 2006나92006 : 네이버 오보사건)에서 “여러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기사를 제공받아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송고된 기사의 단순한 전달자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재, 편집 및 배포 기능을 두루 갖춘 언론매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3. 사이버모욕죄 등 인터넷 규제에 대한 개선방안

가. 익명의 그늘에 숨어서 집단적으로 남을 비방하는 등 지극히 폭력적인 한국식 인터넷 댓글 방식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먼저 이러한 표현행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인터넷 포털에 표현행위를 할 때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인터넷실명제’가 꾸준히 대안으로 논의되어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언론사의 게시판,대화방에 관하여 인터넷실명제가 실시되었고, 이를 확대시행하는 입법이 강구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폭력성의 원인과 책임을 인터넷 사용자에게만 돌리고 있는 것이 문제이고, 인터넷의 사용을 구조적으로 접근한다면, 인터넷 포털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적게 하면서도 인터넷 폭력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다.

나. 인터넷 포털의 1차 정보와 그에 대한 댓글을 반드시 따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어도 상당한 성과가 있다고 한다. 제1차 정보에 해당하는 기사에 대하여 댓글은 그 내용을 찾고 싶은 사람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적어도 1차 정보와 혼용되어 동등한 가치로 전달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이는 미국 포털은 뉴스를 뉴스로만 전달하는데 반해 우리나라 포털은 뉴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에만 주력하여 네티즌이 모여 떠들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적어도 제1차 정보와 혼용되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가치로 전달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 포털은 정보의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있으므로, 불법통신을 조장하는 포털에 엄격한 책임을 지게 하여야 한다.

다. 최근 본인이 소속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이 수행하고 있는 촛불시위 피해상인 손배소송의 원고들이 피고측인 광우병대책회의의 명단공개로 인터넷포털에 올려진 전화번호와 약도 등으로 엄청난 협박과 업무방해에 시달렸다. 그러나 포털측은 이를 삭제조치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우리와 상관없다”거나 “신고하면 개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그 피해는 확산되었다.

   이번에 신설한다는 사이버모욕죄는 친고죄인 형법상 모욕죄와 별개로 정보통신망법에 반의사불벌죄를 두고 형법 규정보다 처벌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망법에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이 있으나  악성댓글이나 폭언행위에 적용되는 모욕죄는 별다른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이다. 악성 댓글은 대부분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욕설이나 폭언을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온라인에서 파급력과 전파력은 주변 사람에게만 모욕의 영향을 주는 오프라인의 모욕죄 보다 엄청나게 커서 사이버모욕을 당한 뒤 회복불능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입법의 불가피성에 동의한다.

또한 익명성과 군중성이라는 속성에 따른 사이버테러 등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측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여론조사에서 인터넷규제를 찬성하는 사람이 61.8%로서 반대하는 쪽 23.3%를 압도하고, 특히 인터넷을 많이 접하는 젊은층이 규제의 필요성이 더 공감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인터넷을 통한 의사표현의 자유만을 내세워 사이버모욕죄 등 법적 규제를 반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라.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하며 역동적인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인터넷상 표현행위에 대하여 자율적 규제와 법적 규제가 서로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인터넷상 표현에 의한 사회적 폐해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개인적 피해도 당사자를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인 상황에서 인터넷이용자의 도덕에 맡게 자율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기에는 이미 때늦었다고 할 것이므로,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의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상 표현행위는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만 같은조 제4항에 의해 타인의 권리나 명예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되는 헌법상 의무를 가진다. 오프라인의 모욕행위는 일시적이고 주변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온라인상 모욕성 댓글은 영원히 남게되고 인터넷이용자 전체에 공개되는 등 그 파급력과 영향력이 대단하다. 사이버모욕죄 등을 신설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이러한 법제도의 모색과 논의를 통해 인터넷이용자에게 자유에 대한 책임을 지게하고, 이를 느끼게 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인터넷의 역기능을 막는 방안이 될 수 있다.

4.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표명하는 표현의 자유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절대적이거나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해서, 거짓말을 할 자유나 남에게 욕설할 자유가 인정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정권의 탄압이라거나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이 내세우는 정치적 주장이거나, 인터넷의 익명성과 집단성에 의해 야기된 심각한 사이버테러나 사회적 폐해, 이로 인해 발생되는 일반인의 피해와 권리침해에 대해 눈감고 거짓말과 욕설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주장이나 다름없다.